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2

2007.07.03

‘최고의 名醫’ 숲 처방전 아십니까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07-06-27 17: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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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名醫’ 숲 처방전 아십니까
    잘 먹고 잘 사는 웰빙 열풍에 이어 숲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내추럴빙(Natural-being)이 뜨고 있다. 숲은 인류의 고향이다. 어느 순간부터 도시 사람들 입에서 부쩍 ‘산림욕’ ‘자연휴양림’이란 단어가 자주 오르내린다. 그만큼 숲에 대한 갈망이 강해진 것이다. 도대체 숲에는 어떤 과학의 신비와 건강의 비밀 코드가 숨어 있는 걸까. 숲 전도사인 저자는 “숲은 명의를 보유한 종합병원이자 신이 준 보약”이라고 말한다.

    먼저 숲 속에는 자연 살균제 피톤치드(Phytoncide)가 휘몰아친다. 식물의 파이톤(Phyton)과 ‘죽이다’의 사이드(cide)가 합쳐진 말로, 식물이 내뿜는 방어용 휘발성 물질이다. 숲 속에 들어갔을 때 풍기는 시원한 숲 냄새가 바로 피톤치드다. 피톤치드는 면역력을 높여주고 마음을 안정시켜 스트레스 감소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우울증이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 숲으로 가라.” 숲은 자연광선 치료실이다. 화살처럼 작렬하는 도심의 햇볕이 아니라 나뭇잎 사이로 쬐는 간접 햇볕은 비타민 D를 몸 안에 합성해주고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한다. 숲 속을 걸으며 땀을 흘리면 어느 순간 우울증과 불면증이 사라진다.

    숲에서는 또 오래 걷고 많이 운동해도 쉽게 피곤을 느끼지 않는다. 숲 속에서 먹는 술은 취하지도 않는다. 도심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풍부한 산소 덕분이다. 최근 음이온 공기청정기, 에어컨, 팔찌 등이 유행하고 있다. 음이온이 마치 신비의 물질인 듯 인식되고 있지만 음이온의 원조는 숲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사무실 주변에 숲이 있는 직장인들의 이직 의사는 숲이 없는 지역의 직장인에 비해 훨씬 낮았다. 무슨 이유일까. 출퇴근 때나 점심시간에 잠깐씩 숲에서 산책하며 스트레스를 줄였기 때문이다.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는 공공의 적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은 개인에게도 불행한 일이지만 사회적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숲이 주는 자극은 도시에서 우리가 일상으로 받는 자극과 달리 인체 생리에 가장 적합하다. 최근에는 숲에서 생활하면서 아토피성 피부염을 치료했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숲에서 변하는 것은 우리 몸만이 아니다. 숲은 마음과 정신도 건강하게 해준다. 다양한 자극과 편안한 느낌이 있는 숲은 감정과 기분을 긍정적으로 바꿔놓는다. 또한 숲은 침묵의 소리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온갖 소리와 부대끼며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침묵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무작정 숲을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저자는 좀더 흥미롭고 알찬 산림욕을 위한 제언도 빼놓지 않는다. 기왕이면 글이나 그림, 사진으로 숲을 좀더 느끼기를 권한다. 숲에 관심을 가져야 애정이 생기고 무심코 지나쳤던 것에 흥미를 느끼게 마련이다. 내가 먼저 야생화를 불러줘야 야생화도 대답을 한다.

    시멘트 숲에서 탈출하기 어려운 도시 사람들에게 편안한 산림욕은 연례행사다. 이럴 땐 상상으로 숲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숲 사진을 깔고, 자연음이 담긴 CD를 들으면서 숲을 걷는 ‘상상 워킹’을 하는 것이다.

    숲은 개발의 대상이 아닌 우리 삶을 좀더 행복한 차원으로 이끌어주는 매력을 지닌 건강 자산이다. 올 여름 바닷가에서 태양과 맞서는 휴가도 좋지만 호젓한 숲 속에서 피톤치드 샤워를 할 것을 적극 권한다.

    신원섭 지음/ 지성사 펴냄/ 240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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