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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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그룹 M & A 주역 ‘거침없는 드림팀’

유경선 회장 비밀리에 운영 명확한 기업분석 정평, 로또·서울증권 인수 등 혁혁한 전과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7-08-08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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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그룹 M & A 주역 ‘거침없는 드림팀’

    유진그룹 본사.

    시작은 ‘건빵’이었다. 1969년 설립돼 20여 년간 군대에 건빵을 공급한 영양제과공업이 그 모태였다. 그러다가 84년 레미콘업체로 탈바꿈하면서 비로소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86년 10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2005년 8700억원으로 늘었고, 2007년에는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종합그룹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유진그룹(이하 유진)’의 성장사는 여느 재벌과 다를 바 없다. 매년 30% 넘는 고속성장을 기록한 결과, 현재 회사 규모는 창사 이래 300배나 늘었다. 올해에만 벌써 물류기업 ‘로젠’과 ‘서울증권’을 인수했다. 다른 재벌과 경쟁해 2기 로또복권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유진의 거침없는 사업확장에 재계는 긴장감과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유진의 성장 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핵심 멤버는 증권사·대기업 출신 5, 6명

    유진이 재계의 ‘관심주’로 떠오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재계가 유진의 존재를 인식한 계기는 2004년 유진의 고려시멘트 인수였다. 이에 대해 당시에는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전형적인 M·A(기업 인수·합병)라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 뛰어든 대우건설 인수전도 재계에 유진의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됐다. 이 인수전에서 유진은 재벌그룹을 능가하는 현금동원 능력과 빠르고 정확한 기업분석 능력을 선보여 만만치 않은 조직임을 과시했다. 요즘 재계에서는 “유진이 참여하지 않으면 M·A 흥행이 어렵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유진의 성공적인 사업확장 배경에는 ‘드림팀’으로 불리는 막강 M·A팀이 있다고 전해진다. 이 팀은 창업 2세인 유경선 회장이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 외부에서 움직이는 이 팀은 유진의 사업을 통제하는 컨트롤타워 구실을 한다. 팀의 핵심 멤버는 증권사 대기업 등에서 잔뼈가 굵은 5~6명의 기업분석가 출신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체가 드러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 그룹 내에서도 이 팀의 존재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유진 측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룹 내의 정식 직제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로또사업, 서울증권 인수 등 모든 M·A가 이 팀의 작품이다. 홍보를 맡고 있는 사회협력팀이나 핵심 영업조직에서도 이 팀의 활동을 전혀 몰랐을 정도다.”

    드림팀의 능력은 최근 로또사업권 선정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불과 2개월여의 작업으로 CJ, 코오롱 같은 굴지의 대기업들을 누르고 로또사업권을 따낸 것. 드림팀의 무기는 기획력이었다. 사회환원을 주된 테마로 한 ‘나눔로또’ 컨셉트가 사행성 시비로 골치를 앓던 정부의 고민을 일시에 해소해준 것이다. 이를 두고 재계 관계자들은 “많은 대기업이 사업확장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형태의 팀을 운영했지만, 유진의 드림팀만큼 탁월한 성과를 낸 경우는 드물다”고 입을 모은다. 주로 M·A 업무를 맡고 있는 드림팀은 2000년경 고려시멘트 인수를 준비하면서 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M·A로 이름을 떨치는 유진도 시련을 겪었다. 특히 기업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던 대우건설 인수 실패에 대해 유진 측은 지금도 아쉬움을 토로한다. 유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 말했다. 극동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어 웅진그룹, STX 등과 경합을 벌이다 주저앉은 일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유진 측 또 다른 관계자는 “대우건설에 비하면 극동건설의 경우에는 사실 아쉬울 것이 없는 싸움이었다.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아시아 최대 규모로 성장시킨 드림시티방송까지 매각하며 준비했던 만큼 그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서울증권 인수는 대우건설 인수 실패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기획된 작품이었다. 관계자들은 “대우건설 인수 실패 직후 새로운 인수기업을 증권사로 정한 것도 대우건설 인수 실패 이유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고육지책이었다”고 전한다. 유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대우건설 인수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정보부족 때문”이라고 판단해서라는 것.

    한 관계자는 “유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 실패 원인을 정보전의 패배로 생각했다. 이런 분석은 기업 관련 정보가 모이는 금융사를 갖지 않고는 대규모 사업확장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서울증권 인수로 연결됐다”고 전했다.

    요즘 유진 주변에는 ‘시사저널’ 인수설이 무성하다. 그룹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펄쩍 뛰지만 꼬리를 문 소문은 고개를 숙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유진의 영토 확장도 재계 관심사로 부상 중이다. 그룹 측은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자리한 본사 부근의 부동산을 최근 집중 매입했다. 2002년경부터 이 부근 토지를 꾸준히 매입해온 그룹 측은 올 5~6월에 인근 부동산 3필지를 추가로 매입했다. 공시지가로만 ㎡당 1300만원이 넘는 금싸라기 땅이다. 현재 매입에 성공한 부동산 가치만 공시지가 기준으로 300억원에 달하는데, 인근 부동산업자들은 “실제 거래가격은 그보다 2배 이상 높다”고 설명한다. 이 지역은 현재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준비 중인 M·A도 여러 개 ‘소문’

    유진은 5월 말 계열사로 편입한 부동산개발업체 ‘메트로피에프브이’를 통해 본사 인근 부동산을 매입했다. 재계에서는 ‘유진이 광화문 한복판에 사옥 신축을 준비 중이다’ ‘대규모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등의 분석을 내놓는다. 이에 비해 그룹 측은 차분한 분위기다.

    “매입한 부동산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재개발 계획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천천히 계획을 세울 생각이다. 이미 인근 지역 부동산은 개발이 결정된 상태다. 조만간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진의 영토·사업 확장에 대한 꿈은 끝이 없어 보인다. 이미 뛰어들었거나 준비 중인 M·A만도 여러 개라는 소문이다. 유 회장의 동생 유창수 서울증권 부회장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증권사 외에도 보험사와 상호저축은행 등을 추가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몇 개 사와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유진의 다음 목표가 교보증권, SK증권 또는 대한통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계열사 32개에 총 자산규모 1조5000억원, ‘철인 3종 경기를 하는 CEO’를 앞세운 유진그룹의 영토·사업 확장을 재계는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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