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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비호 막강 인맥 부모에게 물려받았나

모친은 평통, 부친은 민자당 중앙위원說 … 큰 씀씀이 충당 얼굴 없는 재정 후원자 초미의 관심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신정아 비호 막강 인맥 부모에게 물려받았나

신정아 비호 막강 인맥 부모에게 물려받았나
7월16일 미국 뉴욕으로 출국한 신정아(36) 전 동국대 교수의 행방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이 날린 소환장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허공을 떠돈다. 뉴욕의 한 식당에 신씨가 나타났다는 제보가 있었지만 확인되진 않았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최근까지 신씨는 한국의 지인들에게 연락해 자신의 심경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몇몇 지인에 따르면, 현재 신씨는 자신의 학력이 허위임을 공개한 예일대학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최근 신씨의 연락을 받았다는 한 지인은 “신씨가 조만간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예일대학에 대한 소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의 소송이 마무리되는 대로 귀국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흘러간 노래인 듯했던 신씨가 다시 핫이슈로 떠올랐다. ‘예일대 박사’의 진위 여부 검증이 1라운드였다면, 2라운드의 테마는 그를 둘러싼 주변 인사들의 ‘신정아 구하기’ 의혹이다. 변양균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의 외압 의혹은 2라운드에 불을 댕겼다. 신씨를 비호한 세력이 있다는 심증은 변 실장의 등장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는 대체 누구인가.

신씨가 주변에 ‘대단한’ 인맥을 구축한 시점은 1997년 말 금호미술관 큐레이터가 되면서부터라고 전해진다. 그때부터 신씨는 날개를 단 듯 경력을 쌓고 인맥을 만들었다. 특히 미술계 원로들이 그의 인맥 만들기에 힘을 보탰다. 원로들에게 깍듯했던 그의 처세술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한 원로 미술인의 말이다.

“1998년쯤 금호미술관에서 ·#52059;·#52059;대학 교수의 소개로 신씨를 만났다. 사람이 단정하고 예의 바른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좋은 인재라고 생각했다.”



미술관 큐레이터 되면서 대단한 인맥 구축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갖는 특성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큐레이터라는 직업 자체가 정치적인 자리이며,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엄청난 인맥을 구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97년 금호미술관에서 그를 통역 담당 아르바이트로 채용했던 경기대 박영택 교수는 “미술에 관심이 있는 정·관·재계 인사들과 자연스레 자리를 같이하는 사람이 큐레이터 아닌가.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인맥의 중심에 서기도 하고 막강한 인맥의 한 끝을 차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변 실장과 신씨의 첫 만남이 이뤄진 곳도 다름 아닌 미술관이다. “전시회 등에서 신씨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시중에는 이와 같은 ‘자연스럽고 우연한’ 방식으로 신씨와 만난 정·관·재계 인사들의 이름이 떠돌고 있다. 정치인 L, K씨 등의 이름은 실명으로 거론될 정도다.

신씨는 불교계에도 상당한 인맥을 가지고 있었다. 2005년 교수 임용 당시부터 각종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불교계가 힘을 합쳐 그의 교수 만들기를 도왔던 이유도 모두 이런 후광 때문이다. 올해 초 신씨의 학력위조 의혹을 공식 제기한 장윤 스님이 신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동국대 이사직에서 해임됐을 만큼, 신씨를 싸고 도는 불교계의 보호막은 단단했다. 신씨에 대한 공격이 곧 불교계에 대한 ‘불경(不敬)’이었던 셈이다.

신씨가 불교계에 막강한 인맥을 가졌음은 학력위조 의혹이 불거진 직후 터져나온 바 있다. 신씨의 모친 이모 씨가 경북 청송·안동 등에서 상당한 불교계 인맥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나돌았다. 이씨를 잘 아는 청송지역 인사의 설명이다.

