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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뛰어넘기 문국현의 거품? 허풍?

지지율 올리고 조직력 키우기 ‘발등의 불’… 후보 단일화 양 캠프 간 눈치보기 한창

  • 조인직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cij1999@donga.com

정동영 뛰어넘기 문국현의 거품? 허풍?

정동영 뛰어넘기 문국현의 거품? 허풍?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왼쪽)이 범여권 단일후보가 되려면 정동영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를 크게 줄여야 한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와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언제 후보 단일화를 이룰지가 범여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 후보는 신당 대선후보 경선 때만 해도 “후보가 되면 가장 먼저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민주당 경선에서 선출된 대선후보를 만나 마지막 남은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약간의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

정 후보 측은 어차피 이인제 후보가 이끄는 민주당이 자생적으로 세력을 갖추기 힘든 데다, 서둘러 단일화한다고 해서 국민에게 감동을 주거나 현실적으로 지지율이 급상승하기도 힘들다고 판단한 것. 이에 따라 민주당과의 단일화에 대해 ‘최대한 먼저 나서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11월26일까지 단일화 이뤄야 시너지 효과

민주당 경선 막판에 이인제 의원이 동교동계의 측면 지원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후보가 확정된 뒤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이례적으로 이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연설 목소리가 좋았다”는 덕담을 전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대선에 임박한 어느 시점에 동교동계가 직접 나서 이 의원과 민주당을 자연스럽게 정 후보와 신당에 연결시킬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결국 정 후보에겐 문 전 사장과의 단일화가 ‘발등의 불’이다. 늦어도 대선후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록 기한인 11월26일까지는 단일화를 이뤄야만 의미 있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양 캠프의 눈치보기가 한창이다. 문 전 사장 측은 “여론상 우리 쪽으로 단일화가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큰소리치지만, 정 후보 측은 “우리 쪽으로의 흡수, 통합은 시간문제”라는 속내를 품고 있다.

20% 지지율 누가 먼저? 후보 단일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론조사다. 범여권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DJ는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지명자대회가 열린 10월15일 정 후보 선출을 축하하며 “앞으로 국민 여론을 잘 살펴야 할 것”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극적인 승리를 이끈 기폭제도 세 차례에 걸친 정몽준 당시 국민통합21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여론조사였다.

하지만 정 후보, 문 전 사장 두 진영이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서로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여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지지율 차이가 턱없이 많이 나는 상태에서 여론조사를 수용해 뒷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특히 11월4일경 창조한국당(가칭) 창당을 예정에 둔 문 전 사장의 처지에서는 두 자릿수 지지율을 반드시 넘겨야 향후 단일화 행보에서 정 후보에게 끌려다니지 않을 기반이 갖춰진다.

‘동아일보’가 신당 후보자 지명대회 3일 뒤인 10월18일 코리아리서치센터(KRC)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 후보는 15.5%로 6.8%를 기록한 문 전 사장보다 2배 이상 앞섰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 후보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와 호남 지역 결집 등에 힘입어 동아일보-KRC의 9월6일 조사에 비해 5%포인트 정도 상승했지만, 문 전 사장은 같은 기간 1.3%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같은 트렌드가 11월 초까지 이어진다면 문 전 사장은 전략상 단일화를 버린 채 독자노선을 고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국민의 뜻’이라는 미명하에 덥석 단일화안을 받아들였다가 정 후보 측이 승리한다면, 정치 경력이 일천한 문 전 사장이 당내 기반을 갖추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감안한 듯, 문 전 사장 측은 10월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명분 없는 단일화에는 참가하지 않을 것이며, 하더라도 (창조한국당) 창당 이후에 생각할 것”이라고 선수를 쳤다.

‘조직력’ 얼마나 키우나 대통합민주신당 김영춘 의원이 최근 ‘18대 총선 출마 포기’까지 선언하면서 문 전 사장 캠프에 합류했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신당, 범여권 의원과 세력이 문 전 사장 측에 가담할지는 미지수다.

문 전 사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현역 의원 50~60명이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가 선별해서 받겠지만, 10명 정도는 초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우호세력’인 이계안 원혜영 최재천 제종길 이상민 의원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10월18일 최 의원은 정 후보 중앙선대위 공동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원 의원도 “탈당까지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나머지 의원들도 쉽사리 ‘결심’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여권 핵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요컨대 문 전 사장이 범여권 ‘단일 후보’로 추대되지는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세력화를 이루기 위해선 ‘똘똘한’ 현역 의원들을 창조한국당 쪽으로 끌어들이고, 참모그룹도 단기 선거전 경험이 많은 인물들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미다.

