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4

2007.05.08

‘자신과의 대화’로 생각 능력 키워라

  • 이도희 경기 송탄여고 국어교사·얼쑤 논술구술연구소 http://cafe.daum.net/hurrah2

    입력2007-05-07 1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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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험생들은 논술을 논술 전문가에게 배워야 최고 학습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여긴다. 물론 전문가에게서 배경지식부터 논술작법까지 체계적으로 익힐 수는 있지만, 창의력을 배우기는 쉽지 않다.

    통합논술은 수험생 ‘자신의 생각’을 최고 가치로 평가한다. 자신의 생각이 없는 논술은 논술답안으로서 생명력이 없다. 수험생이 논술 전문가에게 논술을 배울 때 전문가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토론식 등 논술 학습방법이 좋아도 자신도 모르게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필자는 이런 단점을 넘어서는 ‘자신과의 대화법’을 권하고 싶다. ‘자신과의 대화법’은 자기만의 관점으로 무한한 창의적 세계를 펼칠 수 있다. 다음 시를 감상해보자.

    나는 자주 나 자신과 대화합니다/ 나무라기도 하고 격려하기도 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갑자기 용기백배해지고/ 어느 땐 낙심하기도 하고/ 어느 땐 힘이 빠지기도 합니다/ 남의 소리 때문이 아니라 나를 향한 나의 음성에/ 더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나와의 대화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진실성입니다/ 솔직하게 말하고 정직하게 받아들이면/ 언제나 결과가 좋고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하지만 과장되거나 무시하거나 거짓되면/ 그때부터 힘들어집니다. 무거워집니다/ 진실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진정한 가치가 있습니다.-정용철의 ‘행복한 동행’ 중

    이 시는 진실성을 가지고 자기 자신과 대화하면 진정한 가치를 얻는다는 내용이다. 진실성을 바탕으로 스스로와 대화를 나눈다면 그동안 찾지 못했던 자신만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논술 수험생들은 논술 전문가의 교육을 받을 때 늘 학생 입장으로 고정된다. 학생이라는 고정된 틀은 자기만의 자유로운 창의적 세계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배워야 한다는 학생의 처지만 무의식적으로 강조되기 때문이다.

    ‘자신과의 대화’는 통합논술 학습방법으로 최적이다. 특히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논술 학습전략으로 효과적이다. ‘나 자신과의 대화’는 내가 둘로 나뉜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또 다른 ‘나’를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현실의 ‘나’ 외에 가공의 ‘나’를 만드는 것이다. 그 결과 ‘나’와 ‘나’ 사이에는 자유로운 관계 설정이 가능하다. 나와 나는 친구 사이도 되고 교사와 학생 사이도 될 수 있다. 나와 나의 다양한 관계 형성이 창의성 향상의 옥토로 작용한다.

    어떤 내용을 읽을 때 ‘내’ 옆에 또 다른 ‘나’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현실의 ‘내’가 가상 속의 ‘나’에게 그 내용을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나’는 가르치고 또 다른 ‘나’는 배우는 존재가 된다. 나의 자유로운 변형은 입체성을 지니는 논술학습 분위기를 만든다. 입체적 구성은 내용을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복합사고를 하도록 작용한다. 그 결과 창의성을 이루는 고차원적인 사고의 토대가 된다.

    ‘나 자신과의 대화’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된 신문 기사나 칼럼을 읽고 내가 나에게 가르쳐보자. 논리적으로 쉽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가상 속의 ‘나’는 이해가 안 될 경우 현실의 ‘나’에게 비판적으로 질문해보면 좋다. 상식적으로 답변했을 경우 ‘내’가 ‘나’에게 창의성 있는 답변을 요구한다. 나 자신과의 질문과 대답, 토론 과정을 통해 상상이 관념의 공간에 끊임없이 펼쳐질 것이다. 이런 대화 과정을 거친다면 FTA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은 치열한 논리로 다듬어진다. 그 내용 또한 창의성으로 빛날 것이다.

    내가 논술 전문가와 FTA에 대해 논술 공부를 하면 어떨까? 결국 논술 전문가의 생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소극적인 학습이 되기 쉽다. 논술 전문가에게 오래 배운 학생들의 논술답안을 보면 자신만의 생각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논술 전문가에게 배우는 논술학습’의 한계다.

    이제부터는 ‘나 자신과의 대화’를 즐기자. ‘나 자신과의 대화’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무한한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런 치열한 ‘나 자신과의 대화’를 거쳐 작성된 논술답안은 채점자의 눈길을 잡는다. 창의성 면에서의 차별성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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