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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인 기자의 ‘아저씨, 보기 흉해요’

참을 수 없는 간섭… “너나 잘하세요”

참을 수 없는 간섭… “너나 잘하세요”

생애 처음으로 ‘연애’란 것을 하게 된 스무 살 부끄럼 양과 어리버리 군. 밤이 으슥해진 시각, 여친을 바래다주던 어리버리 군은 경로를 살짝 틀어 어두컴컴한 골목길로 향했다. 아직 ‘날카로운 첫 키스’ 전이던 커플. 부끄럼 양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살짝 설레ㅆ다나. 골목길 구석에서 몇 번 ‘앙앙’ ‘몰라몰라’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다다랐는데…. 콩닥거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실눈을 뜬 부끄럼 양은 자신을 향해 오던 어리버리 군의 어깨 너머로 그림자 하나를 발견했다. 세상에, 웬 모르는 아저씨가 이들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화들짝 놀란 부끄럼 양. 시선이 마주친 아저씨는 이렇게 외치셨다.

“떼끼!”

아저씨가 어떤 정의감에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일은 부끄럼 양에게 테러로 기억되고 있다. 어쩌면 생애 한 자락을 아름답게 장식했을지도 모를 첫 키스의 추억이 아저씨 탓에 ‘○팔리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지 않은가. 그 후 오랫동안 부끄럼 양은 그 아저씨를 두고두고 ‘씹으면서’ 살고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

오픈된 공간에서 애정행각을 감행해본 적이 있는 청춘이라면 동네 아저씨에게 태클 당한 기억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버스의 일인용 좌석에 함께 앉은 커플에게 친절하게(!) 빈자리를 알려주는 것도 아저씨이고, 지하철 구석에서 ‘응응’하는 커플에게 “여기가 너희 집 안방이냐”고 훈계하는 것도 아저씨다. 불타오르는 젊음의 한 시절을 아저씨도 보내셨을 바 한 번쯤 눈감아줘도 되련만, 동방예의지국의 전통을 지키는 일에 관심이 많으신지, 아니면 본인의 애정사에 문제가 많으신지 아저씨들은 유독 ‘요즘 젊은것들’의 애정행각을 못 참아 하신다.

아저씨들의 간섭(?)은 애정행각에 그치지 않는다. 주된 간섭 대상은 주로 젊은이와 여자, 더 좁게는 젊은 여자에게 쏠리는데 그 관심 영역도 의상과 몸매, 취미 등 다양하다.



“아가씨들 옷차림 리버럴하네~.”

“하체가 축구선수 해도 되겠어, 관리 좀 하지.”

“얼마나 할 일 없으면 주야장천 드라마만 봐.”

물론 여동생 같고 딸 같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을 터다. 그러나 과유불급. 관심이 지나치면 상대는 원래 없던 정까지 다 떨어진다.

게다가 이건 좀 비겁하다. 아저씨들의 간섭은 솔직히 ‘만만한’ 대상에 쏠리지 않는가. 상사에게 “요즘 갈수록 머리가 휑해지시네요”라거나 “상무님, 오늘 넥타이는 좀 촌스러운데 바꾸시는 게 어떨까요” 같은 말을 스스럼없이 뱉을 수 있을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보시라.

“None of your business.” 당신의 기준이 진리는 아니며, 배려와 고민 없이 뱉은 충고는 상대의 반감만 살 뿐이다. 더불어 이런 간섭은 당신의 ‘꼰대’ 이미지를 완성시키는 데 한몫할 터다. 안 좋은 꼴을 봐도 웬만해선 참고 ‘요즘 것들은 원래 그러려니’ 하며 너그러워지시길. 자신이 ‘올드’한 게 아닌지 반성할 수 있다면 더없이 훌륭하다. “너나 잘하세요”란 말이 괜히 유행했던 게 아니다.



주간동아 603호 (p69~69)

구가인 기자의 ‘아저씨, 보기 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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