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4

2007.05.08

윤동혁 PD가 각국에서 본 한국 인삼

“신비의 효력… 코리아 홍삼 원더풀”

  • 입력2007-05-07 15:1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윤동혁 PD가 각국에서 본 한국 인삼

    ●MBC 교양제작국 PD<br>●SBS 교양제작국 PD<br>●현재 푸른별영상 대표<br>●주요 작품<br>자연 다큐멘터리 ‘게’, ‘사랑의 징검다리’ ‘버섯, 그 천의 얼굴’, ‘평화, 멀지만 가야 할 길’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나오는 정보화 시대, 그러나 잘못 알려진 정보(상식)가 적지 않다. 오히려 와전된 정보가 정밀하고도 방대한 정보유통 시스템을 통해 그 부피와 신뢰도가 더 커지는 경향마저 있다. 예를 들면 한때 세계 김치시장의 70%를 일본 ‘기무치’가 석권했다고 해서 온 국민이 분개했다. 심지어는 지금도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오류가 시정되는 데 무려 10년 이상이 걸렸다. 이렇듯 국민 사이에 한번 형성된 정보는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TV 정보프로그램에 수시로 나가 음식문화를 소개하는 나도 이런 잘못 형성된 정보 가운데 하나를 공유하고 있었다. 바로 ‘한국 인삼은 이제 국제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지금도 옳다. 그러면 무엇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 ‘인삼’을 ‘홍삼’으로 바꾸면 된다. 왜냐하면 인삼은 수삼이나 백삼으로는 별 경쟁력이 없지만, 홍삼으로 바뀌면 더 신비스러운 효력을 나타낼 뿐 아니라 그 ‘바꾸는 기술’은 어느 나라도 한국을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홍삼이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우선 가까운 나라 일본부터 살펴보자. 사이타마에 있는 방위대학교. 일본 자위대의 정예병력을 키워내는 곳이다. 취재 허가를 받아내기도 어려웠고 정문에서부터 요원 한 사람이 따라다니며 질문 내용을 일일이 점검하는 바람에 짜증스러웠지만 기쿠치 교수는 신경 쓰지 말라면서 자신의 연구 내용을 흔쾌히 알려줬다.

    산부인과 의사인 그는(방위대학교에 왜 산부인과가 필요한지 알 수 없었지만) 10년 넘게 ‘홍삼이 암세포를 어떻게 억제하고 사멸시키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그것도 쥐나 토끼를 이용한 생체실험이 아니라 영하 180℃에 보관하고 있는 인간의 간세포를 통해서 말이다.

    기쿠치 교수는 아직 국제학회에 발표할 단계는 아니지만 연구 과정에서 홍삼이 여성 갱년기 증후군에 여러 가지 개선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갱년기 증후군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안면홍조, 두통, 불면증에 관절이 아프고 피로감이 몰려오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아지고 그 결과 심혈관계 질환이 유발하는 것이다.

    실제 폐경 후 여성들의 사망원인 1위는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이다. 그런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estradiol)과 분자구조가 비슷한 인삼 사포닌이 그 기능을 대신함으로써 갱년기 장애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다.

    윤동혁 PD가 각국에서 본 한국 인삼
    기쿠치 교수는 폐경 후 인생을 건강하게 보내려면 인삼이나 홍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샘플로 채택한 것이 한국 홍삼이라고 덧붙였다. 기쿠치 교수의 부연 설명이다.

    “일본 인삼도 캐나다삼이나 미국삼보다 효능이 떨어지지 않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 인삼이 가장 뛰어나다. 성분을 조사해보면 일본삼이 고려 인삼보다 떨어진다. 그래서 주로 고려 인삼으로 성분 연구를 한다.”

    기쿠치 교수가 말하는 한국 인삼, 고려 인삼은 모두 홍삼을 표현한 것이다.

    윤동혁 PD가 각국에서 본 한국 인삼
    일본은 원래 고려 인삼이라면 세상 최고 보약으로 생각한 역사적 배경이 있으니 그렇다 치고 좀 멀리, 인삼과는 관계없을 것 같은 나라를 살펴보자.

    북구의 모든 나라가 그렇듯, 덴마크의 겨울은 참으로 음산하다. 오전 10시가 돼도 어슴푸레하고 찬바람이 쌩쌩 분다. 그래서인지 약국이 많고, 약국마다 손님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어느 약국에 들어섰더니 ‘진셍(인삼)’이라고 써놓은 약들이 진열장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느 나라 인삼을 재료로 사용했을까. 중국삼? 캐나다삼? 성분표의 잔 글씨를 확인하기 위해 코를 박고 들여다봤더니, 진열된 모든 약이 한국 인삼을 주재료로 사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한국 인삼이란 홍삼을 말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삼보다 홍삼가루를 사용해야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청 같은 행정부처의 품질기준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많은 약은 누가 어떤 용도로 복용하는 것일까. 약국 주인의 말이다.

    “감기에 걸린 사람, 기력 없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요. 겨울에 피곤하니까 활기를 찾기 위해 사가는 사람도 있지요.”

    ‘감기에 걸리면 인삼제품을 먹어라!’ 덴마크에서 이런 말이 상식처럼 된 데는 심비온 신소재연구센터의 아르잘란 카라즈미 박사의 공이 크다. 그는 10년 넘게 인삼의 면역기능을 연구하고 있다.

    카라즈미 박사는 “폐렴 상태로 만들어 사경을 헤매는 쥐에게 인삼을 투여했더니 ‘T세포’가 매우 활발해지면서 바이러스를 박멸해버렸다”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인삼(홍삼)은 면역력을 증가시키지만 절대로 항생물질이 아니다. 균을 죽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면역력을 높여 균을 죽이게 한다. 지난 4년간 인삼의 면역기능을 임상실험한 결과 여러 그룹의 사람들이 (인삼을 먹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6배 이상이나 면역기능이 증강됐다.”

    카라즈미 박사에게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물었다. 그의 대답이다.

    “샘플의 품질이 매우 중요하다. 처음에는 중국산 인삼으로 시작했지만 지난 4, 5년 동안에는 한국 인삼(홍삼분말)만 사용했다.”

    덴마크의 약국 몇 군데를 더 둘러봤다. 그랬더니 별의별 인삼제품이 다 판매되고 있었다. 드링크 제품을 하나 사서 마셔보았는데 꿀벌의 프로폴리스에다 인삼과 비타민 C를 섞은 것이었다. 달콤쌉쌀하면서도 시원했다. 덴마크에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윤동혁 PD가 각국에서 본 한국 인삼
    덴마크에서는 홍삼 마니아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80세인 카이 한슨 할아버지는 액체 형태의 진사나(Ginsana·덴마크 제품)를 매일 아침 15㎖씩 복용하고, 그의 부인인 76세의 잉게 보 할머니는 한국에서 수입한 홍삼 타블렛을 하루 네 알씩 먹는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왜 부부가 다른 제품을 복용하는 것일까. 한슨 할아버지의 말이다.

    “한국에서 수입한 홍삼 타블렛은 값이 비싸거든. 나라도 싼 걸 먹어야지. 대신 우리는 죽을 때까지 먹을 거요.”

    이런 사례가 일본과 덴마크뿐이겠는가. 한국의 국가 브랜드 중 하나인 인삼(홍삼)을 김치와 함께 더 열심히, 더 널리 전파해서 하루빨리 글로벌 이미지를 확고히 심었으면 좋겠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