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4

2007.05.08

‘3불제’ 김칫국 마시는 한국 대학들

  • 김종선 경원대 교수·경제학

    입력2007-05-02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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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불제’ 김칫국 마시는 한국 대학들

    서울대학교 정문.

    부동산 문제가 반(反)시장적 처방에 힘입어 겨우 가닥을 잡아가자 이제 교육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를 불허하는 정부의 이른바 ‘3불제’에 서울 주요 대학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3불제를 폐지하자는 대학의 요구는 사실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유난히 불거지는 양상이다.

    특히 본고사 부활에 대한 대학의 요구는 매우 강력하다. 기여입학제와 고교등급제보다 사회적으로 수용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일까. 어쨌든 교육 서비스 공급자인 대학이 좋은 학생을 ‘뽑으려’ 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정부 대응도 만만치 않다. 대학은 좋은 학생을 ‘배출’하는 데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정부 주장에 공감하는 국민도 적지 않은 듯하다. 3불제 폐지에 목청을 높이는 국내 명문대학의 국제적 위상이 그 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사교육비 부담을 지는 학부모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육시장 국내 대학 독점 옛말 … 모두 손해 보는 일

    이 글의 첫머리에서 필자는 부동산 문제가 가닥을 잡아간다고 했다. 최근에 시행됐거나 시행 예정인 주택담보대출 억제, 종합부동산세, 청약가점제, 분양가상한제 등과 같은 부동산 대책은 모두 경제원론 교과서에서 금지하는 반시장적 조치다. 그럼에도 시장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경제원리가 늘 오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움직임이 한쪽으로 쏠린 채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일 때만 그렇다.



    가만히 보면 우리나라 부동산시장과 교육시장은 닮은 데가 많다. 진입하기는 힘들지만 일단 잡아두면 높은 수익성이 보장된다. 또 수요자가 원하는 대학과 아파트가 다변화되지 못하고 한쪽으로 쏠렸다. 구조적으로만 봐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게 돼 있다. 온 국민이 한쪽만 바라보고 내달리기 때문에 과열되기도 쉽다. 그래서 시장에서 요구한다고 다 옳은 것으로 믿는 시장 낭만주의자들의 주장을 이 두 시장에서만큼은 쉽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래도 교육시장은 부동산시장보다 해법 찾기가 수월하다. 집값이 비싸다고 해외에서 대안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교육시장은 다르다. 적지 않은 학생이 국내 대학보다 외국 대학을 선택하고 있고,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저렴한 학비로 중국 유학생들을 유치하는 사실상의 마이너스 기여입학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본고사가 부활하면 과연 한국의 대학은 만족스러워질까.

    그에 대한 답은 한마디로 ‘노’다. 본고사 부활로 국내 사교육비가 천정부지로 올라가면 해외유학이라는 대안이 더욱 각광받을 게 뻔하다. 대학 교육은 이제 국내 대학만의 독점사업이 아니다. 좋은 학생을 외국 대학에 놓치게 될 국내 일류대학, 또 학생 모집이 더욱 어려워질 그 밖의 대학. 그래서 국내 모든 대학이 다 손해 보는 일이 일어날 것을 왜 미리 내다보지 못하는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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