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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승철의 南 정치인 줄세우기?

방북 인사들과 직간접 연결 … 선거 앞두고 新북풍으로 유혹설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北 최승철의 南 정치인 줄세우기?

  • 이 기사는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의 방북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4월27일에 작성됐음을 밝혀둔다. - 편집자 -
北 최승철의 南 정치인 줄세우기?
2월22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사조빌딩 308호.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유창한 영어로 미국 민주당 소속의 토비 모펫 전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손 전 지사가 모펫 전 의원에게 뼈가 섞인 ‘농담’을 던졌다.

“어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을 만났는데 ‘내가 미국에 호의적인지 그렇지 않은지’ 살피러 온 게 아닌가 싶다.”

페리 전 장관은 손 전 지사뿐 아니라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만났는데, 손 전 지사의 ‘농담’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대선주자와 접견한 미국 측 인사의 상당수가 워싱턴에 돌아간 뒤 한국 대선 관련 리포트를 쓴다.

북한도 12월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마찬가지다. 평양은 대선에 개입하려는 모양새다. ‘잠룡(潛龍)’들이 ‘북한에 호의적인지 호의적이지 않은지’를 살피는 모습이다. 북한은 노동신문 사설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를 통해 한나라당을 공격하기도 했다.

겉으로 경제 특수, 속으로 정치 특수



손 전 지사가 5월 초 평양행 비행기에 오른다. 3월7일 방북한 이해찬 전 총리에 이어 대선주자로는 두 번째다. 북한이 그를 불렀다. 방북 의사를 ‘먼저’ 타진하지 않았음에도 북한이 ‘앞장서’ 그를 초청한 것이다.

정치권 인사들의 방북 러시와 맞물려 신북풍(新北風) 조짐도 갈수록 짙어진다. 옛 북풍이 ‘대결’을 부추기며 ‘거짓 위기’를 조장했다면, 신북풍은 ‘화해’와 ‘평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있다. 신북풍은 크든 작든 대선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도 5월 초 북한을 방문한다. 범여권의 ‘잠룡’ 김혁규 의원과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의원 등이 방북한다. 경제계 인사들과 동행하는 이번 방북은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누가 봐도 좋은 취지다. 김혁규 의원의 설명이다.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이나 국내 노동집약적 중소기업 처지에서 북한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해 경제성장 동력을 찾고 남북 경제공동체 추진을 위해 산업단지특구의 확대나 에너지·비료·식량 분야에서 협력 증진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남북 경제공동선언도 추진한다.”

남북 경제공동체 구상은 김 의원이 올 초부터 제기한 어젠다(남북 경제공동체 2020 구상안)로, 이번 방북을 통해 2·13합의 이후 조성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틀에서 남북 모두의 성장활로를 찾고 나아가 남북 경제공동체 구축이 가능한지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손 전 지사의 방북 목적도 ‘김혁규 방북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손 전 지사의 한 측근은 정치적 목적의 방북이 아니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손 전 지사도 2월 자신이 발표한 ‘북한 경제재건 10개년 계획’을 비롯한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의 구상은 ‘1단계(1~2년차)로 인도주의적 지원을 강화하고, 2단계(3~6년차)에서 수출형 경공업 위주로 북한 경제를 재건하며, 3단계(7~10년차)에서 북한 경제를 동북아 시장경제에 편입시키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北 최승철의 南 정치인 줄세우기?

3월28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정동영(가운데)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 내의 제조업체에서 북측 여성근로자의 설명에 따라 현장체험을 하고 있다.

문제는 ‘시점’이다. 연말 대선과 내년 초 총선 때문에 방북 러시는 ‘경제’를 앞세우더라도 ‘정치’에 방점이 찍히게 마련이다. 정치인의 방북은 ‘한반도 평화’라는 화두를 선점함으로써 ‘평화체제 전도사 이미지’를 갖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꼼수다. 방북을 추진한 정치인들은 경제협력을 활성화해 북한 경제특수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제특수’가 아니라 ‘정치특수’다. 방북이 연말 대선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믿을 사람은 남한은 물론 북한에도 없다.”(유호열 고려대 행정대학원장·북한학)

김 의원의 평양 방문은 3월7일 이 전 총리 방북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다. 함께 방북하는 이화영 의원의 ‘작품’이다. 이 의원을 통해 이뤄진 방북으로 이 전 총리는 최승철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핫라인’을 구축했다.

