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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대한민국 弱軍

北 재래식 공격에 눈 뜨고 당할라

“참여정부 전작권 환수·국방개혁 후유증 우려 … 전력 증강 없이 先 지상군 감축도 안 될 말”

  • 윤상호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ysh1005@donga.com

北 재래식 공격에 눈 뜨고 당할라

北 재래식 공격에 눈 뜨고 당할라

노무현 대통령이 군의 첨단장비를 둘러보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절대로 이양받지 말라며 서울 한복판에서 시위하던 분들, 지금 다 어디로 가셨습니까. 웃읍시다.”

6월 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공무원의 선거중립 위반) 결정을 받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평가포럼 강연 중 한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참평포럼 강연에서 전시작전권 환수를 현 정부가 거둔 외교안보 분야 성과의 하나로 거론하며 이에 반대한 역대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예비역 관계자를 비꼬았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군 안팎의 비판과 우려에도 ‘주권’ ‘자주군대’를 명분으로 전시작전권 환수를 줄기차게 추진했고, 결국 그 목표를 달성했다. 올해 초 한미 양국이 2012년 4월17일 전시작전권을 한국군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한 것.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비해 대규모 병력감축과 군 구조개편을 골자로 한 국방개혁도 착수했다.

국방부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다목적 실용위성 등이 배치되는 2010년대 초반이면 독자적인 대북억지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대로 과연 우리 군과 안보의 미래는 ‘장밋빛’일까?

생화학탄두 장착 북한 탄도미사일 대책 전무



전직 군 수뇌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선 전시작전권 환수와 국방개혁이 초래할 ‘안보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먼저 몇몇 첨단 정보자산을 도입하더라도 유사시 북한의 가공할 재래식 위협에 독자적으로 대처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공통된 견해다. 한 예로 생화학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국방부는 통상적인 단거리미사일 발사 훈련이라고 과소평가했지만, 북한이 5월25일과 6월7, 19일 동서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은 사거리가 100km 안팎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는 핵심 위협이다.

또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선 현대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즉각적인 지휘체계가 중요한데, 전시작전권 환수로 인한 지휘체계의 강제적 분리는 안보 부담을 자초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노 대통령은 여러 차례 걸쳐 “북한의 군사위협을 부풀리고 한국의 국방력을 폄훼하는 경향은 고쳐져야 한다”고 밝혔지만, 미사일 외에도 장사정 포와 12만명의 최정예 특수부대의 위협은 절대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국방개혁에 따른 병력과 부대 감축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국방부는 현 68만명(지난해 말 기준)의 병력을 복무기간 단축 등을 통해 2020년까지 50만명으로 줄일 계획이다.감축 대상은 대부분 육군으로, 병력 감축에 따라 육군 군단은 10개에서 6개로, 사단은 47개에서 20여 개로 크게 줄어든다. 병력과 부대 수가 줄더라도 화력을 보강하면 전투력은 더 강화될 것이라는 게 국방부의 주장이다.

“장사정 포와 12만명 특수부대 위협” 美 연구기관도 경고

하지만 북한의 대규모 지상전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감축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된 바 있다. 세종연구소는 2월 발간한 ‘한국의 국가전략 2020’에서 “117만명에 이르는 북한 병력의 감축 없이 우리만 대규모로 줄이는 것은 위험하다. 양적 열세를 상쇄할 수 있는 전력 증강과 함께 병력 감축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라고 지적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버넷 박사도 지난해 말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이 의뢰한 연구용역보고서에서 “한국 육군 병력의 감축이 북한군 특수부대 같은 ‘은폐된 위협’에 대한 대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통일 후 안정화’ 작전 시 수년간 북한에 최소 40만~50만명의 한국 지상군이 배치될 가능성이 높아 새 전략이 개발되지 않는 한 이는 아주 높은 위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도 3월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국의 병력 감축과 복무기간 단축이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개전 초 막대한 재래식 전력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집중 공략할 북한군의 속전속결 전략과 한반도의 좁은 종심을 고려할 때 병력과 부대 수를 대폭 줄이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군사적 실기(失機)’가 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해온 군 사법개혁법안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최근 육해공군 참모총장들에게 ‘국회에 계류 중인 군 사법개혁법안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아 국회에 제출했다. 군 사법개혁을 둘러싸고 군내 이견이 있는 것처럼 비친 것이 법안 통과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2년 전 군 수뇌부와 주요 지휘관들이 지휘권 보장과 확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혁안을 개선해줄 것을 요구한 전례를 감안할 때 사실상 ‘등 떠밀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안을 토대로 발의된 이 법안의 핵심은 각 군의 사단급 이상에 설치된 군 검찰과 법원을 국방부로 통폐합해 일선 지휘관의 재판 관여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부대지휘관들의 사법 지휘권을 축소하는 군 사법개혁안은 군 기강의 생명인 지휘권과 상충한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왔다. 특히 군 수사기관에 대한 군 검찰의 지휘권을 강화할 경우 군 검찰이 ‘군내 권력기구’가 돼 일선 지휘관이 제대로 지휘권을 행사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간동아 2007.07.03 592호 (p32~33)

윤상호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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