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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 만들어도 정박할 항구가 없다?

해군 기동함대 편성 계획 ‘착착’ …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지지부진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군함 만들어도 정박할 항구가 없다?

군함 만들어도 정박할 항구가 없다?

해군기지 후보지로 선정된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화순항(왼쪽)과 남원읍 위미리 위미항 .

군함 만들어도 정박할 항구가 없다?
2005년 7월12일 부산의 한진중공업에서 1만3500t급 대형 상륙함(LPH)인 ‘독도함’을 진수했을 때 많은 국민은 환호했다. 독도함은 스키 점프대를 설치하면 수직이착함기인 ‘시 해리어’를 띄울 수 있어 유사시 ‘경(輕)항공모함’의 기능을 할 수 있다. 스키 점프대를 설치하지 않은 독도함에는 12명이 탑승할 수 있는 수송용 헬기 CH-60을 갑판에 7대, 격납고에 4대 실을 수 있다.

독도함은 또 해병대 보병 720명(1개 대대급)과 전차 6대, 수륙양용 장갑차 7대, 견인포 3문, 5t 트럭 10대, 무거운 장비를 날라주는 공기부양정 2척을 싣는다. 상륙전이 펼쳐지면 독도함에서는 해병대 병사들을 태운 CH-60 헬기가 이함(離艦)해 적군의 장거리포가 설치된 해안선 너머 고지(高地)에 이들을 내려준다. 헬기에서 내린 해병대는 적군의 장거리 포대를 제압하는 작전에 들어간다.

그와 동시에 아군 함정이 일제사격을 퍼부어 해안에 배치된 적군을 압도한다. 그 후 독도함에서 해병대를 실은 수륙양용 장갑차가 나와 적진을 향해 돌격하고, 전차를 실은 공기부양정이 시속 50km로 달려나와 해안에 전차를 내려놓는다. 전차는 아군 함정의 엄호사격을 받으며, 상륙한 수륙양용 장갑차와 함께 내륙으로 뚫고 들어가 후속부대가 안전하게 상륙할 수 있도록 교두보를 확보한다.

군함 만들어도 정박할 항구가 없다?

한국형 수송함 ‘독도함’ 진수식. 동아일보

2009년 말이 기동전단 구성의 적기

독도함은 올해 7, 8월쯤 진수할 예정으로 현대중공업에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KDX-Ⅲ(7500t급) 이지스 구축함과 함께 기동전단을 이루는 핵심세력이 된다. 해군이 생각하는 기동전단은 독도함과 이지스 구축함 각 1척에 KDX-Ⅱ(4500t급) 구축함 4척, 군수지원함(8500t급) 1척 등 모두 7척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해군은 이러한 기동전단을 3개 만들고, 3개 기동전단을 묶어 기동함대를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해군은 연안 방어를 전담하는 3개 해역함대만 갖고 있다. 먼바다(遠洋)에 나가 장기간 작전하는 대양함대가 없어 고민해왔는데, 이 고민을 푸는 열쇠가 바로 기동전단이다. 기동전단 건설을 시작으로 만들어지는 기동함대는 미국 해군의 7함대, 일본 해상자위대의 호위함대처럼 먼바다에 나가 작전하는 ‘대양함대’가 된다.

이지스 구축함은 2008년 말 해군에 인도되므로 2009년 말이나 2010년이 기동전단을 구성할 수 있는 적기가 된다. 대양함대일지라도 정비를 하고 보급을 받고 오랜 해상생활에 지친 승조원을 쉬게 하려면 항구에 들어와야 한다. 문제는 기동전단 구성은 시계침처럼 진행되고 있으나, 기동전단 모항 건설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는 점이다.

군함 만들어도 정박할 항구가 없다?

