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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 컨설팅? 엄격한 가정교육이 먼저죠”

‘펠릭스 클라비스’ 데이비드 황 대표 “상류층 부모, 자녀 소질과 행복 첫 번째 고려”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가문 컨설팅? 엄격한 가정교육이 먼저죠”

“가문 컨설팅? 엄격한 가정교육이 먼저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사무실에서 만난 데이비드 황 펠릭스 클라비스 대표.

‘아이비 와이즈(Ivy Wise) LLC.’ 미국 상류층 자녀의 커리어 플래닝을 돕는 ‘프리미엄급’ 교육컨설팅 회사다. 10여 년 전 미국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일하던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이 회사는 미국 50대 기업 소유자의 자녀나 손자 등을 대상으로 교육컨설팅을 제공해왔다. 미국 명문대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학업, 봉사활동 스케줄을 짜주는 것은 기본이고, 다방면에서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최근 신문, 잡지를 통해 널리 알려지며 대중화된 ‘아이비 와이즈’는 교육컨설팅 업체의 선구자로 통한다.

한국판 ‘아이비 와이즈’ 명성

아직 베일에 가려 있지만 한국에도 ‘아이비 와이즈’와 비슷한 개념의 교육컨설팅 업체가 존재한다. 1999년 설립된 ‘펠릭스 클라비스’가 그 주인공. 국내 50대 기업 소유자의 직·방계 혈족에게 커리어 플래닝 서비스를 제공해온 ‘펠릭스 클라비스’ 데이비드 황(41) 대표는 재계에서 ‘가문 컨설팅의 원조’로 손꼽힌다. 각 가문의 특성과 자녀의 소질을 파악하고 직업 환경의 변화를 예측함으로써 맞춤형 진로 지도를 해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조용한 행보’를 고집했던 황 대표는 “상류층의 교육컨설팅에서 배울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기자의 거듭된 요청에 조심스럽게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자녀의 소질과 행복을 첫 번째로 고려하는 것이 현명한 상류층 부모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저희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부모의 교육철학’입니다. 아무리 돈이 많다 해도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는 데만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졸부 스타일의 부모는 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자녀가 다방면을 두루 경험하며 한 기업을 이끌 수 있는 ‘총체적 인간형’으로 성장하는 게 많은 고객들의 바람인데, 그것이 저희의 교육목표이기도 합니다.”



황 대표가 재벌가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유명 사립고교인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부시 대통령의 출신교)를 거쳐 미시간대학, 코넬대학을 졸업한 그는 당시 이화여대 언어교육원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그의 뛰어난 ‘영어작문 강의’는 교수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얼마 후 고상한 분위기의 한 부인이 “자녀를 지도해달라”며 그를 찾아왔다. 교원 신분인 데다 미국에서 교육컨설팅 사업을 펼치려 했던 그는 처음 그 제안을 받고 망설였다. 하지만 한국에 체계적인 유학컨설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며 부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것이 상류층을 대상으로 교육컨설팅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한 가문의 첫째 자녀를 지도했더니, 자연스럽게 그의 동생과 친척까지 교육컨설팅을 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부모의 성향과 가풍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만큼 형제나 남매를 함께 지도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지요. 호텔업, 정유업, 유통업 등 각 가문이 주력하는 사업을 고려해 자녀가 진학할 대학이나 전공과목을 골라주는 것이 가문 컨설팅의 시작이었습니다.”

‘교육컨설팅’의 범위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정밀하고 광범위하다. 입시준비, 학업 및 직업계획 수립을 돕는 것은 물론 인성교육과 리더십 교육까지 다양하게 실시하기 때문이다.

“가문 컨설팅? 엄격한 가정교육이 먼저죠”

세계 각국 상류층 자녀들이 다니는 영국의 이튼스쿨. 이곳은 엄격한 매너는 물론 폴로, 크리켓 등 다양한 귀족 스포츠를 가르친다(왼쪽). 미국의 명문 보딩스쿨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서 테니스를 즐기는 학생들.

넓은 세상 튀는 체험활동 제공

이 업체의 대표적인 프로파일 서비스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방학 기간 특별활동이나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주는 것이다. 성적이 우수할 뿐 아니라 독특한 경험을 쌓은 신입생을 선호하는 미국 명문대의 ‘입맛’에 맞춰주기 위한 일종의 프로필 관리인 셈.

펠릭스 클라비스는 탄탄한 해외지사와 네트워크를 갖춘 덕분에 학생들은 좀더 ‘튀는’ 특별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 업체 내 ‘어드바이저 그룹(학생들에게 조언을 주는 전문가 집단, 고객인 부모도 포함된다)’의 주선으로 고등학생들이 유엔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거나(최근에는 불가능해졌다),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기도 한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들과도 연락망을 튼 이 업체는 구호 요청이 올 때 자체기획한 학생봉사단을 꾸려 파견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미래에 맞춰 그들의 경험을 관리해주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가 넓은 세상을 보게 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길을 찾고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저희가 다양한 경험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죠.”

