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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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풍경 디지털 화첩기행

  • 김준기 미술비평가 www.gimjungi.net

    입력2007-09-05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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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의 풍경 디지털 화첩기행

    임택의 작품 ‘옮겨진 산수 유람기’.

    경기도 파주 예술인 공동체 ‘하제마을’의 입주 작가 임택이 9월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종로 심여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회 제목은 ‘옮겨진 산수 유람기’.

    임택의 산수화는 독창적이다. 고전적 산수화와 달리 풍경을 입체화해 그것을 다시 디지털 프린터로 출력했다. 여기에 패러디가 가미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산과 바위에 인형이나 실재인물 사진을 배치함으로써 자연 속에 뛰어든 인간의 유희를 느끼게 한다.

    임택이 만든 합성 이미지는 고전과 현대의 콜라주이자 자신의 경험을 덧댄 것이다. 동료 화가들과 직접 산과 들로 화첩기행을 떠나 얻은 경험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리고 판타지적 요소도 들어 있다.

    고전 원본을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원본의 형상을 따다 쓰거나 원본의 주제 또는 소재를 옮겨 쓰는 경우, 원본의 내러티브를 끌어 쓰는 경우 등이다. 임택은 이 모든 요소를 복합적으로 이용한다. 나아가 디지털 미디어라는 도구를 통해 탈근대 시대의 매체환경 아래서 예술 창작과 향유 방식에 관해 진지한 성찰의 메시지를 던진다.

    한편으로 임택의 작업은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에 대한 모색이다. 디지털 문명은 이미지 생산의 목표와 공유방식을 뒤바꿔놓았다. 전자적으로 부호화한 이미지는 수천 년에 걸친 시각예술의 자산에 새로운 가능성을 무한히 추가한다. 그것은 단일한 신화를 복제 가능한 탈신화로 전환하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또 천재적인 작가가 유일무이한 창조 주체로서의 역할에만 기대지 않고 창작의 주체와 향유 주체가 교감하는 것을 전제로 창의력을 발산하는 문화민주주의를 형성하는 데도 기여한다.



    임택은 지금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실험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이 설치이든 사진이든 그는 예술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창의력과 독창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역과 국가, 인종, 민족 등 모든 이질적인 것의 경계를 넘어서는 디지털 이미지의 가능성을 발견해 차분하고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요컨대 임택의 작업은 설치와 조각, 그림과 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며, 나아가 예술을 둘러싼 여타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이다. 그만큼 그의 작업은 고전에서 출발해 20세기 이전 문명의 이분법적인 대립구조를 넘어 미래 디지털 문명에 대한 신뢰와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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