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5

2017.02.15

정치

문재인 대통령은 없다?

대세론에도 조심해야 할 7가지 징후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7-02-10 15: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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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이 대세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잘 말해준다. 그런데 함정이 보인다. 진보세력의의사가 과다 계상된 징후 때문이다.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진보세력은 응집했다. 의사표현도 분명해졌다.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선호도 역시 적극 표출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진보세력의 응답률이 높은 이유다. 반면 보수세력은 흩어질 대로 흩어졌다. 입을 닫았고 여론조사 응답률도 낮아졌다. 대통령선거(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다. 하지만 대선이 임박하면 그들도 결집할 것이다. 당선할 가능성이 높은 보수성향 후보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지지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여론조사 결과에서 반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여론조사의 함정

    지난 연말 미국 대선 과정에서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대선 결과는 반대였다. 이런 일이 우리나라 대선에서도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새누리당의 160석 이상 확보, 즉 압승을 예상했다. 총선 결과는 참패였다. 2015년 영국 총선도, 지난해 영국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도 여론조사 결과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래서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인 프랑스에서는 최대 일간지 ‘르파리지앵’이 아예 자체 여론조사를 포기한 상태다. 빗나가는 여론조사 결과에 비용만 들어가고 신뢰도는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여론조사 결과의 정확도에 문제가 없지 않지만, 다른 원인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불리한 쪽 유권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경향성이다. 위기감이 낳은 참여 열기다. 지난해 총선 당시 청년세대의 투표 참여가 늘어난 것도 새누리당이 이기리라는 전망에 대한 이들의 견제심리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진보 후보가 이길 확률이 높다고 하면 보수성향의 노·장년층이 대거 투표장에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2012년 대선 당일 문재인 후보가 이길지도 모른다는 분석에 고령층이 저녁때 대거 투표장으로 나온 것을 모두 기억할 테다. 당시 투표 마감시간 이후에도 이미 줄을 선 사람에게는 기표를 허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뺄셈의 정치

    진보 대통령의 집권은 언제나 험난했다. 더하기에 또 더하기를 해서야 겨우 집권에 성공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김대중 전 대통령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성사시킨 이유다. 그것만이 변수는 아니었지만, 세력 열세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김한길 전 대표 시절 어렵게 안철수 측을 끌어들여 통합을 이뤘지만, 본인이 대표직에 있을 때 제대로 품지 못해 떠나보내고 말았다. 국민의당 의석수가 39석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탈당하지 않았다면 민주당이 확보했을 의석이다. 합쳐서 160석을 획득했다면 지난해 총선 이후 국정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역시 다른 국면으로 흘렀을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이 지금처럼 버티는 일도 물론 없었을 테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범야권 공동경선과 공동정부 구성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까닭이다. 명분은 그렇지만, 실제로 그들이 원한 것은 공정한 경선이다. 문 전 대표가 대표 시절 혁신을 명분으로 친문(친문재인) 세력화에 집중해 당내 경선에서는 어느 누구도 문 전 대표를 이기기 힘든 구조다. 10만 친문 온라인당원에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영입된 친문계 인사들 때문이다. 안철수 빼기, 박원순 빼기, 김부겸 빼기로 남는 것은 무엇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반감으로 뭉친 비문연대

    최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탈당설이 불거졌다. 그가 비례대표 의원직까지 포기하고 제3지대로 몸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다. 문 전 대표가 공들여 영입한 ‘경제민주화님’이다. 어쩌다 마음이 이렇게 돌아선 것일까. 영입에 진정성이 떨어진 탓이다. 김 전 대표가 일찍이 문 전 대표는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혹평한 데도 물론 원인이 있겠지만 말이다.

    김 전 대표가 탈당할 경우 민주당내 비문(비문재인)계 역시 심리적으로 동요할 것이 분명하다. 그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문재인으로는 ‘무난한 패배’가 있을 뿐이라는 인식이 없지 않다. 뭔가 2% 부족하고 비토 정서도 강한 문 전 대표로는 대선 본선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문재인 대세론에 묻혀버렸지만, 그만큼 내연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최근 국민의당과 통합했다. 손 의장도 문 전 대표에게 당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다.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경선룰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면박만 당했던 그다. 이미 이뤄진 손학규 빼기다. 제3지대에서 꿈틀대는 빅텐트론은 강력한 반문(반문재인) 정서에 기댄 비문연대가 출발점이다. 여기에 반박(반박근혜) 정서에 기대 창당한 바른정당이 힘을 보탤지가 남은 문제일 뿐이다.



    비선 실세 논란

    문 전 대표는 비선 실세를 장악할 힘이 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위기 국면에서 ‘한 방’하는 실력으로 그들을 압도할 수 있을까. 모두가 알다시피 문 전 대표에게는 ‘3철’이 있다. 양정철 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전해철 의원이다. 그중 제일은 양 전 비서관이라는 소문이다. 요즘 문 전 대표의 복심으로 불린다.