이 업체가 연중 개최하는 ‘리더스 포럼’도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외국계 은행 최고경영자(CEO), 대형 로펌의 변호사 등 글로벌 리더로 불릴 만한 이들이 연사로 나서 학생들에게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이들이 실시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더욱 흥미롭다. 에티켓이 필요한 구체적 상황을 설정한 뒤 학생들이 ‘롤 플레이’를 하면서 매너를 습득하도록 돕는 것.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매킨지의 문제해결 기술이 도입된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정밀하고 분석적이다.

“학생들은 이미 집안에서 와인이나 승마, 골프에 대한 교양을 쌓았습니다. 이러한 부문에 대해서는 가르칠 게 없는 셈이죠. 저희는 학생들이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에티켓을 발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데 중점을 둡니다. 예를 들면 공식모임에서 주최자로 나설 때 어떻게 좌중을 이끌고 손님들을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받고 역할극을 벌이죠. 시뮬레이션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실수가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사람들의 말은 어떻게 경청하는지도 배우고요.”

인간의 삶을 설계하는 ‘커리어 플래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것이다. 유망한 직종은 시대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현재 펠릭스 클라비스는 미국 대학 졸업생들이 출신 대학과 전공에 따라 어떤 업종에 진출하는지 분석함으로써 직업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한발 앞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미국 집착 말고 유학 다변화 필요

“가문 컨설팅? 엄격한 가정교육이 먼저죠”
“호텔을 운영하는 한 고객은 손자를 코넬대학에 보내고 싶어했습니다. 코넬대학이 호텔 매니지먼트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학생이 먼저 미국 뉴욕대 비즈니스 스쿨에 진학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몇 년 후 이 학교의 경쟁률은 더욱 세질 것이며, 이곳에서 비즈니스에 대해 좀더 폭넓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후 제 분석이 사실로 나타나 부모님이 고마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 사회에서 ‘한국인 파워’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황 대표가 우려하는 대목 중 하나다. 세계의 인재가 모이는 미국에서 한국인은 같은 아시아 국가인 중국이나 인도 출신 인재에게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수많은 한국인이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주류사회에 들어가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 황 대표의 설명이다.

“미국 내에서 만든 한국인 커뮤니티의 힘이 약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능력은 과소평가되고 중국인은 실제보다 후한 점수를 받습니다. 이런 현상이 요즘 학교로까지 번졌습니다. 4년 전 미국의 한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했던 한국 학생이 박사과정 지원에서 떨어졌어요. 그 이유는 중국 학생에게 밀렸기 때문입니다. 요즘 미국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도 한국 유학생을 점차 줄이는 대신 중국 유학생을 늘리는 추세입니다. ‘미국 유학’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이 과거처럼 쉽지 않은 셈이죠.”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황 대표는 고객에게 “유학 루트를 다변화하라”고 당부한다. 예를 들면 초·중학교는 프랑스에서, 고등학교는 미국에서 다닌다면 영어와 프랑스어를 완벽하게 습득할 수 있다는 것. “변화의 흐름을 읽고, 무조건 미국 유학에 집착하지 말라”는 황 대표의 조언은 귀 기울일 만하다.

자녀의 특성과 나이, 향후 목표에 따라서도 황 대표의 조언은 달라진다. “몇 살부터 자녀를 유학 보내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에 황 대표는 몇 가지 경우를 들어 답했다.

“외향적이고 자기 목표가 뚜렷한 아이이면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조기유학을 떠나는 것이 좋습니다. 진로에 대한 큰 부담 없이 살아 있는 영어실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단, 부모님이 동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죠. 자녀가 미국에 남길 바란다면 역시 이 시기에 유학을 보내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미국에서 대학을 마친 뒤 한국에서 정착하길 바란다면 중학교 2~3학년에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1년마다 상당한 멤버십 비용(정확한 액수 공개는 거절했다)을 지불해야 하는 펠릭스 클라비스의 교육컨설팅 서비스를 보며 보통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1세기를 이끌 핵심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부모의 투자를 부정적 시선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이들이 키우고자 하는 인재는 단순한 입시기계가 아닌, 타인을 배려하고 잠재력과 봉사정신, 리더가 될 역량과 열정을 갖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돈이 많다고 해서 모두 자녀 교육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학생은 미국 보딩스쿨에 다니며 담배를 피울 수도 있었지만, 절대 그럴 수 없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할아버지 앞에서 한 번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자식이 나타나면 피우던 담배를 감추던 아버지의 가르침 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상류층의 자녀 교육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엄격한 가정교육이 우선돼야 합니다.”

‘펠릭스 클라비스’는 지금 미국의 ‘아이비 와이즈’처럼 대중화 단계에 들어설 것인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아직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반가운 소식 중 하나는 이 업체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 테마파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클래식 등 다양한 고급 문화를 체험하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대중에게 한발 다가가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주간동아 2007.07.03 592호 (p44~46)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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