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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SPECIAL 2

상형을 알아야 한자를 정복한다

사물 모양, 많은 획수로 표현한 문자 … 부수 본래 의미 이해하면 쉽고 빠르게 기억

  • 오강규 인터넷 한자교육 사이트 ‘한자짱’ 대표강사 hanjajjang@naver.com

상형을 알아야 한자를 정복한다

상형을 알아야 한자를 정복한다
한자를 공부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이 있다. 한자는 암기하기 어렵고, 암기한 한자도 며칠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며, 암기했더라도 한자를 실제 써보려면 못 쓴다는 점이다. 한자가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물의 모양을 많은 획수로 표현한 상형문자(象形文字)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자를 쉽고 빠르고 오래 기억되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역설적이지만 그 방법도 한자가 상형문자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복잡한 선으로 표현된 어떤 한자를 보면서 그 한자의 상형을 떠올릴 수 있다면, 한자를 선이 아닌 그림으로 인식하게 돼 훨씬 쉽게 익힐 수 있다.

그림으로 인식하면 쉽게 습득

필자는 효율적인 한자 공부 방법에 대한 조언과 더불어 실제 예를 통해 한자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한다.

첫째, 단순 암기보다 상형을 통해 한자를 이해하며 암기하라는 것이다. 일상에서 눈으로 본 것들을 그림으로 상형화한 문자가 바로 한자다. 상형문자와 함께 한자의 가장 기본이 되는 지사문자(指事文字 ·上 下 凹 凸 本 末 未)도 추상적인 것을 누구나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상형문자로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의 다섯 가지 감각 가운데서 시각이 뇌에 가장 강한 자극을 주고 그 자극으로 인해 뇌가 빨리 받아들이며, 받아들인 것을 오래 기억한다고 한다. 한자의 상형을 알면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한자도 쉽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아래에 6개의 한자가 있다. 言(말씀 언), 子(아들 자)와 뜻과 음은 몰라도 진행을 의미하는 ?(쉬엄쉬엄 갈 착)은 누구나 알 것이다. 따라서 ‘이에 내(乃)’와 ‘벼 화(禾)’의 상형만 알면 이 6개 한자를 어렵지 않게 익히고 쓸 수 있다(그림1 참조).

· 乃(이에 내) : 무릎을 굽히고 팔을 뻗고 있는 사람의 모습

· 秀(빼어날 수) : 다 자란 벼(禾)의 크기는 사람의 앉은키 정도인데, 엎드려 김매는 사람(乃)보다 웃자랐으니까 빼어난 것

· 透(통할 투) : 벼(禾) 사이를 헤집고 통과하며(?) 김매는 사람(乃)의 모습

· 誘(꾈 유) : 빼어난(秀) 말(言)로 꼬드겨 유혹(誘惑)함을 표현

· 孕(아이 밸 잉) : 몸속(乃)에 아이(子)를 잉태(孕胎)한 모습(子가 乃 안으로 들어가 있음에 유의)

이처럼 한자의 상형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면 복잡하고 생소한 한자도 쉽고 빠르게 기억되며, 쓰는 것도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상형을 알아야 한자를 정복한다

한자는 그림으로 인식하면 쉽게 익힐 수 있다.

둘째, 부수가 가지고 있는 본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부수는 영어의 알파벳이나 한글의 ㄱ, ㄴ처럼 한자 공부의 기초다. 부수는 주로 초기에 만들어진 한자, 즉 상형문자나 지사문자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오늘날 쓰이는 214자의 부수는 한자의 뜻(훈·訓)을 이해하고 풀이하는 데 많은 한계가 있음을 한자의 변천사를 통해 알 수 있다.

한자는 대략 갑골문의 발굴을 근거로 3500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통일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갑골문자를 해석해 540자의 부수를 정하고 이 540자를 기준으로 한자를 체계적으로 통일해놓은 설문해자(說文解字·오늘날 옥편)가 기원전 3세기에 쓰였다. 18세기 청나라 ‘강희자전(康熙字典)’에서는 540자 부수를 214자로 축소했고, 이를 기준으로 한자를 재분류했다. 이 214자의 부수체계가 오늘날 그대로 쓰이고 있다.

문제는 갑골문, 설문해자, 강희자전을 거치면서 부수의 본래 의미가 긴 시간만큼이나 잘못 해석됐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이 오늘날 고고학과 문자학을 통해 차츰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부수의 본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늘날의 부수 해석이 아닌 갑골문과 설문해자에 우선순위를 두고 풀이해야 한다. 이에 대한 예로 ‘돼지머리 계(·#53589;)’를 들 수 있다. 오늘날 부수에서 ·#53589;는 돼지머리 계로 훈·음(訓·音)되지만 설문해자에서는 돼지머리와 전혀 관계없는 손의 모양을 의미한다(그림2 참조).