    양 전 비서관이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총선 당시다. 조응천 전 대통령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 영입 과정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후 수면으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그는 총선이 끝난 직후 문 전 대표의 히말라야 트레킹에 동행하더니 김정숙 여사의 전국 순회에도 동행했다. 그리고 1월에 발간된 문 전 대표의 자서전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총괄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다시 관심을 끌었다.

    2012년 대선캠프에서 친노(친노무현)   9인이 2선 후퇴한 이후 3철은 잠행했다. 최근 양 전 비서관을 제외한 2철은 거리가 다소 멀어졌다는 소문도 돈다. 이와 더불어 신친문 5인방이 뜬다는 얘기도 들린다. 진성준, 최재성, 정청래, 김현, 최민희 전 의원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3철 가운데 양 전 비서관만 살아남았고, 그의 영향력이 아직은 신친문 5인방을 압도하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

    문 전 대표가 말하는 것을 듣다 보면,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물론 선거 때 후보자는 거의 로봇이 돼야 한다. 참모진이 짜주는 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참모진이 하라는 말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설령 그렇더라도 연기를 잘해야 한다. 유권자가 눈치를 채면 감동이 반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애드리브를 해야 한다. 그것도 잘해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말씀자료를 아예 무시한 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자주 말씀자료를 내려놓고 즉흥연설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말씀자료에 꼼꼼하게 메모를 더해 자신의 말로 풀어 연설하곤 했다. 문 전 대표는 둘 모두에서 약점을 드러낸다. 그래서 참모진의 말을 대신하고 있다는 느낌이 진하게 묻어난다. 약점이 아닐 수 없다.



    토론 울렁증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문 전 대표는 토론을 기피한다. KBS 대선주자 초청 토론회에 불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일로 새누리당은 물론, 국민의당으로부터도 공격을 받았다. 제2의 박근혜 또는 제3의 이명박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민주당 내 다른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물론, 이재명 성남시장조차 토론 기피에 불만을 토로하는 중이다. 안 지사나 이 시장은 말씀자료 없이도 토론을 잘하는 편이다. 그래서 토론회를 몇 차례 거치면 민주당내 대선주자 순위가 바뀔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번 대선은 검증 기간이 짧다. 반면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대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더 높아졌다. 그래서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도 더 많은 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토론을 피하려 한다. 토론 기피 자체로 역풍을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문 전 대표의 말은 전달력도 떨어진다. 말하는 속도가 느릴 뿐 아니라 한 문장이 길다. 애드리브도 구어체가 아니라 문어체다. 오랜 변호사 경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것이 단기간에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언어 습관이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시대역행적 정책

    요즘 문 전 대표의 공약은 내놓는 즉시 의문의 일패를 당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최근 병역기간을 12개월로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후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론에 허덕여야 했다. 초고령화-초저출산 시대를 맞아 병역 자원이 날이 갈수록 말라가는 중이다. 현 병력 규모를 유지할 경우 10년 뒤, 그러니까 현재 초중학교 학생들이 군대를 갈 때는 오히려 병역기간을 2배 이상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병역기간을 18개월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그조차 이뤄내지 못한 이유는 당장 18개월로 바꿀 경우 병력이 5만 명이나 줄어들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2월 1일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신설을 야심차게 공약으로 내놓았다. 그러자 곧바로 안철수 전 대표가 비판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지원하는 정도에 그쳐야 하는데, 문 전 대표는 여전히 관 주도로 생각한다는 얘기다. 안 전 대표는 이것을 ‘박정희식 패러다임’이자 ‘박근혜의 창조경제’식 발상이라고까지 평가절하했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130만 개 창출 공약도 마찬가지다. 문 전 대표는 공공부문에서만 일자리 81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했는데, 경제학자 출신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현재 공무원 수가 100만 명인데, 5년 안에 100만 개 가까이 양산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지적이다. 공무원을 이고 살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국민이 이것을 원할지 의문이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너무 구시대적이라고 지적했다.



    완장 찬 친문

    마지막으로 지적해야 할 것은 공식 실세들이다. 최근 문 전 대표가 총선 당시 1호로 영입한 표창원 의원이 잇따라 논란을 유발했다. 첫 번째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 직후 찬성과 반대 국회의원 명단을 휴대전화번호와 함께 공개해 빈축을 산 일이다. 두 번째는 박 대통령을 누드로 풍자한 그림의 국회 전시를 허락해 민주당내에서조차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징계를 받은 일이다.

    문 전 대표가 야심차게 영입한 또 다른 인사인 조응천 의원 역시 지난해 성추행으로 정직 처분까지 받은 MBC 고위 간부가 대법원 양형위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사실무근으로 밝혀져 곤욕을 치렀다. 김정숙 여사의 학창 시절 동기인 손혜원 의원 역시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막말 파문에 휩싸이곤 한다. 완장 효과다.

    이상 7가지는 문 전 대표가 대세론을 이어가려면 극복해야 할 요소다. 집권에 성공할 경우 보완해야 할 점들이다. 문 전 대표는 최근 들어서야 국민의당에 연정을 제안했다 사실상 거부당했다. 애초에 잘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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