문 전 사장 측의 공보·기획 부문은 시민단체, 기업, 언론 출신 인사들이 뒤섞여 구심점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조직개편을 위한 ‘구원투수’로 영입된 문 전 사장 캠프 측 관계자는 “캠프가 문 전 사장을 도와준 것이 뭐가 있냐는 자조적 목소리가 높다. 정책 부문에서 ‘사람중심 진짜경제’ 정도의 카피를 회자시킨 것을 빼면, 문 전 사장 혼자 카메라 앞에서 이미지 관리한 정도가 아니냐”고 말했다.

‘독자 정치 세력화’ 가능할까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끝나면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지지했던 친노(親盧·친노무현) 그룹이 문 전 사장 쪽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다는 점도 문 전 사장 처지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이 전 총리 측 관계자는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문 전 사장과 접촉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문 전 사장을 신당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협상용일 뿐이며 문 전 사장 쪽으로 우리가 흡수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국현 거품론’ ‘과대포장론’도 나온다. 이 전 총리는 최근 사석에서 ‘문국현 후보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정치란 개인기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진영이나 세력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반짝 인기만으로 정치할 수 있다면 누가 못하겠는가.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문국현의 반면교사?

욕망은 최고, 내공은 부족… 자만심이 가장 큰 패인


손학규(사진) 전 경기지사의 측근들은 “손 지사만큼 권력의지가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대통합민주신당 한 당직자도 “대권 욕심이 없었다면 한나라당을 떠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 자신도 6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대통령이 하고 싶다”며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매일 운다, 또 매일 웃는다. 울음 없는 웃음은 없다. 삶과 죽음을 모두 느꼈다”며 비장미를 풍겼다.

그러나 이토록 대통령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던 그는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허망하게 무너졌다.

경선에서 패배한 뒤 손 전 지사 측에서는 “우리가 너무 나이브했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손학규 대세론’에 취해 조직과 동원이 승부를 가르는 당내 경선 준비를 소홀히 했다는 것. 상황실장을 맡았던 설훈 전 의원은 “자만심이 가장 큰 패인”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경선 룰 협상 때다. ‘손학규 대세론’에 치명적인 ‘예비경선 1인 2표제’를 덥석 받아들였고, 전북에서 몰표가 예상됐던 정동영 후보에게 유리한 ‘선거인단의 지역별 인구비례 가중치를 두지 않는다’는 규칙도 별생각 없이 수용했다.

손 전 지사를 한나라당 시절부터 보좌했던 한 참모는 “대선후보가 될 확률이 한나라당에 남으면 10대 90, 나가면 50대 50이라고 봤는데, 나와보니 10대 90이더라”고 말했다.

이런 느슨함은 손 전 지사 캠프에 합류한 의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손 전 지사 캠프에서는 9월15, 16일 초반 경선 4연전에 패배한 뒤에도 “일부 의원은 선거운동은 뒷전이고 주말에 골프나 치러 다닌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범여권에 합류만 하면 꼭 도와주겠다”던 당 중진들에 대한 섭섭함,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음을 얻었다고 오판해 쉽게 범여권 경선판에 뛰어든 성급함도 ‘후회 목록’에 올랐다.

무엇보다 손 전 지사 자신이 대통령이 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욕망은 최고였지만 내공이 부족했다”는 것.

손 전 지사 주변에서는 9월20일 손 전 지사가 정 후보 측의 불법 동원 선거운동을 비난하며 갑자기 경선 일정을 거부하고 칩거에 들어갔을 때, 그리고 이틀 뒤 의원들과 한마디 상의 없이 경선대책본부 해체를 선언했을 때 패배를 직감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경선 내내 그를 도왔던 한 초선 의원은 “칩거 때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정동영이 잘못했다’기보다 ‘지도자가 될 사람이 왜 저러나’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으로서 손 전 지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왔던 김부겸 의원은 선거대책본부 해체를 발표한 뒤 한동안 두문불출했다.

이 초선 의원은 손 전 지사를 “고집스러운 소녀 같다”고 표현했다. 주변의 의견을 듣기는 하지만 결국 자기 뜻대로 하고, 자기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천생 막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손 전 지사는 현재 사면초가 처지다. 탈당이라는 천형(天刑)을 짊어진 그로서는 다시 당을 이탈할 경우 정치생명을 걸어야 할 판이다. 그를 도왔던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졌지만 이번 경선을 치르면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문 전 사장이 손 전 지사의 사례에서 무엇을 얼마나 배웠을지 궁금하다.

민동용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mindy@donga.com




주간동아 2007.10.30 608호 (p16~18)

조인직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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