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2

2007.02.06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평화 파괴라고?

  • 이명우 종로학원 광주캠퍼스 논술연구소장·대학별고사 ‘적중예감’ 저자

    입력2007-02-05 11:3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렇게 중요한 남해 항로를 지키려는 것이 기동함대인 만큼 이 함대의 모항은 남쪽 바다 끝자락에 있어야 한다. 1993년 해군은 제주도에 기지를 지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2002년부터 제주도민을 상대로 해군기지 건설에 관한 설명회를 열었다. 1948년 제주도는 4·3사태라는 비극을 겪었는데, 2002년 정부와 제주도는 이 비극을 화해와 상승으로 승화시키자며 ‘평화의 섬’ 운동을 벌여 2005년 초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

    ‘평화의 섬’ 운동이 힘을 받던 시기, 일부 제주도민은 해군기지 건설을 ‘평화에 반하는 것’으로 인식해 반대운동을 펼쳤다. 이에 여론에 밀린 제주도지사가 2005년 6월 해군기지 건설 관련 논의를 중단함으로써 해군기지 건설은 급제동이 걸리는 듯했다. (중략) 2006년 3월 국방부가 국방중기계획에 제주기지 건설을 포함시키자, 7월 제주도도 논의 재개 결정을 내려 이후 여러 차례 설명회가 열리게 됐다.

    - ‘주간동아’ 2월6일자. 572호. 63쪽. 이정훈 기자


    1. 문제의 발단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방위를 위해 해군력 증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군 군사력 증강계획에 따라 2005년 1만5000t급 대형 상륙함 ‘독도함’이 진수됐다. 올해 7, 8월에는 이지스 구축함을 진수해 기동전단을 구성하고, 이 기동전단의 모항을 제주도에 건설할 예정이다.



    그런데 2002년 정부와 제주도는 4·3사태의 비극을 화해와 평화로 승화시키자며 ‘평화의 섬’ 운동을 벌였으며, 2005년 제주도는 ‘평화의 섬’으로 지정됐다. 일부 제주도민은 해군기지 건설을 ‘평화에 반하는 것’으로 생각해 반대운동을 펼쳤고, 여론에 밀린 제주도는 2005년 6월 해군기지 건설 관련 논의를 중단했다.

    2. 남해와 한국의 미래

    남해는 한국의 미래와 운명이 걸린 곳이다. 남해를 통해 산업 한국의 젖줄인 유조선이 들어오고, 수출 한국의 탯줄인 컨테이너선 항로가 연결된다. 남해에는 한국의 부산, 중국의 상하이, 일본의 5대 항구, 홍콩 등 세계적인 국제 무역항이 이어지는 항로가 자리해 있다. 이렇게 남해는 우리나라 무역의 핵심 항로인 동시에 세계 무역의 중심 항로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 남해에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상황에서 한국의 운명이 걸린 남해를 잃게 된다면 한국은 고사(枯死)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해군 당국이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한 것은 국가 안보와 한국의 미래를 위해 필연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3. 해군기지 vs ‘평화의 섬’

    제주도민들이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4·3사태라는 민족사적 비극이 가져다준 끔찍한 기억 때문이다. 1948년 일부 지역 주민이 미군 통치에 반기를 들고 선거를 거부해 일어난 이 사건은 당시 제주도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3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래서 정부와 제주도는 2005년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해 과거의 비극을 화해와 평화로 승화시키고자 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이 평화의 섬 운동의 취지를 벗어나 평화에 반하는 행위라고 인식했다. 4·3사태로 희생된 무고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제주도민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즉, 제주도민이 겪었던 고통의 세월과 제주도의 사회·역사적 상황을 고려하면 제주도민의 해군기지 반대를 단순한 지역이기주의로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4. 국가 안보와 제주도의 평화, 공존은 불가능한가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제주도민이 바라는 평화를 파괴하는 일일까? 아닐 것이다. 오히려 해군기지를 건설해 남해를 온전히 보호하는 것이 평화를 지키고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제주도민이 겪은 4·3사태의 비극도 미군통치 반대에서 촉발된 것이며, 결국 주권이 흔들리는 나라가 겪어야 했던 비극의 결과가 아니던가.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된다고 제주도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육군종합행정학교와 중앙군사학교의 경우, 여러 중소도시들이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와 제주도민 간에 지역 발전방안이 모색되고, 제주도의 평화가 지켜질 수 있도록 충분한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남해를 지키는 것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발전과 미래가 걸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생각 넓히기

    。 제주도에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제주도민의 반발이 심하다. 이러한 갈등의 합리적인 해결 방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시오.

    。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이어도 종합 해양기지에 대한 중국의 반발 등 한·중·일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우리나라의 대처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시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