최 부위원장은 남북관계에서 북한 내 실력자로 ‘뜬’ 사람이다. 그에게 12월 대선과 관련한 평양의 ‘숙제도 떨어져 있다’고 한다. ‘이해찬-최승철 라인’이 정치적 거래 가능성을 탐색하거나 신북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

‘김혁규 방북단’은 ‘북한 경제를 총괄하는 실무책임자’와의 면담을 추진했다고 한다. 북한 경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 그룹이 오로지한다. 내각의 입김이 과거보다 세지기는 했으나, 측근 그룹 인사를 만나지 못하면 별 의미가 없다.

3월7일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 때 평양은 이 의원의 3월 말 재방북과 이 전 총리의 5월 재방북을 약속해줬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대북 비선접촉 논란이 불거진 뒤 이 전 총리에서 김 의원으로 방북 주체가 바뀌었다고도 볼 수 있다.

최 부위원장은 이 전 총리와 핫라인을 구축하면서 대선주자 한 명을 북한 요소에 결합시켰다. 앞서 언급했듯 김 의원도 잠재적 대선주자다. 그의 방북에도 최 부위원장이 깊게 관련돼 있다. 또 다른 범여권 잠룡이 신북풍 사정권에 든 셈이다.

손 전 지사는 평양에서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과 북측 민족화해협의회 명의로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북토론회’를 연다. 손 전 지사와 리종혁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최승철 부위원장, 한나라당에도 선 대는 듯”

리 부위원장은 최 부위원장과 소속과 직급이 같다. 그러나 실세는 최 부위원장이다. 손 전 지사도 평양에서 최 부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숙제를 갖고 있다’는 최 부위원장과 마주하고 귀엣말을 나누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는 얽히게 된다.

최 부위원장 처지에선 범여권 후보군 중 1위를 달리는 손 전 지사를 비롯해 3명의 유력 정치인과 라인을 뚫은 셈이다. 한번 라인이 뚫리면 서로가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며 ‘교환가치’를 따지게 마련이다. 이 의원과 함께 최근 평양을 다녀온 한 인사는 “북측 인사들과 대화하면서 최 부위원장 쪽에서 한나라당에도 선을 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北 최승철의 南 정치인 줄세우기?

3월7일 이해찬 전 총리가 평양을 방문했다.

대북소식통들 사이에선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최승철 라인’의 방북 제의를 받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평양 방문을 타진하다 무산된 정 의원에게 요로(要路)에서 방북 제안이 들어갔는데, 그 라인이 바로 최 부위원장 쪽이었다는 것. 베이징의 대북소식통 A씨의 말을 들어보자.

“정 의원의 방북을 타진한 라인에선 한나라당 인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방북이 좌절된 정 의원에게 다른 경로를 통해 방북 의사를 묻는 제안이 들어갔다. 최 부위원장으로 연결되는 라인이었는데, 정 의원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안다.”

A씨의 전언대로라면 최 부위원장은 친노직계 그룹과 손 전 지사뿐 아니라 한나라당에도 줄을 대고 있는 것이다. 정 의원이 받아들였다면 범여권과 한나라당 모두 최 부위원장에게로 연결되는 구도가 꾸려진다. 그러나 정 의원 측은 “방북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나라당 박계동 정의화 의원과 열린우리당 문희상 배기선 강혜숙 강성종 지병문 의원 등이 4월27일 평양행 비행기에 올랐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 평화운동본부장으로서 유화책으로 대북기조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정 의원의 대타로 평양이 박 의원을 선택했다는 관측도 있다.

3월27일 이화영 의원과 도쿄에서 총련 인사들을 만나기도 한 박 의원의 이번 방북은 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나무심기 등 민간 행사에 참여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그가 접촉하게 될 라인도 최 부위원장으로 수렴된다.

요컨대 정치인들의 방북 러시엔 공통점이 있다. 우선 대남관계 총책으로 떠오른 최 부위원장과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그의 공작 혹은 정치적 거래에 서울의 정치판이 휘둘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한나라당도 ‘교환가치’가 있는 대상으로 여기는 듯하다. 북한이 집권 가능성이 높은 한나라당을 공격하는 데는 ‘날 좀 봐주소’라는 함의도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경제’라는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재미사업가, 경남지사를 거치면서 경제전문가로서 이미지를 쌓았다. 손 전 지사도 경제 중심의 대북 접근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경제와 관련해 ‘담론’은 갖고 있지만 ‘각론’은 준비돼 있지 않다.

최 부위원장은 북한 내 충성경쟁에서 아태평화위가 ‘돈벌이’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그러나 최 부위원장으로 수렴되는 라인은 ‘경제’보다 ‘정치’에 강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물론 경제담론을 중심으로 한 대화구도가 나왔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남북경협 논의는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게 바로 신북풍이다. 서울의 정치인들을 차례로 ‘옭고 있는’ 최 부위원장의 다음 단계가 자못 궁금하다.



주간동아 2007.05.08 584호 (p22~24)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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