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2

2007.09.11

정윤재, 신정아, 그리고 청와대

  • 주간동아 차장 김시관

    입력2007-09-05 09: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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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1월16일자(368호)로 발행된 ‘주간동아’ 커버스토리는 ‘떠오르는 40대, 주목받는 40인’이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떠오르는 별을 찾는 이 기사에 정윤재 전 대통령 의전비서관을 뺄 수는 없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을 공유한 그는 참여정부 386인맥의 핵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취재를 위해 김해공항에서 만난 그는 개혁에 대한 열정을 가진 ‘예의 바른’ 부산 청년이었습니다.

    요즘 그가 구설에 오르고 있습니다. 국세청 고위관계자와 업자를 만나게 한 게 탈이 난 모양입니다. 정 전 비서관은 “만남을 주선했지만 다른 문제는 없다”고 해명합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다른 때와 달리 정 전 비서관의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얼굴 없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직접 나와 해명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래야 그도 살고 주변 사람도 삽니다. 그의 뒤에는 요직에 발탁되지 못한, 그러면서도 개혁이란 화두를 거머쥐고 ‘바닥을 기는’ 이름 없는 386이 많습니다. 정 전 비서관이 의혹을 풀지 않으면 이들이 설 자리를 잃습니다. 풀리지 않은 의혹은 바람을 타고 청와대로 날아갈지도 모릅니다. 하산길에 나선 노 대통령은 느닷없이 닥친 이 바람에 흔들릴 수도 있고요. 레임덕은 통상 그렇게 오는 법이지요.

    7월 말, 그의 이야기를 실으면서 사실 모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허위학력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 씨 말입니다. 모든 언론이 마녀사냥하듯 그의 뒤를 파헤쳤고 ‘주간동아’도 그 뒤를 따랐습니다.

    가방을 끌고 미국 공항을 나서는 신씨를 보고서야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낯선 땅에 그를 위로할 단 한 사람의 지인(知人)이라도 있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폭풍’을 피하길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고위공직자가 부탁했다거나 대선후보급 인사가 뒤를 봐준다는 훨씬 모진 의혹에 갇혀버렸습니다. 천지를 뒤흔드는 이 의혹의 굿판을 신씨는 넋을 놓고 보겠지요.

    정윤재, 신정아, 그리고 청와대
    듣자 하니 신씨는 지인들에게 불편한 속내를 피력했습니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도 없지 않을 겁니다. 귀국하십시오. 숨어 지내니 사건은 자꾸 커지고 뒷말이 나옵니다. 시간을 지체하면 학력의혹은 권력형 스캔들로 변할 수 있습니다. ‘토끼로 늑대’를 만드는 곳이 한국 정치입니다. 커튼 뒤의 의혹을 풀어놓아야 스님들이, 청와대가 편해집니다. 종교와 청와대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스님을, 청와대를 걱정하는 삶을 강요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주간동아 차장 김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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