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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의 통계 뒤적뒤적

월 251만원 vs 110만원 일자리 양극화 가속

  • layra@donga.com

월 251만원 vs 110만원 일자리 양극화 가속

월 251만원 vs 110만원 일자리 양극화 가속
윌 스미스가 주연한 영화 ‘행복을 찾아서’를 보셨나요? 이 영화는 노숙자에서 월스트리트의 백만장자로 성공한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불황에 빠진 198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리스는 의료기기를 팔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아무도 지갑을 열려 하지 않습니다. 아내마저 떠나고 살던 집에서도 쫓겨난 크리스는 유치원생 아들을 데리고 노숙자 시설을 전전하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치열하게 노력한 끝에 보잘것없는 학력과 경력에도 증권회사에 직원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합니다.

영웅담 같은 크리스의 성공을 지켜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자리에서 쫓겨난 사람들 가운데 크리스처럼 더 큰 성공을 거두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실제 우리 주변에는 실직 후의 성공담보다 실패담이 더 많습니다. 퇴직금이 넉넉한 사람들이야 자영업이라도 시작하지만, 그마저도 없는 사람들은 눈높이를 한참 낮춘 일자리를 찾아다닙니다.

‘주간동아’ 578호에 소개했던 배승호(64) 할아버지는 평생 교직에 몸담았다가 정년퇴직 후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즐겁게 일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공과 경력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산업고도화 영향, 전문직·단순노무직 동시 증가



지금의 일자리에서 밀려난다면 우리는 어떤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될까요. 2007년 3월과 7년 전인 2000년 3월 두 시점의 직종별 고용통계를 비교해 가늠해보겠습니다.

‘좋은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전문직, 준전문직, 사무직, 서비스직 등은 꾸준하게 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전문직이 138만명에서 198만6000명으로 60만명이나 증가했습니다. 한편 ‘나쁜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판매직, 농·어업인, 기능직 등은 빠르게 줄었습니다. 특히 농·임·어업 종사자의 경우 194만7000명에서 151만8000명으로 20%나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경비원, 청소부, 가사도우미, 신문배달부 등이 속하는 단순노무직은 지난 7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8만3000명에서 265만3000명으로 7년 사이 57만명이나 늘었습니다. 사회가 전문화, 고도산업화 돼가는 와중에도 별다른 지식 없이 종사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문직과 단순노무직이 동시에 늘어나는 ‘일자리 양극화’는 산업고도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라고 합니다. 산업이 발달할수록 기계가 사람을 대체해 육체노동이 필요한 일자리는 줄어듭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계가 할 수 없는 일, 청소나 경비 같은 일은 사람이 계속 해야 합니다. 아니, 이런 일을 할 사람은 더 많이 필요해졌습니다.

지식정보 사회는 단순노무 서비스를 기계만큼이나 싼 비용으로 충당하길 원합니다. 다시 통계를 보겠습니다. 통계청의 월 급여 총액 통계를 보면, 2005년 전문직은 매달 251만원을 버는 데 비해 단순노무직은 110만원에 그칩니다. 2000년에 비해 전문직은 월급이 41%, 사무직은 60% 올랐지만 단순노무직은 36%만 인상됐습니다.

문제는 전문직 종사자라고 해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분야를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는 범용기술을 가진 전문직 종사자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기 일자리를 잃는 순간 경쟁력도 사라집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일자리 공급이 많은 단순노무직으로 편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크리스는 아들에게 “원하는 게 있다면 쟁취하라(You wanna something, go get it)”고 말합니다. 하지만 원한다고 다 얻을 수 없는 게 냉혹한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괜찮은 일자리, 괜찮은 급여를 만들려는 사회의 노력도 필요한 때입니다.



주간동아 2007.05.08 584호 (p66~66)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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