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5

2007.03.06

검증 랠리 孫 우량주 오름세

박종희·김성식 투톱 체제로 운영 … 여전히 낮은 지지율, 조직과 인력부족 고민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7-02-28 13: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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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권이 대선 레이스로 달아오르고 있다.
    • 유력 대선주자의 캠프는 벌써부터 끼니때 청요릿집 같다.
    • 유능한 인재를 모으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 대선은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전쟁’이다.
    • 국민은 12월 오직 한 후보만을 대통령으로 선출한다.
    • ‘전장’을 연상케 하는 각 대선캠프의 ‘24시간’을 차례로 들여다본다.
    • <편집자>
    검증 랠리 孫 우량주 오름세

    2월22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대선캠프에서 토니 모펫 전 미국 하원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월22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대선캠프가 둥지를 튼 사조빌딩(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310호. 손학규 캠프에서 비서실장으로 뛰는 박종희 전 한나라당 의원이 검증 공방과 관련한 기사를 훑어보다가 여봐란듯 웃음을 터뜨린다.

    “김대업이 ‘한나라당에서 왜 자꾸 내 이름을 거론하느냐’며 언짢아한다는데, 그런 행태가 계속되면 자기가 직접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검증에 나서겠다나, 뭐라나. 하하하.”

    이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검증 공방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제 살 깎아먹기 다툼에서 한 발짝 비켜선 손학규 캠프는 어느 때보다도 고무된 표정이다.

    박 비서실장이 앉아 있는 자리 맞은편 서가에는 ‘효자동 1번지’라는 제목의 책이 예닐곱 권 꽂혀 있는데, 제목이 독특한 때문인지 눈길을 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후암미래연구소 대표인 차길진 법사.

    서가에 꽂혀 있는 ‘효자동 1번지’



    이름난 예언가인 차 법사는 이 책에서 서울 종로구 효자동 1번지(정확하게는 세종로 1번지다), 즉 청와대에 입성할 새 지도자를 두루뭉술하게 묘사한다.

    검증 랠리 孫 우량주 오름세

    오전 7시30분부터 시작된 회의는 2시간 넘게 이어졌다.

    “홀현히 상서로운 빛이 무궁화동산에 비추고 밝은 달에 학이 날아올라 부를 날을 맞이하네(忽見祥暾映槿域明月鶴飛應召日).”

    차 법사와 평소 친분이 있던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의 조용택 언론특보가 이 알듯 말듯한 글귀의 속뜻을 직접 물어봤다고 한다. ‘무궁화’ ‘밝은 달’ ‘학’이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예언 같은 걸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지만, 지지율이 오르는 순서로 보면 우리한테 좋은 얘기더군요. 그래서 누가 책을 가져다놓았나 봅니다.”(김주한 공보팀장)

    ‘저평가 우량주’란 닉네임을 가진 손 전 지사의 주가는 ‘검증장(檢證場)’을 거치면서 조금씩 재평가되고 있다. 5% 언저리를 맴돌던 지지율이 8.9%(2월7일 한길리서치 조사)를 찍는 등 오름세로 반전되면서 캠프 분위기에도 힘이 실렸다.

    ‘승자독식’의 게임을 벌이는 대선캠프는 부지런하게 마련이다. 310호에서의 첫 회의는 오전 7시30분을 조금 넘겨 시작된다. 이날 회의에서 주로 논의된 안건은 검증 정국에서의 손 전 지사 포지셔닝.

    “이회창 전 총재가 김대업의 병풍 때 그랬던 것처럼, 이 전 시장도 잔매를 연거푸 맞다 보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박 비서실장 옆에 앉은 국제신문 출신의 차재원 공보부실장이 “잔매엔 장사 없다”며 이 전 시장의 지지율 하락을 예상하자, 또 다른 참석자도 “김유찬뿐 아니라 에리카 김, 김경준도 악재가 될 것 같다”고 거들었다.

