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2

2007.02.06

막바지 한미 FTA 아직도 탐색전인가

6차 협상 끝났지만 자동차·쇠고기 등 핵심 쟁점 별 진전 없어

  • 김유영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입력2007-01-31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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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바지 한미 FTA 아직도 탐색전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6차 협상이 열린 1월15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오른쪽)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물고 있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이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진척 속도를 두고 한 말이다. 1월15~19일 서울에서 FTA 제6차 협상이 열렸지만 양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무역구제(반덤핑 관련 조치), 자동차, 섬유, 의약품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뚜렷한 진전이 없었다.

    한미 양국 협상단은 ‘올해 3월 말까지 FTA를 타결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미국 의회가 미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 시한이 6월 말인 데다 의회 보고 기간(90일)을 감안하면 협상은 3월 말까지 끝나야 하기 때문이다.

    6차 협상, 물밑 협상 치열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의견 조율이 힘든 무역구제, 자동차, 섬유 등 핵심 쟁점을 다루는 실무급 회의(분과회의)는 아예 열지도 않았다.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실무 협상에서 ‘주고받기’를 할 수 있는 현안을 먼저 매듭짓기 위해서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이번 협상을 ‘물 위에서 헤엄치는 백조’에 비유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느리게 움직이지만 물밑에서는 빠른 발길질로 헤엄치고 있다는 것.



    실제로 김종훈 한국 측 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대표는 협상 기간에 하루 두세 차례 이상 개별적으로 만나 핵심 쟁점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커틀러 대표가 “그동안 1~5차 협상을 모두 합한 것보다 이번 협상에서 김 대표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다면 양국 대표의 노력만큼 협상이 진척됐을까. 한미 FTA 6차 회담 마지막 날인 19일, 양국 대표는 고위급 회담 협상 결과를 시사하는 말을 했다.

    “웬디 커틀러 대표가 7차 협상 전까지 숙제를 잘 해오기를 기다려보겠습니다.”(김종훈 한국 대표)

    “미국 워싱턴으로 돌아가면 할 일이 아주 많을 것 같습니다.”(웬디 커틀러 미국 대표)

    알짜배기 협상은 이제부터

    막바지 한미 FTA 아직도 탐색전인가

    1월16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열린 한미 FTA 반대 집회 장면.

    자동차의 경우 미국은 배기량 기준의 한국 자동차 세제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한국이 세제를 바꿔야 약 2%인 자동차 관세를 내릴 수 있다는 것. 이번 협상에서 한국이 자동차에 대한 양보안을 일부 제시했으나 의견의 폭을 좁히지 못했다.

    무역구제도 마찬가지. 한국이 미국의 까다로운 반덤핑 조사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미국은 “한국의 제안이 미국의 법률 개정을 요구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는 미국이 7차 협상에서 한국의 양보안(수정안)에 대해 얼마나 성의 표시를 할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미국이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문제도 변수다. 6차 협상 첫날부터 커틀러 대표가 “쇠고기 시장을 전면 개방하지 않으면 FTA를 체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상원의원 11명은 현지에서 1월17일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를 불러 또다시 쇠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했으며, 미국 육류수출협회도 일간지에 광고를 내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한국은 광우병 등에 대한 우려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무회의, 반쪽의 성공

    6차 협상에서 이뤄진 실무급 회의는 일부 성과를 거두긴 했으나 7차 협상에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양국은 상품(공산품) 분야에서 미국은 자동차와 부품 등 53개, 한국은 정밀화학제품 등 83개를 제외한 7000~8000개에 이르는 모든 공산품의 관세를 최장 10년 이내에 없애기로 했다.

    품목 수로 따지면 양국 모두 99% 가까이 시장을 열었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좀 다르다. 한국은 79.2%에 이르는 반면, 미국은 65.2%에 불과한 품목을 개방하는 것. 이는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액 중 23%를 차지하는 자동차 문제가 해결되어야 공산품 개방안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서비스 분야의 경우 우체국보험과 신용보증기금은 개방 요구를 받지 않아도 된다. 국책금융기관으로서의 특수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은 FTA 협상 대상에 넣기로 했고, 농협공제(보험)도 민간 보험사와 같은 수준으로 개방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전문직 자격 상호 인정 분야에서 양측은 FTA 발표 직후 공동 작업반을 설치해 관련 내용을 1년 뒤 합의하기로 하는 등 타결의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 측에 한의사 자격증을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했고, 한국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7차 협상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8차 일괄 타결 가능한가

    양국 대표는 6차 협상이 끝나고 1~2주 동안 내부 회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한 뒤 7차 협상 전까지 고위급 회담을 열어 절충을 시도하기로 했다. 이는 핵심 쟁점을 연계해 ‘최종 빅딜’을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주고받기 협상의 대상이 어떤 것이 될지는 각종 변수가 많아 예단하기 힘들다.

    한미 양국 협상단은 ‘협상 타결’이라는 한 배를 타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한국의 17배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다. 또 한국은 제조업 위주의 수출 지향형 성장전략이 한계를 드러낸 만큼 개방을 통해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미국 입장에선 한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중국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을 정치적으로 견제하려는 목적도 엿보인다. 미국이 대(對)중동 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이스라엘, 요르단과 FTA 협상을 맺었듯 한미 FTA 체결을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최선을 다해서 협상에 임하겠지만 무조건 한미 FTA를 맺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시간에 쫓겨 협상을 체결하거나 무조건적인 양보로 일관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양국은 협상 타결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2월11~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FTA 7차 협상이 주목된다.

    한미 FTA 6차 협상의 주요 진전 및 쟁점 사항
    분야 진전 사항 쟁점 및 미합의 사항
    상품무역 관세 조기 철폐 대상 확대 한, 자동차 관세 조기 철폐 요구
    무역구제 진전 없음 한, 반덤핑제도 개선 요구
    자동차 대표급 회담에서 세제 문제 논의 미, 배기량 기준 국내 세제 개편 요구
    의약품 대표급 회담에서 일부 논의 미, 약제비 적정화 시 최저가격 보장,

    약가 관련 분쟁 해결 투명성 보장
    서비스·투자 전문직 자격 상호 인정 합의

    투자자-국가 소송에서

    한국 요구사항 검토하기로
    한, 금융 위기 시 세이프가드 허용 요구

    미, 방송·통신 시장 개방 요구
    농산물 특별한 진전 없음 미, 쇠고기-FTA 연계 요구

    미, 쌀 개방 요구 예정이라 밝힘
    금융 산업은행, 기업은행 FTA 적용 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FTA 유보(개방 제외)요구

    미, 신용평가 등 국경 간 거래 허용과 농협공제(보험) 등

    금융 감독 요구
    노동·환경 기술적인 쟁점 타결 대중참여제 추가 논의 필요
    경쟁 주요 쟁점 미진전 미, 재벌규제 명시 요구
    지적재산권   미,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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