· 筆(붓 필) : 손(·#53589;)에 든 붓과 붓을 만든 재료인 대나무(竹)

· 律(법 률) : 손(·#53589;)에 붓을 들고 행할 ( → 行의 한쪽) 도리를 기록한 것이 법

· 書(글 서) : 손(·#53589;)에 든 붓으로 바탕(口)에 선을 그어(-) 글을 쓰는 모습

· 晝(낮 주) : 손(·#53589;)에 든 붓으로 뜨는 해(旦·아침 단)를 그리는 모습

· 建(세울 건) : 손(·#53589;)에 붓을 들고 법령이나 제도를 써 나가() 나라를 건국(建國)함을 표현

이 밖에 ·#53589;(돼지머리 계)가 손을 의미함을 뒷받침하는 예를 ‘잡을 병(秉)’ ‘비 혜(彗)’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잡을 병(秉)은 벼(禾·벼 화)를 손(·#53589;)으로 잡고 있는 모습이고 비 혜(彗)는 손에 빗자루를 든 모습이다. 이처럼 오늘날 쓰이는 214자의 부수체계는 한자가 형성될 당시의 본래 의미를 표현하지 못하는 부수가 많다. 따라서 부수의 본래 의미를 이해한다면 한자의 뜻(훈·訓)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쓸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자원(字源)이 같은 한자를 함께 묶어 학습하는 것이 좋다. 대다수 한자 학습서가 가나다순으로 돼 있기 때문에 한자를 익힐 때 가나다순으로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나다순으로 단순 암기하는 것은 마치 영어사전을 ABC순으로 암기하는 것과 같은 무모한 방법이다.

영어단어를 암기할 때 어원(etymology)이 같은 단어를 함께 묶어 학습하면 짧은 시간에 쉽고 오래 기억되게 공부할 수 있듯, 한자도 원리와 자원(字源)이 같은 한자를 묶어 학습하는 방법이 좋다. 예를 들기 위해 아래 ‘莫(없을 막)’자가 공통으로 들어가는 6개 한자를 묶어놓았다. 처음엔 그 한자가 그 한자 같아 헷갈리고 혼돈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막(莫)자의 자원과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풀이한다면 6개의 한자를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

· 莫(없을 막) : 大는 의 변형으로 풀 사이에 해가 지는 모습으로, 해가 안 보인다고 해서 없을 막

· 漠(사막/ 넓을 막) : 해가 없는(莫) 것처럼 물이 없으니까 사막

· 膜(막/ 꺼풀 막) : 해가 떨어지면(莫) 잠이 와 깜박깜박하는 신체기관이 눈꺼풀 - 달 월(月)이 신체 일부를 의미하는 고기 육(肉)으로 쓰임

· 幕(장막 막) : 해가 지니까(莫) 쉬려고 장막(巾 : 막대에 천이 드리운 모습)을 친다는 의미

· 慕(사모할/ 그릴 모) : 해가 지는 석양(莫)에 사색에 잠긴 마음(心)

· 暮(해 저물 모) : 풀 사이에 지는 해(莫) 밑에 완전히 진 또 다른 해(日)로, 완전한 밤을 의미

지금까지 대학과 한자학습 사이트를 통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경험하고 연구한 한자학습 방법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런 방법이 처음엔 번거롭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익힌 한자가 100자, 500자, 1000자로 넘어갈수록 앞서 배운 자원들이 반복해 나오기 때문에 학습 속도가 배가될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한자 공부 방법들이 잘 반영되고 활용단어가 풍부한 학습서를 선택한다면 한자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상형을 알아야 한자를 정복한다
그림 1_ 禾와 乃의 상형


1) 첫 번째 그림은 갑골문과 금문에서 볼 수 있는 ‘벼 화(禾)’로, 색칠을 통해 좀더 회화적으로 표현했다.

2) 두 번째 그림은 ‘이에 내(乃)’자로, 관련 한자를 통해 사람이 무릎을 굽히고 있는 모습임을 유추할 수 있다.

상형을 알아야 한자를 정복한다
그림 2_ 텕의 설문해자 모양

왼쪽 그림의 빨간 부분과 붓을 쥔 세 손가락은 설문해자의 ‘붓 필(筆)’자를 회화적으로 변형한 것이다. 대나무(竹)로 만든 붓을 손가락으로 쥔 모양이다. 예서(隸書)체부터 한자는 곡선이 직선으로 표현돼 붓의 모(毛)와 손의 곡선이 직선(텕)으로 펴져 오늘날의 모양이 됐다.

예) 艸가 펴져 가 되듯

상형을 알아야 한자를 정복한다
그림 3_ 왼쪽의 첫 번째 그림이 설문해자에서 볼 수 있는 ‘없을 막(莫)’이다. 그리고 세 번째가 오늘날 쓰이는 글자 형태다. 莫을 구성하는 大는 艸→→大 과정으로 변형됐음을 알 수 있다. 이 한자가 표현하는 의미는 풀과 풀 사이 해가 덮인 모습으로 석양에 지는 해의 모습을 표현해 ‘해저물 모(暮)’와 같은 글자로 쓰이기도 하고 해가 ‘안 보인다, 없다’ 하여 오늘날 없을 막으로 주로 쓰이고 있다.




주간동아 2007.10.30 608호 (p54~56)

오강규 인터넷 한자교육 사이트 ‘한자짱’ 대표강사 hanjajj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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