    아침 일찍 시작한 회의는 2시간 넘게 이어졌는데, 검증 정국에서의 포지셔닝은 “두 진영 모두 정정당당하게 검증에 임해야겠지만, 공방이 분당 사태로 가는 등의 보기 싫은 모습으로 변질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수준에서 정리됐다.

    유권자에게 보여지는 대선주자의 모습(발언+행동)은 이렇듯 상당 부분이 ‘팀 플레이’의 산물이다. “DJ의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손 전 지사의 최근 발언도 득실 검토 끝에 나온 것. 당시 박 비서실장과 김성식 정무특보(전 경기부지사)는 잃을 게 적지 않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여기(손학규 캠프)에 모인 사람들은 대체로 손 전 지사와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지향이 비슷하다. 참모들의 의견과 손 전 지사의 견해가 엇갈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참모들의 의견이 둘로 나뉠 때는 두 견해를 모두 손 전 지사에게 올린다.”(이수원 공보특보)

    사조빌딩의 손 전 지사 캠프는 박 비서실장과 김 정무특보의 투톱체제로 운영된다. 공보팀은 국회 맞은편의 한 빌딩에 따로 마련돼 있는데, 비서·정무·정책 등을 맡고 있는 사조빌딩에 20여 명, 여의도에 8명이 상주한다.

    “한국인들은 개혁하는 보수 원해”

    캠프의 인맥은 서강대 교수 시절 제자 그룹, 민주화 운동을 하던 때의 지인, 정계 입문 뒤부터 함께해온 ‘동지’들이 주축을 이룬다.

    동아일보 기자로 일한 박 비서실장은 손 전 지사가 2002년 경기지사 선거에 나섰을 때 대변인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고, 손 전 지사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김 정무특보는 1978년 유신철폐 시위와 86년 개헌투쟁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이력을 갖고 있다.

    박 비서실장은 캠프를 총괄하면서 전·현직 국회의원과 손 전 지사의 연결고리 구실을 하고 있으며, 김 정무특보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사조빌딩 202호에서 정무와 기획에 전념하고 있다. 202호의 출입문엔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푯말만 덩그러니 붙어 있는데, 김 정무특보는 “비밀 사무실은 아니고, 정책 보안 때문에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웃었다.

    공보라인은 조선일보 출신의 조 언론특보가 좌장인데, 이수원 전 경기도 공보관이 공보특보를 맡고 있으며, 손 전 지사의 제자인 김주한 전 경기도 영어마을 부장이 공보팀장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이버 캠페인은 정치기획사 부사장 출신인 강훈식 씨가 총괄한다.

    라디오방송 인터뷰 등 아침 일정을 소화한 손 전 지사가 사조빌딩으로 출근한 때는 오전 10시경. 손 전 지사는 다른 대선주자들과 달리 경호원이 없었다. 이 전 시장은 경찰 출신 수행원 2명이 경호를 맡고 있으며, 박 전 대표도 정장 차림의 경호원이 따라붙는다.

    손 전 지사의 집무실인 308호에선 미국 민주당 소속의 토비 모펫 전 의원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 전 지사는 영국식과 미국식 악센트가 섞인 유창한 영어로 모펫 전 의원과 한미FTA 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어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을 만났는데, 내가 미국에 호의적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살피러 온 게 아닌가 싶다.”

    모펫 전 의원은 손 전 지사의 뼈가 섞인 듯한 ‘농담’에 웃음으로 답한 뒤 선거 캠페인은 잘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손 전 지사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지지율이 낮다. 짧은 기간에 높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현 정권의 실정에 실망한 한국인들이 ‘과거로 되돌아가는 보수’ ‘산업시대로 회귀하는 보수’가 아니라 ‘개혁하는 보수’ ‘진보하는 보수’를 원하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젊은 참모들 격의 없는 조언

    오전 11시30분께 손 전 지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유일한 현역 의원(2월24일 현재)인 정문헌 의원이 캠프를 찾아왔다. 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에 손 전 지사의 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그는 검증 공방이 반전의 기회라는 점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두 진영이 계속 싸운다면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올 수 있다. 당원과 지지자들이 누가 본선에 나가야 집권이 가능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검증 랠리 孫 우량주 오름세

    이수원 공보특보(오른쪽)가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홈페이지를 살펴보고 있다(좌).손 전 지사의 대선캠프인 사조빌딩 310호.