KDX-Ⅱ 5번함 강감찬함. 사진 : '자주국방 네트워크' 신인균

한국의 이해가 걸린 먼바다는 남해 쪽이다. 남해 쪽을 통해 산업한국의 젖줄인 유조선이 들어오고, 수출한국의 탯줄인 컨테이너선 항로가 연결된다. 남해 쪽에는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1위인 싱가포르와 2위인 홍콩, 6위인 대만의 가오슝(高雄), 3위·4위인 중국의 상하이(上海)와 선전(深土川), 5위인 부산, 세계 20위권에 속하는 일본의 고베(神戶)-오사카(大坂)-나고야(名古屋)-요코하마(橫濱)-도쿄(東京)로 이어지는 항로가 있다. 유사시 이 젖줄과 탯줄이 끊어지면 한국은 하루아침에 고사(枯死)하고 말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남해 항로를 지키려는 것이 기동함대인 만큼 이 함대의 모항은 남쪽 바다 끝자락에 있어야 한다. 1993년 해군은 제주도에 기지를 지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2002년부터 제주도민을 상대로 해군기지 건설에 관한 설명회를 열었다. 1948년 제주도는 4·3사태라는 비극을 겪었는데, 2002년 정부와 제주도는 이 비극을 화해와 상승으로 승화시키자며 ‘평화의 섬’ 운동을 벌여 2005년 초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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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 운동이 힘을 받던 시기, 일부 제주도민은 해군기지 건설을 ‘평화에 반하는 것’으로 인식해 반대운동을 펼쳤다. 이에 여론에 밀린 제주도지사가 2005년 6월 해군기지 건설 관련 논의를 중단함으로써 해군기지 건설은 급제동이 걸리는 듯했다. 그런데 그해 11월2일 경주시가 국가적 난제였던 방폐장을 주민투표를 통해 89.5%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유치하는 결정을 내리자 제주도민의 의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2006년 3월 국방부가 국방중기계획에 제주기지 건설을 포함시키자, 7월 제주도도 논의 재개 결정을 내려 이후 여러 차례 설명회가 열리게 됐다. 는 해군기지 건설 논의가 재개된 2006년에 제주도 언론이 조사한 도민 여론 추이를 정리한 것인데, 2006년 12월10일 ‘제민일보’ 조사를 제외하고는 찬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군함 만들어도 정박할 항구가 없다?

KDX-3 1번함 실물 축소모형. 사진 : '자주국방 네트워크' 신인균



제주도, 문제해결 방식 결정 못해

해군기지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와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따라서 이곳 여론은 제주도 전체 여론보다 중요한데, 여론조사 결과 화순리에서는 45% 대 46%로 반대가 1%포인트 높게 나왔고, 위미리의 경우 위미1리에서는 찬성이 압도적(80% 정도)으로 높았으나 위미2리에서는 46% 대 45%로 찬성이 1%포인트 높았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제주도 측은 이 사업을 허가하는 조건으로 정부에 ‘제주도 전체를 면세지역으로 해달라’ ‘영어마을을 지어달라’ ‘제주도의 법인세율을 인하해달라’ 등을 반대급부로 요구했다. 이 요구는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다 받아줄 수는 없는데, 제주도는 어느 선까지 들어주면 기지 건설을 허가하겠다는 의견을 아직 내놓지 못했다.

제주도는 문제해결 방법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투표로 결정할지, 의회 결정으로 할지, 도에서 허가 여부를 결정할지도 정하지 못한 것이다. 만약 주민투표를 선택한다면 전체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할지, 후보지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2006년 제주도는 고부언 제주발전연구원장 등 7명으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해군기지 영향 분석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게 했다. 이 팀은 ‘해군기지와 평화의 섬은 양립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결정 방법을 비롯한 주요 판단 기준은 제주도의 최고 정책결정자가 내려야 한다’며 도지사에게 그 부담을 넘겼다.

그러나 김태환 현 제주도지사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월26일 1심에서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아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소신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기동전단 구성을 고려한다면 제주도는 3월까지 건설 후보지를 확정해야 하는데, 제주도의 최고 책임자가 정치적 곤경에 빠짐으로써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인 것.

군대가 들어오면 지역 발전이 늦어진다는 것은 옛말이다. 최근 경북 영주와 충북 괴산·영동, 충남 논산은 경기 성남에 있는 육군 종합행정학교와 학생중앙군사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경남 고성과 전남 해남은 이전이 확정되지도 않은 해군 교육사를 유치하겠다며 대립한 바 있다. 과연 제주도는 항로가 끊어져도 살 수 있는 곳인가? 국가적 이익이 걸린 기동함대 기지 건설에 제주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07.02.06 572호 (p62~63)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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