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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몸 보신 급급한 경찰 총수 리더십은 죽었다”

황운하 총경 “징계 부당, 소청 통해 바로잡을 것”

  • 인천=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몸 보신 급급한 경찰 총수 리더십은 죽었다”

“몸 보신 급급한 경찰 총수 리더십은 죽었다”
하극상인가, 아니면 민주적 의사표현에 따른 마찰에 불과한가. 이번에도 황운하 총경(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이다. 수년간 ‘경찰 수사권 독립’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황 총경의 언행이 또 한 번 조직 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가 한화그룹 사건 때 주장했던 ‘이택순 경찰청장 퇴진 요구’에 대해 경찰 수뇌부가 황 총경을 파면할지도 모른다는 설이 유포됐다. 하지만 이는 경찰 내부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8월29일 오전 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는 ‘조직의 위신을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이라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

현재 황 총경은 “징계가 부당하다”면서 법적 투쟁을 불사하고 나선 상황. 징계 다음 날인 8월30일 인천의 경찰종합학교에서 황 총경을 만났다.

-`징계 결정이 이뤄진 지난 밤 어디서 무엇을 했나.

“그날 유독 약속이 많았다. 애당초 경찰대 동문회와 ‘폴네띠앙(경찰 온라인 커뮤니티)’ 모임에 참석하려 했는데, 모임 분위기가 선동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단 참석하지 않았다. 막판에 잠시 폴네띠앙 사람들을 만나긴 했다.”



-`후배 경찰들의 반응은 어떤가.

“나를 마치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투사로 인식하는 듯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어제는 나 때문에 모인 사람들이었기에 분위기가 무척 고양돼 있었다. 무엇보다 경찰 수뇌부에 대해 분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스스로 중징계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엄청난 중징계다. 법으로 따지면 경징계로 분류될지도 모르지만, 징계를 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단히 무거운 징계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경찰 수뇌부가 파면 등의 중징계를 운위하다가 감봉이라니, 세간에 경징계로 인식되는 것이 더 억울하다.”

-`이 청장이 어째서 갑자기 황 총경 징계안을 들고 나왔다고 생각하는가.

“후배들이 이 청장에 대해 불신임하는 태도를 보인 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듯하다. 무엇보다 이 청장은 취임 이후 ‘경찰 수사권 독립’이라는 대의보다 자신의 보신을 위해 행동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에 한화그룹 사건을 수사 의뢰했다는 자체가 경찰조직의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다. 더구나 3개월이 지난 지금 그 문제를 갑자기 이끌어내 나를 중징계하겠다는 것이 감정적 대응으로 비친다. 조직의 최고관리자로서는 최악의 선택이다. 이 청장은 과연 이것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그의 안목과 리더십에 의문이 든다. 그의 리더십은 앞으로 불신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지금이라도 이 청장이 퇴진하는 게 경찰조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나.

“(정색하며) 지금은 아니다. 3개월 전 물러났어야 했다는 뜻이다. 지금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입장이 달라진 것 같다.

“그렇지 않다. 당시 ‘경치일(警恥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찰조직이 위기에 직면했다. 조직 최고 책임자로서 물러나는 게 최선의 위기수습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당시 청와대의 재신임으로 이 청장이 물러나지 않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 후 경찰조직 내부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무원으로서의 기본적 도의를 벗어난 일이다.”

-`그렇다면 현재 갈등의 핵심은? 이 청장의 아집인가.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는 뒤늦게, 굉장히 감성적인 ‘징계’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 청장의 태도 탓이다. 일단 징계가 이뤄졌기 때문에 청장의 징계 요구가 부당하다고 비판할 수 있는데, 그것을 다투는 길은 법적인 방법이 유일하다. 청장이 징계권을 갖고, 그것을 행사했다 해서 다시 퇴진 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지금은 징계에 대해 불복절차, 즉 소청이나 소송을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중징계를 받았더라도 입장이 지금과 같았을까.

“대응은 법적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파면됐다고 해서 청장 퇴진운동을 벌일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않나. 나까지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 논리적으로 대응하고 싶다.”

-`처음에 파면당할지 모른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심정은 어땠나.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더라. 징계대상이 될 만한 일이 아닌데도 공직자 신분 박탈을 거론하는 발상 자체가 ‘저 사람들이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의 파면해임 등의 신분 박탈을 하려면 위법사항이 명확해야 한다. 청장이 징계권을 갖고 있다고 해서 멋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수뇌부는 항명으로 이해했나 보다. 그런데 경찰 내 항명이나 하극상이란 개념은 조금 낯설다.

“내 행동은 항명이나 하극상이 전혀 아니다. 부하가 상사의 잘못을 지적하고 퇴진을 권유한 것이 어떻게 하극상이 될 수 있나. 왕조시대에도 임금을 물러나라고 할 수 있는 법이다. 느낌이 하극상이라고 곧이 곧대로 표현해선 곤란하다. 상부 명령을 거부했다거나, 상사를 폭행했다거나, 조직적 반발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 문제는 간단하게 지휘책임으로 해결할 수 있다.”

-`경찰을 천직으로 생각하는가.

“나는 경찰대(1기)를 졸업한 직후부터 경찰에 인생을 걸었다. 지금도 물론 경찰이기 때문에 조직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살고 있다.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으로부터의 수사권 독립’이라는 숙제를 풀기 위해서다. 천직은 아니지만 경찰 옷을 입은 이상 반드시 기여하겠다.”

-`일각에서 ‘황 총경이 파면당하면 바로 정치판에 뛰어들 것이다’는 말이 많았다.

“매우 서글픈 대목인데, 충분히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겠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대부분 조직 내 튀는 행동을 통해 이름값을 높여 정계진출의 발판으로 삼아왔던 탓이다. 나는 절대로 내 의지로 경찰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 경찰을 발판으로 정치로 도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무엇보다 현재 정치에 전혀 생각이 없다. 내가 살아온 원칙이 부정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경찰조직에 계속 몸담을 텐데, 불편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수뇌부와 소송하고 갈등을 빚으면 미운 털이 박혀 정상적인 조직생활이 불가능하리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경찰 총수는 조직의 오너가 아니다. 곧 나갈 사람들에 불과하다.”



주간동아 602호 (p16~17)

인천=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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