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8

2007.08.14

혈압 유지가 치매 예방 첫걸음

  • 주환 부산의료원 신경과장

    입력2007-08-08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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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압 유지가 치매 예방 첫걸음

    노인전문요양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치매 노인.

    몇 년 전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노년에 가장 걸리기 싫은 질병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첫째가 뇌졸중, 두 번째가 치매로 나타났다.

    특히 평균수명이 80세를 넘나드는 요즘 치매 문제는 더는 쉬쉬하며 숨기거나 나이 탓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여러 역학 연구가 보여주는 치매 유병률은 80세 이상에서 30~50%로 나타나고 있다. 치매는 가족이 감당하기엔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큰 질병이라는 점에서 향후 사회 문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대의학은 치매의 여러 위험인자를 알아냈는데 고혈압도 그중 하나다. 치매의 두 가지 큰 갈래는 뇌에 영양을 공급하는 뇌혈류 장애로 인한 혈관성 치매와 뇌세포 자체의 퇴행에 의한 알츠하이머형 치매다. 두 치매의 발병비율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관성 치매는 팔다리의 갑작스러운 마비가 없을 뿐, 넓게 보면 뇌졸중의 한 변형으로 볼 수 있어 혈관성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뇌졸중이나 심장병의 예방 원칙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의 정상 유지, 금연, 운동, 비만 방지 등이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상 혈압의 유지다.

    근래 여러 연구 결과를 비교해보면 아스피린 같은 항혈전제를 통한 재발 위험률의 감소보다 혈압조절을 통한 뇌졸중 재발 위험률의 감소가 더 큰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한 정상범위라도 혈압이 낮을수록 재발률이 낮아 혈압조절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압의 연관성은 조금 복잡하다. 퇴행성 치매에 고혈압으로 인한 뇌혈류 장애가 관여한다는 여러 증거를 보면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정상 노인보다 고혈압이 있을 가능성이 높을 듯한데, 실제로는 그 반대 결과를 보인 연구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고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오히려 해로운 것일까.

    재미있는 것은 중년기(40~60세) 고혈압을 가진 군(群)을 대상으로 20년쯤 뒤 치매 유무를 판정한 연구에서는 오히려 고혈압이 있는 군이 치매 발병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두 결과에 대한 해석은 다양한데, 정상 혈압을 가진 노인의 경우 혈관성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적으니 더 오래 살 것이고, 오래 살면 당연히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 외형적인 결과에 편이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치매에 걸릴 경우 교감신경과 관련한 신경체계의 변화로 혈압이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오랜 기간에 걸쳐 고혈압으로 인해 축적된 전신 동맥의 경화가 오히려 혈압을 떨어뜨렸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중년기 고혈압 환자가 별 치료 없이 노년이 됐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고혈압이 유발했을 20여 년 동안의 지속적인 뇌혈류 장애로 인한 뇌세포의 퇴행, 알게 모르게 지나갔던 뇌졸중으로 인한 뇌세포의 파괴, 혈관이 좁아지면서 더욱 심화되는 뇌혈류 장애는 결국 치매에 걸릴 확률을 높일 것이다. 따라서 중년기 혈압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어떤 건강식품이나 장수법보다 증명된 치매 예방법이다.
    혈압 유지가 치매 예방 첫걸음
    한편 치매가 없는 고령 고혈압 환자는 급격하고 과도한 혈압조절을 삼가야 한다. 이 경우 좁아진 혈관의 저항을 극복하고 높은 압력에 의해 뇌혈류가 유지되는데, 혈압을 지나치게 떨어뜨리면 오히려 혈류 장애를 일으켜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주환 부산의료원 신경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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