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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논술이 기가 막혀!

대입 위한 논술인가 논술 위한 대입인가

통합교과형 실시 앞두고 학교·학생 모두 ‘논술 공포증’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대입 위한 논술인가 논술 위한 대입인가

대입 위한 논술인가 논술 위한 대입인가
한국 사회가 ‘논술 포비아(phobia·공포증)’에 사로잡혀 있다. 주요 대학들이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기존 논술시험과는 차원이 다른 통합교과 논술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학생과 학부모, 일선 고교가 모두 불안에 떠는 중이다.

통합교과 논술이란 여러 영역의 원리를 조합해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창의적 사고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 이는 엇비슷한 점수대의 학생들을 가리는 데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선 고교와 학생들은 이 통합교과 논술에 어떻게 대비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대학 교수들조차 세계에 유례가 없는 통합교과 논술 문제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이미 수년 전부터 시행된 기존 논술시험도 학생, 학부모, 일선 교사들에게 큰 부담이 돼왔다. 난해한 철학서적과 고전이 제시문으로 나오거나 고교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복잡한 문제가 출제됐기 때문이다.

논술 사교육 시장만 기형적 급성장



국내 최고 석학으로 꼽히는 이어령 전 이화여대 석좌교수조차 “풀기 어렵다”고 평가한 대입 논술문제는 사교육 시장만 기형적으로 성장시켰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논술학원으로 등록된 학원 수는 지난해 6월 말 465곳으로, 이 가운데 86.5%인 402곳이 2004년 이후 설립된 것으로 파악됐다.

수도권 한 국립대의 국문과 교수는 “편입학 전형에 지원한 전문대 출신 학생 중 상당수가 논술 강사로 일한 경력이 있어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장 훈련조차 제대로 받은 적 없는 ‘무자격 강사’들이 어린 학생과 학부모를 현혹하는 ‘거짓 논술교육’이 판치고 있는 셈이다.

통합논술 시대를 맞아 공교육 현장 역시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이 지난해 10월 고등학교 3학년 교사 51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에서 논술 대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71.5%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시험을 출제하고 채점하는 교수들 입장에서도 논술은 골칫거리다. 상위권 사립대에서 7년간 논술시험 채점을 맡아온 K 교수는 “공정하고 일관성 있게 논술답안을 채점하기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교수의 성향에 따라 한 답안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다르고, 정교하게 답안을 채점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도 없다는 것. “각 대학 입학처가 ‘논술로 당락을 가르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다”는 K 교수의 폭로는 ‘논술 광풍’의 씁쓸한 이면을 보여준다.

대입 위한 논술인가 논술 위한 대입인가

“대학 교수들조차 풀기 어렵다”고 평가하는 대입 논술문제는 사교육 시장만 기형적으로 성장시켰다.

‘주간동아’가 일선 교사, 학원 강사, 대학 교수들과 함께 대입 기출 논술문제들을 분석한 결과,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항이 상당수 발견됐다. 국어 전문가들은 “기출 논술문제 중 일부 제시문은 비문이나 번역투의 문장이 많아 독해 자체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지나치게 긴 여러 개의 지문과 표가 억지로 연결돼 있어 답을 찾는 데 혼란을 주는 문제도 있었다. 한 자연계 논술문제의 경우, ‘학교가 발표한 예시답안에서 오류가 발견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변별력을 높인다는 명목 하에 ‘난이도 높이기’ 경쟁에 들어간 대입 논술문제들이 결국 ‘자체결함’으로 우수한 학생을 가려내는 데 실패한 셈이다.

논술의 ‘이상’과 논술의 이해당사자인 학생, 교사, 대학이 처한 ‘현실’은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린다. 논술시험이 ‘학생의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평가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면 어떻게 탈바꿈해야 할까. ‘주간동아’가 그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주간동아 575호 (p22~23)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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