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4

2007.05.08

조폭 뺨치는 우리 회장님!

무장경호원 동원 영화 속 한 장면 … 한화 임직원 “이런 대망신, 창피해 죽겠다”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7-05-02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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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폭 뺨치는 우리 회장님!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으로 소환된 한화 비서실 부장(경호 담당)이 4월27일 서울 남대문경찰서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복수 활극’이 술상머리의 안줏감이 되고 있다. 흉기로 무장한 김 회장 측 경호원들이 술집 종업원을 집단폭행한 사건의 이모저모를 간추려본다.

    조폭을 조폭 수법으로 응징했다? 무장 경호원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종업원들이 M지역 출신의 조직폭력배라는 사실과 다른 소문이 퍼지기도. 집단폭행을 당한 이들은 유흥업소 용어로 ‘간부진급 종업원’. 술을 나르는 웨이터가 아니라 서울 북창동 S클럽 사장의 ‘동생’ 격으로, 이 업소의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는 ‘간부진’이라는 게 북창동 한 유흥주점 종업원의 전언이다.

    경호원이 총도 들고 있었다? 경호원들의 옷 사이로 회칼이 보여 공포에 떨었다는 게 종업원들의 주장. 쇠파이프와 전기충격기도 들고 있었고 ‘총처럼 보이는 것’으로 위협도 했다는 것이다. 경찰 첩보에도 등장하는 ‘총처럼 보인 물건’은 경호원들이 소지한 가스총일 가능성이 높은 듯. 경호원들은 S클럽에 들어갈 때도 무장하고 있었고 순식간에 문지기와 종업원, 사장을 제압했다고 한다.

    서초동 창고로 끌고 갔다? 종업원들이 승합차에 실려 서울 서초동 한 창고로 끌려간 뒤 구타당했다는 게 내사 단계의 경찰 첩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른 듯. 종업원들은 야산에서 맞았다고 증언했으며 한화 측도 서초동에는 회사와 관련된 창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폭행 과정에서 실신한 사람이 있었다는 일부 보도는 북창동에 퍼진 소문으로 와전된 얘기.

    김 회장 아들은 피해자? 3월8일 김 회장의 아들은 S클럽 종업원들과 서울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 말다툼 끝에 싸움을 벌이다 눈 주위를 11바늘이나 꿰매는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종업원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러나 경호원들이 S클럽을 제압한 뒤 그가 나타나 G가라오케에서 자신을 구타한 종업원을 때렸다는 게 종업원들의 주장이다. 사실이라면 그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인 셈이다.



    최기문 전 경찰청장의 압력? 3월9일 0시7분께 “손님이 직원들을 폭행했다. 폭행을 매우 심하게 했다. 가해자가 한화그룹 회장 자녀다”라는 내용의 112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출동했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철수. 그러곤 단순폭력 사건을 한 달 가까이 ‘내사’만 했다고 한다. 그 사이 한화에서 고문으로 일하는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남대문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기도.

    “회사 배지 떼고 싶다” 김 회장 주도의 술집 종업원 집단폭행 사건이 알려지자 한화의 일부 임직원은 “창피해 죽겠다”는 반응. 기업통합 이미지(CI)를 바꾸는 등 혁신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터라 실망이 더 큰 듯. 한화 홍보팀은 일부 언론사에 “기사를 빼주면 안 되겠느냐”고 읍소하기도. 이번 사건이 그룹의 경영활동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조폭 영화를 방불케 하는 ‘김승연 북창동 접수 사건’은 앞으로도 한동안 시중에 회자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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