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6

2007.10.16

공 맘대로 던지게 하면 축구 재미있을까?

  • 축구 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입력2007-10-15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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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몸에서 가장 정확하고 섬세하며 다양한 기능과 재주를 부릴 수 있는 손, 그리고 그 연장인 팔은 그러나 축구에서는 엄격히 금지되는 영역이다. 골키퍼를 제외한 필드 플레이어들이 경기장 안에서 손과 팔을 이용하는 경우란 상대 선수의 목덜미를 잡아채거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엉겁결에 쳐내거나, 그도 아니면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훔칠 때뿐이다.

    유일하게 딱 한 경우. 경기장 밖으로 나간 공을 안으로 던지면서 경기를 재개하는 것, 즉 스로인(throw-in)을 할 때는 선수들이 반원을 그리는 팔의 궤적과 섬세함을 추구하는 양손의 기능을 활용한다.

    그런데 이 순간에도 축구는 발로 차는 것이라는 엄격성은 지켜진다. 손을 사용하되 제 마음대로 던져서는 안 되며, 팔을 사용하되 투포환이나 창던지기 선수처럼 던져서는 안 된다. 제자리에서 던지든 달려오면서 던지든 공을 던지는 그 순간에는 양발이 터치라인 바깥쪽 지면에 똑같이 닿아야 한다.

    축구 묘미 훼손 막기 위해 엄격한 규칙으로 멀리 못 던지게 제약

    이 엄격한 규칙이 필요한 까닭은 바로 이것에 의해 축구라는 질주 미학이 보호되기 때문이다. 자, 다시 생각해보자. 공을 던질 때는 반드시 두 발이 경기장 밖에서 땅에 닿은 채로 던져야 한다. 그리고 양손을 머리 위로 넘기면서 이마 앞으로 던져야 한다. 왜 이렇게 규정했을까. 이렇게 해야만 멀리 던지지도 못하고 방향을 속이는 얄팍한 속임수를 쓰지 않게 되는 것이다. 만약 제멋대로 던지게 한다면 지금 전 세계 모든 선수들은 손으로 멀리 던지기 연습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축구에서는 공이 옆줄 바깥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역이용하면 코너킥보다 정확한 크로스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모든 축구 전술이 무의미해진다. 좁은 공간을 파고드는 패스워크, 좌우측 수비수들의 오버래핑, 그 밖에 오프사이드 전술을 깨기 위한 수많은 전술이 불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스로인 상태에서는 오프사이드 룰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멀리 던지기 출신 선수를 스카우트해 스로인 공격 때마다 이 선수에게 맡기면 코너킥보다 짜릿한 찬스를 90분 동안 스무 번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다.

    발로 차는 것보다 한계가 많은 손으로 던지기. 이 규칙엔 축구를 축구답게 완성시키기 위한 지혜가 담겨 있다. 가까운 선수에게 손으로 던지기 때문에 그 동작이 이뤄진 다음부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놀라운 축구의 역동성이 재현되는 것이다.

    애독자를 위한 깜짝 퀴즈. 축구에서는 수만 가지 골 장면이 터져나온다. 다양한 공격 전술에 의한 골도 있고 상대 수비의 실수에 따른 자책골도 있다. 코너킥이나 프리킥 상황에서 멋진 궤적을 그리는 골도 많다. 그렇다면 공격자가 스로인을 했는데 이 공이 그 누구의 신체에도 닿지 않고 바로 골문으로 들어갔다면, 그것은 골로 인정될까? 다음 회 칼럼에서 풀이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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