주간동아 1075

2017.02.15

국제

美, 북한 미사일 요격할 것인가

스텔스 이지스 구축함 ‘줌월트’ 제주 배치 가능성…北 ICBM 격추 가능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17-02-10 17: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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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 해리스 태평양군사령부 사령관이 1월 하와이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단에게 이지스 구축함 ‘줌월트’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2월 7일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줌월트 한국 배치 언급 문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웠기 때문이다.

    줌월트의 배수량은 1만4000t이며, 건조 비용은 세계 최대인 미국 로널드 레이건 핵추진 항모(약 10만t)의 절반에 육박하는 44억 달러(약 5조1600억 원)다. 톤당 제작비로는 세계 최고인데, 비싸진 이유는 스텔스 기능 때문이다. 이러한 줌월트가 한국 제주나 진해기지에 긴급히 배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삼은 7함대로 한반도 수역을 방어한다. 그런데 서해는 수심이 낮아 항모 작전에 애로가 있다. 이 때문에 충남 격렬비열도 이남 바다까지만 들어가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줌월트는 낮은 수심이 문제가 되지 않고 탐지도 되지 않으니 북한 해안은 물론이고 중국 북해함대의 모항인 칭타오(靑島) 인근, 그리고 보하이(渤海) 안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

    중국 랴오닝(遼寧) 항모는 서해와 남중국해를 오가며 함재기를 이·착함하는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한 랴오닝 항모 곁에 ‘귀신’처럼 줌월트가 접근한다면 중국은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이는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라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의 공식 발언까지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줌월트+친미국계 항공력

    기존 미국 이지스 구축함은 SM-3를 싣고 있다. SM-3는 우주비행을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한다. 따라서 SM-3도 높이 올라가야 하기에 초대형이다. 줌월트는 그것의 반 정도 크기인 SM-6를 탑재한다. 미사일은 공기 마찰이 없는 우주를 날고 있을 때보다 지구 중력이 작용하는 상승 단계일 때 속도가 느리다. SM-6는 상승 단계에 있는 ICBM을 격추한다.

    중국은 미국 항모 함대를 공격하고자 대함 핵탄도미사일(ASBM)인 둥펑(東風·DF)-21을 실전배치했다. 둥펑-21은 함대를 향해 떨어지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인데, SM-6는 그것도 전문으로 요격할 수 있다. 육지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해상에서는 SM-6가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잡는 무기인 것이다.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 포대는 48개 미사일을 장전한다. 줌월트는 이론상 320발의 SM-6를 싣는다. 사드와 줌월트를 배치한다면 한국과 미국은 북한 무수단이나 둥펑-21에 대한 시름을 크게 덜 수 있다.

    2월 7일 미국과 일본은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양국이 공동 개발해온 SM-3 블록2A를 시험발사해 표적(발사된 미사일) 요격에 성공했다. 양국은 이 미사일을 일본에 배치해 미사일방어(MD)체계를 구축하려 할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는 사드, 일본에는 SM-3 블록 2A라는 철모를 씌워주고 있는 것이다.

    또 미국은 1월 9일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를 극동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시추선 같은 해상 구조물에 올라가 있는 이 레이더는 사드 레이더와는 비교가 안 되는 초정밀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던진 야구공을 뉴욕에서 탐지할 정도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1600여km 떨어진 바다에 이를 배치할 것이라고 했다. 한 소식통은 이 시설이 현재 일본 오키나와 북쪽 바다에 고정돼 있다고 밝혔다.

    1월 9일 미 해병대는 스텔스기인 F-35B 12대를 FA-18 60대와 함께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기지에 추가 배치했다. 이는 미국이 스텔스기를 외국에 상시 배치한 최초 사례다. F-35B가 오키나와에 있는 대형상륙함에 실려 줌월트와 함께 제주 인근으로 온다면 랴오닝 항모는 도주하고 북한과 중국 동부지역은 경보를 울려야 할 것이다.

    2003년 이라크전쟁 때 항모 6척을 투입했던 미국이 지금 동북아에 3척의 항모(로널드 레이건, 존 스테니스, 칼 빈슨)를 배치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라크전쟁 당시 미국은 이라크 주변에 충분한 공군기지를 확보하지 못했기에 항모 6척을 투입했다. 그러나 일본(5공군)과 한국(7공군), 괌(13공군)에는 미 공군이 주둔해 있는 데다 대만 공군도 움직일 수 있으니 동북아의 친미국계 항공력은 이라크전쟁 때를 능가한다.



    北 미사일 발사, 트럼프에겐 호재

    이에 대한 중국 측 대응은 다탄두대륙간탄도미사일인 둥펑-5C의 발사다. 중국 국방부는 1월 탄두 10개를 실은 둥펑-5C가 시험발사됐다고 발표했다(날짜는 미공개). 흥미로운 것은 산시성 타이위안(太原)에서 발사된 이 미사일은 축소 비행을 해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사막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중국은 땅이 넓은 덕에 탄두를 자국 영토 안에 떨어뜨린 것이다. 핵전쟁을 결심하지 않는 한 미국은 이러한 탄두를 요격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북한은 축소 발사를 하지 않는 데다 영토도 좁아 공해(公海)에 탄두를 낙하시켜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비밀리에 발사한 미사일을 즐비하게 깔아놓은 레이더로 포착해 정확히 요격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은 실전에서 MD체계 가동을 확인한 것이 된다. 북한이 보복을 다짐하면 줌월트와 F-35B를 필두로 한미 해·공군이 긴급히 작전에 들어가기에 북한은 깊은 고민에 빠질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행위를 비난할 수는 있어도 북한 편을 들기는 어렵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은 유엔 안정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행정명령을 통해 선거 당시 공약들을 빠르게 실행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규제 행정명령에 대한 저항을 거치며 뒤뚱거리고 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한 때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미국이 요격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반대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

    ICBM으로 전환할 수 있는 은하 발사체를 쏘는 평북 동창리 발사장과 무수단을 실은 TEL(이동식 발사차량)이 자주 전개되던 원산 갈마비행장 등은 정기적으로 한미일 위성이 감시하는 곳이 됐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미국의 요격은 한국의 탄핵정국까지 변모시킬 소재가 될 수 있다. 2월 16일은 죽은 김정일의 75회 생일로 공휴일이다. ‘꺾어지는 기념일’인 만큼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을까 우리 정보기관은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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