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측도 물론 할 말은 있겠지요. 그러나 ‘갑(甲)’의 위치인 사측 말을 들어주기 전에 ‘을(乙)’에 속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이 더 크게 들리는 것은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인터넷을 둘러보면 노동운동을 하는 이들이 아니더라도 사측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훨씬 많으니까요. 굳이 성향을 따지자면 ‘중도보수’ 쪽인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랜드 사태의 한 축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상당수가 주부들입니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100만원이 채 안 되는 월급은 큰 보탬이 됐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다고 만든 비정규직보호법은 오히려 그들 목을 찌른 칼날이 되었습니다.
책임을 묻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겁니다. 명목만 그럴싸한 법을 덜컥 내놓은 정치권, 법 규정을 피하려고 대량해고라는 극한수단을 동원한 회사, 그 와중에 갈등을 부추기는 민주노총, 모두 잘한 게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2006년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의 35.5%에 이르는 546만여 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정규직의 62.8%밖에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일은 똑같이 합니다. 앞으로 세계화가 진행되면 이 같은 노동 양극화 현상은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랜드 사태를 단순히 한 회사의 사례로만 볼 수 없게 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의 기획단계에서 담당기자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견해를 받아 정리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그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기왕 나와 있던 대선후보들의 견해란 것이 ‘일자리가 곧 복지’라는 등 상투적인 데 머물러 있을 뿐더러,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겐 앞으로 더욱 거세질 우리 사회의 질적(質的), 화학적 변화에 대한 고민보다는 눈앞의 표(票)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우울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편집장 송문홍
주간동아 609호 (p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