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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는 변강쇠? 천만의 말씀!

탈모 원인과 증상 천차만별 자가 진단과 치료 지양해야

  •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대머리는 변강쇠? 천만의 말씀!

  •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시대, 밤낮으로 취업준비를 해도 면접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1년 전부터 탈모가 시작된 P(28·남)씨 역시 면접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 휑한 앞머리를 어떻게 가려야 할지를 두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증상이 더 악화되는 것 같다.
  • 최근 취업을 앞두고 탈모 클리닉을 찾는 젊은 남성들이 많아졌다. 사회 전반에 걸쳐 꽃미남과 동안(童顔)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탓인지 탈모에 관한 각종 정보와 속설도 홍수를 이룬다. 그러나 무엇이 옥이고 돌인가? 지금부터 그 진위를 따져보자.
대머리는 남성의 전유물? No!

대머리는 변강쇠? 천만의 말씀!
흔히 대머리라고 불리는 남성형 탈모는 이름 때문에 남성에게만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의학적으로 남성형 탈모는 남성호르몬을 일컫는 안드로겐에 의해 생기기 때문에 유전성 안드로겐 탈모증(androgenetic alopecia)이라고 한다. 안드로겐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난소와 부신에서 분비되는데, 남성의 혈중 농도의 절반 정도에 이른다. 따라서 여성에게도 유전성 안드로겐 탈모증이 생길 수 있지만 양상은 남성과 다르다.

남성의 경우 앞머리나 정수리 쪽에서부터 탈모가 시작되는 반면, 여성은 머리 중심부에서 시작된다. 또한 남성은 앞머리와 정수리에서 집중적으로 머리카락이 빠져 대머리인 것이 쉽게 표가 나는 반면, 여성은 머리 중심부의 모발이 전체적으로 가늘어지고 머리숱이 줄어 정수리가 휑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이마의 머리라인은 잘 유지된다.

대머리는 정력이 세다? No!

남성형 탈모 원인이 남성호르몬에서 비롯된 만큼 ‘대머리는 정력이 세다’는 오해가 나돈다. 실제 거세한 남성(내시)의 경우 남성호르몬을 보충해주지 않는 한 대머리가 되지 않는다. 즉, 남성호르몬은 남성형 탈모의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모든 남성들이 대머리가 되지 않는 것은 유전적으로 탈모가 될 소인을 갖고 있는 남성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대머리는 변강쇠? 천만의 말씀!

취업을 앞둔 젊은 남성들에게 탈모는 최대 복병이다.

탈모를 유발하는 직접적 원인은 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호르몬인데, 이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으로부터 만들어진다. DHT는 모발이 자라는 기간을 줄이고 모낭을 위축시켜 굵고 튼튼한 머리카락을 솜털로 변하게 한다. 남성형 탈모는 DHT에 유전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에게서 생긴다. 그러므로 남성형 탈모가 있다고 해서 남성호르몬이 더 많다는 증거는 아니다. 한마디로 대머리는 정력과 무관하다.

탈모는 아버지 탓? No!

탈모 클리닉을 찾는 남성들 가운데 가족에겐 탈모가 없는데도 자신만 유독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탈모가 유전되는 만큼 아버지를 보면 자식의 탈모를 점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탈모는 아버지 쪽으로 한 대(代) 걸러 유전된다’는 속설 때문에 친할아버지 탓을 많이 한다.

그러나 최근 보고에 따르면, 탈모는 부모 양쪽 모두에게서 유전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 라이트주립대학 의학부의 카메론 첨리 교수는 탈모가 어머니와 아버지 쪽 모두에게서 유전될 수 있고, 부모뿐 아니라 양가 친척 중 8촌에게서까지 유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독일 본대학 마르쿠스 노텐 박사는 “탈모 유전자인 안드로겐 수용체 유전자는 어머니에게서 받는 X염색체에 있다”며 어머니 쪽 유전이 남성형 탈모 발생에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미국 인간유전학 저널에 발표했다.

머리빗은 머리털 나게 하는 도깨비방망이? No!

빗으로 머리를 일정 횟수 두드리면 혈액순환이 잘되어 탈모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빗으로 머리를 두드리는 행위는 오히려 탈모를 촉진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혈액순환으로 모근이 활성화되면 탈모 예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빗으로 두드려 두피를 자극할 경우 두피를 더욱 두껍게 해 피부호흡을 방해하고 솜털조차 자라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피지 분비까지 촉진한다. 이 때문에 오히려 뾰족한 빗의 자극으로 파괴된 모세혈관과 모낭세포가 탈모를 촉진하기도 한다.

탈모의 근본원인은 혈액순환 장애가 아닌 DHT라는 물질에 의한 것인 만큼, DHT의 생성을 억제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다. 최근 탈모 치료에 도움을 준다며 시판 중인 레이저빗 역시 탈모 치료의 보조 구실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큰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탈모치료제는 성욕감퇴제? No!

모 가수가 탈모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데 성욕감퇴 부작용이 있다고 인터뷰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그래서 많은 탈모 남성들이 탈모 치료에 앞서 성욕감퇴를 걱정한다. 이는 남성형 탈모치료제인 프로페시아를 두고 나온 말인 듯하다. 프로페시아는 현재 유일한 경구용 남성형 탈모치료제로 탈모의 근본원인인 DHT의 생성을 막아 탈모를 치료한다. 지금까지 나온 남성형 탈모치료제 중 가장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약은 임상시험에서 미미하긴 하지만 성욕감퇴 같은 성기능 관련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가짜 약을 복용한 사람과의 부작용 사례는 큰 차이가 없었으며, 약을 복용하다 성욕감퇴 때문에 중단한 경우도 1.8% 정도에 그쳤다. 또한 부작용이 있다고 호소한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면서 부작용이 자연적으로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실제 병원에서 이 약을 써보면 성욕감퇴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머리카락이 난 후 자신감이 생겨 더 좋다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탈모는 보는 사람에겐 그저 ‘유머의 소재’에 불과할 수 있지만, 당사자에겐 어느 질병 못지않게 고통이 심한 질환이다. 탈모 때문에 인상이 안 좋아져 취업이나 결혼, 심지어 승진과 연애 등 사회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은 머리카락이 난다고 하면 어떤 방법이든 시도한다. 탈모 남성 대다수가 검증되지 않은 음식과 샴푸, 치료제 등을 다 써본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탈모는 원인과 증상,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각기 다르다. 또한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뚜렷한 대머리가 안 될 만큼 치료효과가 좋은 약물도 나와 있다. 현재 탈모치료제로 의학적 승인을 받은 제품은 먹는 약인 프로페시아와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이 있다. 3개월 이상 약물치료를 할 경우 탈모가 멈추는 것은 물론, 12개월 이상 꾸준히 치료하면 만족할 만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탈모 증상이 나타나면 조기에 전문의와 상담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비용도 아끼고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주간동아 2007.03.20 577호 (p64~65)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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