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9

2007.11.06

보랏빛 시원한 면발 입에 착 달라붙네

  • 허시명 여행작가 twojobs@empal.com

    입력2007-10-31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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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랏빛 시원한 면발 입에 착 달라붙네

    선연 복분자 냉면.

    프랑스 요리 거장 에스코피에는 수습 시절부터 자신이 만든 요리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했다. 요리와 음식을 창의적인 발명품처럼 여긴 것이다. 이것이 새로 이름과 생명력을 얻으면 세상과 소통하고, 실패하면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고 만다.

    전북 군산의 봉희설렁탕집에서 복분자냉면을 맛보았다. 녹차냉면 칡냉면 메밀냉면 취냉면 뽕냉면은 먹어봤지만 복분자냉면은 처음이라 생소했다. 복분자냉면은 면 색깔이 보랏빛으로 고왔다. 복분자는 신장에 좋아 소변줄기가 강해지고, 여성들이 먹으면 에스트로겐이 증가해 피부가 부드러워진다고 알려져 남녀 모두에게 인기 있는 식재료다. 복분자 가공상품으로는 술, 잎차, 분말차, 과립차, 국수, 고추장, 된장, 간장, 음료, 진액, 잼, 한과, 제과, 제빵, 꿀 등이 있다. 하지만 복분자 가격이 1kg에 7000원으로 비싸 음식 재료로 대중화하지는 못한 상태다.

    복분자 가루 11.62% … 스태미나 식품으로 대중화 선언

    복분자냉면을 대중음식으로 개발한 소나무식품주식회사(063-464-2222) 대표 송명의 씨에게 제조 방법을 물어봤다. 그는 현재 군산에서 유천 칡냉면을 만들어 팔고 있기도 한데, 복분자냉면을 개발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먼저 복분자냉면을 만들려면 밀가루, 전분, 메밀가루, 복분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복분자즙을 면과 섞으면 익히는 동안 복분자즙이 빠져나가버리기 때문에 복분자 가루를 만들어서 면과 섞어야 한다. 복분자 1kg을 말리면 복분자 가루 120g이 나온다. 이 가루를 써서는 수지를 맞출 수가 없다. 송씨는 복분자 가루를 발효시킨 뒤 냉면을 만드는 방식을 개발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송씨가 만든 냉면에는 복분자 가루가 11.62%나 들어간다. 흔히 칡냉면에 칡이 5% 안팎 들어가니 복분자냉면에는 기능성 원료가 2배 정도 들어간 셈이다.



    송씨가 만든 선연 복분자냉면의 ‘선연’은 전북 고창군 ‘선운사의 자연’이란 말을 줄여 만든 브랜드다. 고창군에서 복분자 가공품의 품질관리와 유통을 공동으로 진행하기 위해 만든 ‘선연’ 브랜드가 송씨의 복분자냉면에 제1호로 명명됐다.

    복분자냉면이 만들어지기까지 공을 들인 사람은 또 있다. 고창군 신림면 사무소 산업계장으로 근무하는 김가성 씨. 그는 녹차냉면으로 명성을 얻은 하동군의 산골녹차 대표 김종관 씨를 만나 복분자냉면의 아이디어를 얻고 그의 도움을 받아 복분자냉면을 처음 만들었다. 또한 냉면 시식회 개최와 사업자 선정을 공개모집해 송씨를 선정하게 됐다고 했다.

    선연 복분자냉면은 고창군에 브랜드 로열티를 내고 고창군 복분자를 원료로 사용하니 우선 재료에 대한 믿음이 간다. 일반 냉면보다 복분자냉면의 재료 가격이 2배라지만 송씨는 “앞으로 ‘선연복분자면옥’이라는 이름을 많이 보게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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