“1990년대 중후반까지도 신씨 집안은 상당한 재력을 갖추고 있었다. 청송·안동 지역에서는 이 집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이씨는 이때부터 불교계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하며 지역 유지로 활동했다. 신씨의 불교계 인맥은 모친에게서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최근 신씨와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는 불교계와 정계 인사들이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혀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의혹의 한복판에 서 있는 변 실장은 청와대 불자 모임인 ‘청불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불교 관련 현안이 생기면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과 만나 의견을 나눌 정도로 불교계 사정에 정통하고 넓은 인맥도 갖고 있다. 불교계에서 지관 원장과 반대 입장에 서 있는 동국대 이사 영담 스님과도 가깝다.

신씨 집안은 정계 인사들과도 두터운 교분을 나눴다고 전해진다. 신씨 주변 인사들은 “어머니 이씨의 인맥이 신씨에게 큰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관련자들 찜찜한 해명에 의혹만 증폭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1996년 작고한 신씨의 부친은 지역에서 상당한 정도의 정치력을 갖고 있었다. 신씨의 부친은 90년대 초반 집권당이던 민자당의 안동 지역 중앙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모친 이씨의 정치력도 상당했다고 지역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복수의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1996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래 선거 때마다 이씨의 이름이 특정 정당 후보의 측근 또는 선거 관계자로 거론되곤 했다는 것. 청송 지역 한 경제인의 설명이다.

“2002년 지방선거 당시 이씨를 처음 만났다. 이전에도 이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은 터였다. 매우 활발하게 선거를 도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직 청송군수와는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고 들었다.”

그는 또 이씨가 지난해 말 안동 지역 평통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신씨 관련 의혹 중 하나는 ‘경제적 후원자가 과연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경제적으로 파산상태에 가까웠던 신씨의 씀씀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현재 신씨는 서울 서대문세무서와 고향인 경북 청송군 청송농협 진보지점 등에 총 1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 신씨는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 2005년 11월 법원 결정에 따라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청송농협 진보지점에 따르면, 신씨의 모친 이씨는 2002~2003년 1억원이 넘는 돈을 대출받았고 당시 신씨는 보증을 섰다. 이 돈은 외제차 구입비와 신씨의 원룸 보증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별한 소득원이 없는 이씨는 결국 빚을 갚지 못했고, 그 빚은 고스란히 신씨의 채무로 남게 됐다. 이씨와 친분이 있는 한 지역 인사는 “당시 이씨가 딸의 유학자금이 필요하다며 지인들에게서 돈을 많이 빌려갔다. 그러나 빌려준 돈을 돌려받은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8월28일 청송농협 진보지점은 신씨의 채무와 관련해 이사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억대의 빚이 있음에도 유력 인사들에게 고가의 선물을 안기며 인맥을 관리해온 ‘에르메스의 여인’ 신정아.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준 누군가가 있지 않고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세간의 의혹은 충분히 이유가 있어 보인다.

한편 신씨 비호세력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와 불교계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고 있다. 신씨를 둘러싼 외압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해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의혹의 핵심인 변 실장과 장윤 스님은 마치 입을 맞춘 듯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관련 보도가 나온 뒤 변 실장은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전시회 등에서 신씨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지만, 신씨와 개인적 친분은 없다. 사태 무마를 위해 장윤 스님을 만나 회유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장윤 스님도 조계종을 통해 “변 실장을 만나 전등사와 불교계 현안을 상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변 실장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신씨와 관련한 회유나 협조 부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춰진 진실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자주 번복되는 장윤 스님의 주장과 변 실장의 외압 의혹은 사건 흐름의 정황적 증거들과 딱딱 맞아떨어진다.

최근 한나라당은 변 실장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정권 말기의 권력형 비리라며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철저하지 않을 경우 특검 추진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개인의 학력위조로 시작된 이 사건의 끝이 과연 어디일지 지금으로서는 종잡기 힘들어 보인다.



주간동아 602호 (p13~15)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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