    대선주자들과 ‘밥을 먹으려면’ 적어도 한 달 전에 약속을 잡아야 한다. 손 전 지사의 일정표에도 조찬, 오찬, 만찬 약속이 빼곡히 적혀 있다. 손 전 지사는 오찬을 마친 뒤 전국시군구자치의회의장협의회 정기총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여의도 공보팀은 끼니때 청요릿집을 연상시킬 만큼 분주하다. 이날도 현안이 생길 때마다 이뤄지는 ‘퀵 미팅’이 저녁식사 시간까지 이어졌다. 이수원 공보특보는 기자들의 전화를 하루 100통 넘게 받는다. 이날도 그는 자정이 넘어서야 휴대전화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손 전 지사의 캠프는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다. 40대 중반이면 벌써 시니어그룹이고 실무를 맡고 있는 이들은 20, 30대가 주를 이룬다. 젊은 참모들은 격의없이 손 전 지사에게 조언하고 고언한다.

    사조빌딩 310호에는 눈길을 끄는 액자가 하나 걸려 있다. 대학생 지지자들이 보내온 ‘손주몽’(주몽과 손 전 지사를 합성했다)이 그것. 민심대장정 때 대학생 봉사단은 손 전 지사를 ‘손 대장’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캠프에 소속된 인사들은 “주몽이 그랬듯 시대정신은 손학규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손 전 지사의 캠프가 자리잡은 사조빌딩은 지은 지 오래되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임대료가 싸다는 장점이 있으나 후미져 캠프를 찾기도 쉽지 않다. 캠프의 세(勢)도 당내 경쟁자들에 비해 열위에 있다.

    그럼에도 캠프 사람들은 느긋하다. ‘시대정신은 손학규에게 있다’는 ‘진실’ 혹은 ‘우상’에 푹 빠져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야말로 대한민국의 과거를 품으면서 미래도 놓치지 않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그들은’ 믿고 있었다.

    인터뷰|박종희 손학규 전 지사 비서실장

    “우리는 정치적 스토킹은 안 한다”


    검증 랠리 孫 우량주 오름세
    -왜 손 전 지사의 캠프에 합류했나.

    “시대정신이 손학규에게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는 중도 보수의 틀에서 개혁과 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대선주자다.

    -지지율 격차가 상당히 커 보인다.

    “현재의 지지율은 크게 의미가 없다. 선거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게임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주자에게 지지가 더욱 쏠리게 되는) 밴드웨건 효과 덕이다. 중소기업인, 교수, 기자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가장 높지 않은가.”

    -지지율을 높일 복안은?

    “콘텐츠다. 손 전 지사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상품성이 매우 높다. 파주에서 77만 개의 일자리를 창줄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으로 승부를 볼 것이다. 산업시대 패러다임의 허구를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우리의 비전을 국민에게 알려가겠다.”

    -캠프에 참여한 현역 의원이 거의 없다. 비서실장도 ‘전 의원’이다. 당내 세력이 절대적으로 열위에 있는데….

    “그래서 나는 여의도 쪽으로 잘 안 간다.(웃음) ‘전 의원’이지만 정치권 인맥에선 모자랄 게 전혀 없다. 중진 의원을 포함한 다수의 현역 의원들이 곧 합류할 것이다. 심정적으로 손 전 지사를 지지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우리는 다른 캠프와 달리 줄 세우기는 안 할 것이다. 우리 캠프에 오기로 했던 의원을 스토킹 수준의 권유로 다른 캠프에서 빼앗아 간 일도 있다.”

    -검증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는 도덕성에서 가장 우위에 있다. 검증은 대선주자들이 각자 정정당당하게 임하면 된다. 또한 일자리 창출 능력, 미래에 대한 비전, 국가 통합 능력 등도 검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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