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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美중년 거듭나기

아름다운 중년으로 인생 후반전 ‘하이킥’

대한민국은 지금 미중년 신드롬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아름다운 중년으로 인생 후반전 ‘하이킥’

아름다운 중년으로 인생 후반전 ‘하이킥’
“대학원 졸업사진 찍으려고 오랜만에 거울을 들여다봤을 때였습니다. 못 보던 주름이 왜 그렇게 많은지 충격받았어요. ‘이게 아닌데…’를 되뇌었죠.”

4년 전 마흔다섯의 나이에 ‘늦깎이’ 박사학위를 받은 한 중년 남성의 고백이다. 그는 이 순간에 자신이 ‘중년’에 들어섰음을 불현듯 깨달았다. 거울을 안 보던 그는 이후 변했다고 한다. 매일 드라이어와 헤어젤로 머리를 손질한다. 2주일에 한 번 이발하고 한 달에 한 번 염색을 한다. 요즘은 이마 주름과 눈 밑의 검은 반점을 목돈을 들여서라도 치료하고픈 생각이 굴뚝같다.

누리꾼(네티즌)들이 즐겨 사용하는 ‘미중년(美中年)’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조지 클루니나 리처드 기어처럼 잘생긴 중년 남성을 뜻하는 말로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미중년의 절반만 아는 것이다. 미중년의 요건은 좀더 까다롭고 심오하다.

스스로 외모 돌보고 친근함과 문화적 관심 ‘필수’

자기 외모를 돌볼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함은 물론이요, 권위의식과 자기 고집에서 자유로운 데서 오는 친근함이 있어야 한다.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도 필수적이다. 네이버 카페 ‘미중년 사랑하기’에서 ‘너구리’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회원은 “젊은 여성들이 ‘우리 아빠도 저러면 얼마나 좋아’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중년 남성”을 미중년으로 거론했다. 다시 말해 미중년은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사람을 의미한다. 아내와 자녀, 친구, 직장 후배 등에게 항상 환영받는다면, 당신은 기꺼이 미중년 범주에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미중년이 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공병호경영연구소 공병호 소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오늘 낮에 올해 쉰셋이 된 남자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이 ‘적어도 90세까지는 살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이제 중년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중년은 제2의 청춘기로 봐야 합니다.”

2005년 현재 45세 한국남성의 기대여명(앞으로 더 살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은 35년이다. 그러므로 중년의 나이를 ‘은퇴’를 준비하는 시기로 여기기에는 남은 인생이 너무 길다. 좀더 오래 사회생활을 해야 하고, 좀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아름다운 중년으로 인생 후반전 ‘하이킥’
미국 캘리포니아의 홀리네임스대 윌리엄 새들러 교수는 저서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을 통해 그동안 평가절하된 ‘마흔 이후 30년’의 위상을 바로 세우려 한다. 그는 40세부터 70세까지를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이은 제3 연령기, 즉 서드 에이지(Third Age)로 구분한다. 그는 “중년은 속력을 줄이고 서서히 고도를 낮춰 은퇴라는 육지에 안전하게 착륙할 준비를 할 시기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때”라고 역설한다.

그러므로 ‘환영받는’ 외모와 감성, 지성, 사고가 중요한 것이다. 즉 미중년은 평균수명이 갈수록 길어지는 현대사회에서 좀더 행복하게 살아남는 생존전략에서 나온 셈이다. 아마도 새들러 교수는 한국의 ‘미중년 신드롬’을 두 손 들어 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중년 남성들은 미중년과 거리가 멀다. ‘일’에는 가깝지만 ‘인생’과 ‘사람’에는 가깝지 않다. 일에서 멀어지면 그만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직함으로 만나는 사람은 직함이 떨어져나갈 때 함께 떨어져나가게 마련이다.

이러한 중년 남성의 처지를 풍자하는 우스갯소리 하나. 중년 여성에게 필요한 것 네 가지와 필요 없는 것 한 가지는? 돈, 건강, 친구, 딸이 필요하다. 필요 없는 것은 남편이란다. 수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온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는 “유명한 CEO 중 상당수는 잠재적 독거노인”이라고 말했다. 일에 파묻혀 자기 인생과 가족을 돌보지 않은 탓이다. “어떤 CEO가 자기 꿈은 은퇴 후 아내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남편 없는 자리에서 ‘내가 미쳤어요. 저이하고 세계여행을 떠나게’라고 하더군요.”

