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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먹고사는 미녀새 “적수가 없다”

러 이신바예바 대구국제육상 장대높이뛰기서 또 우승 … 미모로, 실력으로 끝없는 인기 독주

  • 김성규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imsk@donga.com

우승 먹고사는 미녀새 “적수가 없다”

우승 먹고사는 미녀새 “적수가 없다”
10월3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7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는 여자 장대높이뛰기 종목에서 러시아 출신 미녀선수 옐레나 이신바예바(25·사진)가 얼마나 독보적인 존재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6000여 명의 관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라는 칭송을 듣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싶어 안달이었지만,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한참 동안이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경기는 오후 3시20분쯤 시작됐고, 장대높이뛰기의 바는 3m40cm에서 출발했다. 그 시각 이신바예바는 바와 매트가 있는 곳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트랙에 자리잡고 누워 긴 휴식에 들어갔다. 얼굴은 아예 재킷으로 덮어버렸다.

노동자 집안 출신 … 기계체조 하다 전향

바의 높이는 3m60cm를 거쳐 3m80cm, 4m, 4m15cm, 4m30cm, 4m45cm로 계속 올라갔지만 이신바예바는 그 자세 그대로였다. 오후 5시경. 다른 선수들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 그래서 이제 경기장을 떠나기 위해 짐을 꾸려야 할 때가 돼서야 이신바예바의 경기는 시작됐다.



양손으로 긴 장대를 정면을 향해 들고 스타트라인에 선 이신바예바의 모습은 말 위에서 적을 향해 창을 겨누는 중세기사처럼 엄숙했고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큰 보폭의 도움닫기는 가벼웠으며, 매트 앞에서 장대를 지면에 찔러 넣는 동작은 힘찼다. 도움닫기로 최고조에 달한 운동에너지는 갑자기 땅에 꽂혀 멈춘 장대에 고스란히 전해져 한껏 휘게 만들었고, 장대는 이를 탄성에너지로 쏟아내며 이신바예바를 수직 방향으로 공중에 붕 띄워 올렸다.

“공중에서 바를 넘을 때 온몸의 세포가 곤두서면서 전율이 느껴져요.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죠. 이 느낌을 사랑해요.”

우승 먹고사는 미녀새 “적수가 없다”
이신바예바는 4m65cm를 1차 시기에서 가볍게 넘었고, 4m80cm 역시 첫 시도에서 넘어 단 두 번의 시도로 이날 대회에서 우승했다. 2위는 한때 이 종목 세계 챔피언이었던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러시아)로, 8차례의 시도 끝에 4m70cm까지 넘었다.

이신바예바는 1982년 6월3일 러시아 남서쪽 인구 100만명이 조금 넘는 공업도시 볼고그라드(예전 스탈린그라드)의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부모가 맞벌이로 생계를 꾸려나가느라 바빴던 탓에 5세 때부터 기계체조 학원에 다녔다. 아버지는 배관공이었고, 어머니는 보일러실에서 일했다. 나중에 여동생 이나도 언니를 따라 체조학원에 다녔다.

이신바예바는 체조를 할 때부터 승부욕이 남달랐다. 그는 2007 대구육상대회가 열리기 이틀 전인 10월1일 숙소인 대구의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자신의 승리 욕구에 대해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다”고 답했다. 어릴 때부터 뭐든 1등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우승 먹고사는 미녀새 “적수가 없다”

이신바예바는 “불가능은 아무것도 아니다(Impossible is nothing)”를 온몸으로 대변한다.

기계체조를 할 때도 그는 러시아 국내 대회에서 입상했을 만큼 유망주였다. 하지만 쑥쑥 자라는 키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15세였을 때 키가 1m70cm에 육박했다. 지금은 1m74cm. 그 신체조건으로 체조에서 1등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체조 코치는 이신바예바에게 체조 대신 장대높이뛰기를 권했다. 이신바예바는 “장대높이뛰기라는 종목은 들어본 적도 없다”며 거절했지만 “한번 해보고, 싫으면 그때 그만두라”는 코치의 말을 듣고 종목을 바꿨다. 그러고는 장대높이뛰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10년간이나 기계체조를 한 탓에 근력이 뛰어나고 공중에서 몸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데다 키까지 큰 이신바예바는 장대높이뛰기와 환상의 조합을 이뤘다. 성장 속도도 놀라웠다.

이신바예바는 참가하는 대회마다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해나갔고, 2003년 7월14일 영국 게이츠헤드에서 열린 대회에서 4m82cm를 뛰어넘으며 마침내 자신의 첫 번째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당시 여자 장대높이뛰기 1인자는 페오파노바였다. 페오파노바는 여자 장대높이뛰기가 처음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4m60cm로 금메달을 딴 미국의 스테이시 드라길라의 뒤를 이어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하지만 그의 시대는 이신바예바로 인해 짧게 끝나고 말았다.

이신바예바는 2003년 8월 파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페오파노바에게 우승을 내주고 3위를 하는 데 그쳤지만, 이후 신기록 행진과 함께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며 페오파노바에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이신바예바는 2005년 7월22일 영국 런던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열린 대회에서 5m를 넘었고, 2주 뒤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5m01cm로 자신의 18번째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이제까지 세계신기록 작성만 모두 20차례.

이젠 라이벌로 꼽을 만한 선수가 없을 지경이다. 올 8월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4m80cm로 우승한 이신바예바는 “현재로선 나를 이길 수 있는 선수가 없다. 유감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신바예바의 시선은 이제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전설’ 세르게이 부브카(우크라이나)를 겨냥하고 있다. 부브카는 세계선수권을 6연패했고 35차례나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운 끝에 1994년 7월 6m14cm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기고 은퇴한 선수.

2013년 세계육상대회까지 뛸 계획 … 미모 유지에도 공들여

2013년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할 계획인 이신바예바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은퇴 전까지 36번의 세계기록을 세우고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로서 이신바예바의 신기록 행진이 굉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그가 누리고 있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로서의 지위는 상당 부분 그의 아름다운 외모에서 기인한다. 이신바예바는 러시아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미모와 실력으로 스타덤에 올랐다는 공통점 때문에 곧잘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와 비교된다. 그런데 그게 그리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사람들에게 실력도 좋은 데다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말을 당연히 듣고 싶어요. 아름다운 존재라는 사실은 내겐 굉장히 중요하죠. 샤라포바와 나 같은 사람으로 인해 어느 특정 스포츠에 아름다움이 부여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닌가요.”

이신바예바는 요즘 발레 공연을 보는 재미에 빠졌다고 한다. 또 다른 취미는 모형 돌고래 수집. 지금까지 30개 정도를 모았다. “돌고래는 피부가 매끈한 데다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느낌 때문에 좋아한다”는 그는 언젠가 실제 돌고래와 함께 수영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꿈은 또 있다. 은퇴 뒤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싶다는 꿈도 있고, 나중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고 싶다는 꿈도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유치 때 홍보 대사를 맡으면서 자신에게 프레젠터로서의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됐다는 것. 현재 체육교육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은퇴 뒤 러시아에서 육상이 테니스 정도의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주간동아 606호 (p66~68)

김성규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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