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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승부욕 … 父子 독사의 전쟁

최광수-형규 프로 눈빛, 재능까지 ‘붕어빵’ … 올 시즌 양보 없는 대결 ‘흥미진진’

  • 이종현 골프칼럼니스트 huskylee1226@yahoo.co.kr

못 말리는 승부욕 … 父子 독사의 전쟁

못 말리는 승부욕 … 父子 독사의 전쟁
4월26일 토마토저축은행오픈이 열린 제주도 제피로스골프장. 국내 톱플레이어들이 저마다 우승을 꿈꾸며 1라운드에 나섰다. 그중 눈매가 서로 빼닮은 두 프로골퍼가 눈길을 끌었다.

최광수(47)와 최형규(20) 프로가 그 주인공. 최광수는 독사로 불릴 만큼 매서운 눈빛과 집중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와 닮은꼴인 최형규의 눈빛과 열정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둘은 부자(父子)다.

한국 골프 100년 역사에서 정규투어 대회에 부자가 함께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첫날 아버지와 아들의 성적은 엇갈렸다. 아들은 아직 적수가 되지 못했다. 아버지는 2오버파 74타, 아들은 12오버파 84타.

둘째 날에도 아들은 역부족이었다. 경험이 부족했다. 아버지는 3언더파 69타, 아들은 3오버파 75타. 아버지는 1언더파 143타로 3위에 오르며 예선을 통과했지만, 아들은 105위의 초라한 성적으로 컷오프됐다.

최광수는 통산 15승에 네 차례나 상금왕에 오른 간판스타다. 반면 최형규는 프로무대에 갓 데뷔한 새내기. 아버지의 벽을 넘으려면 더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데뷔무대였다.



최광수는 대회 직전 “형규에게 절대 양보할 수 없다. 그게 골프다”라고 말했다. 최형규도 “지금은 몰라도 아버지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다. 맞대결에서도 꼭 이기고 싶다”고 맞받았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부자가 함께 투어에서 활동한 예는 거의 없다. 일본은 아직까지 없으며 미국에도 니클로스, 스태들러, 듀발 부자 정도가 있다.

듀발 부자는 1999년 3월 같은 날 아버지 밥과 아들 데이비드가 각각 시니어투어(에메랄드클래식)와 PGA투어(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최광수는 “듀발 부자처럼 정규투어와 시니어대회에서 동시에 우승하는 기쁨도 꼭 한 번 누려보고 싶다”고 말한다.

최형규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에 다니면서 골프를 익혔다. 최광수는 힘든 직업이라는 이유로 프로골프 입문을 만류했지만 “아버지 못지않은 선수가 되겠다”는 아들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톱 프로골퍼인 아버지가 부담으로 작용했을까? 주니어 시절 최형규의 성적은 그저 그랬다. 그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지난해부터다. 8월 세미프로테스트에 합격하더니 12월엔 좋은 성적으로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했다.

골프선수로서 이상적인 180cm, 80kg의 체격조건을 갖춘 최형규는 평균 29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버 비거리를 갖고 있다. 하루 10시간 이상 훈련에 매달리는 노력파이면서 아이언샷의 정확도도 뛰어나다.

아버지에게서 매서운 눈빛뿐 아니라 성실성과 재능까지 대물림받았다는 평가를 듣는 최형규가 아버지를 제치고 첫승에 키스하는 것은 시간문제인지 모른다. 그가 ‘사고 칠’ 유망주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못 말리는 승부욕 … 父子 독사의 전쟁

누가 더 독할까? 최광수(오른쪽)-형규 부자의 맞대결은 올 시즌 KPGA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사상 첫 정규투어 동반 출전

최형규는 우정힐스 골프장 등에서 아버지와 함께 라운드하며 ‘최광수식 골프’를 익혔다. 지난해엔 아버지의 캐디를 자청하며 코스 공략법과 게임을 풀어가는 방식을 꼼꼼히 전수받았다.

지난 겨울 미국에서 동계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뒤 그는 “‘최광수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떼겠다. 아버지가 ‘최형규의 아버지’란 말을 들을 수 있게끔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최광수의 눈에 아들은 아직 멀었다. 그는 “형규는 아직 큰 그릇이 될 수 있는 점토에 불과하다. 더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어야 한다”면서 “첫 시즌 목표는 출전한 대회의 절반가량에서 컷오프를 통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산 15승, 4차례 상금왕이라는 최광수의 금자탑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는 정신력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최형규가 ‘아버지보다 더한 독사’로 불리려면 정신무장이 필수다.

최광수는 1988년 데뷔 후 94년 한국프로골프토너먼트에서 첫승을 따낼 때까지 ‘만년 2위’였다. 우승을 눈앞에 두고 번번이 무릎을 꿇어야 했다. 6년이란 좌절의 시간이 없었다면 오늘의 최광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부자 대결의 1차전이 겨우 끝났다. 부자가 매서운 눈빛과 끈질긴 승부욕으로 맞대결을 벌일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최광수-형규 부자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는 것이 올 시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필드에서 두 사람은 부자가 아니라 경쟁자다. 양보는 있을 수 없다. 최광수 최형규 중 누가 더 독할 것인가. 최형규는 청출어람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바야흐로 독사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주간동아 585호 (p64~65)

이종현 골프칼럼니스트 huskylee1226@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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