아내의 생일과 결혼기념일도 꼼꼼히 챙겨야

하지만 미중년이 되기 위해 실천하는 중년 남성들도 많다. 지모(49) 씨는 “나이가 들면서 아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아내를 ‘자식 키우는 사람’에서 ‘내 인생의 동반자’로 바꿔 생각하게 됐다는 것. 그는 예전과 달리 매년 아내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빠짐없이 챙기고 있다. 송모(47) 씨는 틈만 나면 학생들과 대학원 조교들에게 밥과 술을 사는 대학교수 친구가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은퇴한 후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들어 외롭지 않게 살고 싶기 때문이라던 그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청년 40’의 저자 히사쓰네 게이이치는 불혹(不惑)의 마흔을 ‘인생의 정오’에 비유했다. 햇볕이 가장 뜨거운 때는 정오에서 시간이 좀더 지난 오후 1~2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마흔이 지나야 인생은 비로소 황금기에 들어선다. 윌리엄 새들러의 말을 경청하자. “중년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게 아니다. 던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미중년 어떤 모습일까

하고 싶은 일에 의욕 백점, 가족들에게 인기 만점


미중년에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자기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는 이들의 노력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힌트를 찾아보자.

아름다운 중년으로 인생 후반전 ‘하이킥’
“출세보다는 하고 싶은 일에 미친다”·임대배

한국방송에서 교양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임대배(49) PD는 매주 수요일이면 홍익대의 인기강사로 변신한다. 교양과목으로 ‘방송실무의 이해’를 학부생들에게 가르치면서 30년 가까이 나이차가 나는 학생들과 함께 김밥 점심을 먹고, 저녁에는 술 한잔 하며 친구처럼 어울린다. 우수강사 표창도 받은 그는 학생들을 좀더 잘 가르치고 싶은 마음에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도 입학했고 블로그도 만들었다. 나이 어린 사람도 친근하고 편안하게 대하는 태도 덕에 대학원의 나이 어린 동기생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그는 회사의 ‘승진대열’에서는 좀 비켜서 있다. 몇 년 전에는 지방 발령을 받고 우울증까지 겪었다. 하지만 그는 요즘 “행복하다”고 말한다.

“출세보다는 내가 좋아하고 즐거운 일에 관심이 갑니다. 성실하게 회사일 하면서 틈틈이 학생들 가르치는 재미를 오래 즐기며 살 생각입니다.”

아름다운 중년으로 인생 후반전 ‘하이킥’
“딸들에게 인기 만점 아빠”·한근태

대학생인 두 딸을 둔 한근태(51) 한스컨설팅 대표는 몇 년 전 큰딸의 반대로 2주 일정의 중국 출장을 포기했다. 당시 고3이던 딸이 “아빠와 장난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데, 2주 동안이나 아빠가 없으면 큰일난다”며 반대했기 때문. 이처럼 한 대표는 딸들에게 인기 만점인 아빠다. 요즘 두 딸이 미국에서 공부 중인데,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놀러 가 2주 정도를 15평 좁은 아파트에서 함께 먹고 자고 놀다 왔다. 한 대표가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두는 것은 ‘자유’다. 그는 “자신이 즐기는 기업체 강의를 하고, 글을 쓰고, 가족과 여가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내게는 자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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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곧 젊음”·심형보

심형보(48) 바람성형외과 원장은 스쿠버다이빙 마니아다. 그의 병원에는 바다에서 찍은 작은 사진이 한 장 걸려 있는데 사진 속 그는 실물보다 10년은 젊어 보인다. 그만큼 행복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찾은 것이리라. 그는 아내와 함께 매년 세 차례 바다를 찾아간다.성형외과 개업의의 정년은 보통 55세로 통한다. 환자들이 젊은 의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심 원장은 “60세 이후에는 무엇을 할지 앞으로 10여 년 동안 고민하며 보낼 것”이라고 했다. 바닷가에서 스쿠버다이빙숍을 경영하는 것이 그의 ‘꿈같은’ 꿈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중년으로 인생 후반전 ‘하이킥’
“의욕과 진취”·김덕만

국가청렴위원회의 김덕만 정책홍보공보담당관은 ‘58년 개띠’다. 한국 나이로 올해 딱 50세. 경제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2~3년의 공백기간을 갖다 2004년 공무원이 된 그는 지난 2년 동안 10여 차례나 각종 공직 자리에 응시원서를 제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든 살까지 현역으로 일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자신이 좀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시장’에 나올 때마다 도전장을 내미는 것. 김 공보관은 불합격 통보를 ‘인생의 쓴맛’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형과정에서 항상 새롭게 배우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7.03.20 577호 (p14~16)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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