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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 위한 결단이냐, 18대 총선 터닦기냐

여당 탈당 의원들 진짜 얼굴은 어느 쪽?

  • 양정대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torch@hk.co.kr

대의 위한 결단이냐, 18대 총선 터닦기냐

대의 위한 결단이냐, 18대 총선 터닦기냐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이 1월22일 국회기자실에서 탈당을 선언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 탈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하나같이 통합과 민생, 개혁과 신(新)질서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후속 탈당을 예고하는 반(半)협박성 메시지도 도처에서 나온다. 바야흐로 열린우리당의 해체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탈당파 의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아예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있더라도 “벌써 18대 총선을 준비하는구나” 하는 식이다.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본인들은 여당이라는 기득권을 버린 것이라고 억울해하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끊이지 않는 與 의원 이적설

최근 탈당 국면의 와중에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입당을 타진 중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은 철새를 받아들일 것인지를 놓고 내부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민주당은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를 설파하느라 분주하다.

사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이적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는 지난해 기회 있을 때마다 “열린우리당 호남권 의원들이 조만간 입당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한나라당 전여옥 최고위원도 지난해 12월 “10여 명의 여당 의원들이 입당을 타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현실화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무게감이 다르다. 엊그제까지 열린우리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이계안 의원이 공개적으로 일부 의원들의 한나라당행(行)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 그는 “동료 의원들의 얘기이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지역구 사정이나 경제문제에 대한 접근법에 따라 (한나라당으로 가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한 뒤 경제관료와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4~5명, 수도권 3~4명, 충청권 2~3명의 의원이 한나라당과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대부분 실용·보수 성향이고, 지역적으로는 수도권과 충청권 출신이다. 광주·전남권 3~4명, 수도권 1~2명 의원의 민주당 입당설도 끊이지 않는다.

이들이 거명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단순화해놓고 보면, 현재로서는 모두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간판이 아니고선 당선이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의 위한 결단이냐, 18대 총선 터닦기냐

2006년 12월26일 열린우리당 의원총회.

의원들 마음은 벌써 18대 총선에

열린우리당의 대표적인 강경 탈당파인 A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지역에서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난리”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경기남부 출신으로 정동영 전 의장계이자 중도노선으로 분류돼왔다. 그간 한나라당 입당설에서 비켜서 있었던 그는 “고민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일찌감치 한나라당행이 점쳐졌던 충청권 B의원은 요즘 국회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 지역구의 경조사를 챙기고 시장 상인들과 악수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고 한다. 그와 가까운 한 재선의원은 “차라리 열린우리당이 풍비박산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며 씁쓸해했다. B의원은 선도탈당파 명단에 매번 이름이 오른다.

전남 출신 C의원은 줄곧 “통합신당이 도로 민주당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에서 그의 입당설이 흘러나왔다. C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민주당과 합쳐질 바엔 빨리 안방을 차지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범여권의 예비 정치인이 부지기수인 전남에서 18대 총선을 기약하려면 그 길밖에 없다는 얘기다.

탈당파인 수도권 D의원의 고민은 좀더 솔직하다. 그는 “열린우리당을 만들 때는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신당은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역에서 열린우리당 이야기를 하면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것. 그는 “대선도 대선이지만 18대 총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비례대표들의 고민도 깊다. 수도권에 터를 닦고 있는 탈당파 E의원은 “당장이라도 탈당하고 싶지만 의원직 없이 어떻게 18대 총선을 준비하겠냐”고 했고, F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에서 당 해산이 결의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선도탈장 결행한 이들의 속내는…

당내에서 임종인 의원이 탈당 1호가 되리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이계안, 최재천 의원은 강경 탈당파였지만 시점은 예상보다 빨랐다는 게 중론이다.

임 의원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보수화를 탈당 이유로 들었다. 이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죽어야 한다”고 했고, 최 의원은 “창조적 분열을 위해 광야로 나간다”고 했다. 한 달 넘게 탈당 분위기만 잡고 있는 이들에 비하면 반(反)한나라당 전선 구축과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위한 자기희생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법하다.

그런데 전략기획실의 한 관계자는 좀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세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과 서울 동작, 성동은 호남 출신의 비중이 굉장히 높은 곳”이라고 했다. 또 안산의 경우 김영환 전 과기부 장관이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리는 곳이라 임 의원으로선 통합신당 흐름에 하루빨리 몸을 던져야 할 상황이었고, 이 의원은 ‘오픈 프라이머리’ 출마를 통해 입지를 공고히 할 생각을 굳힌 터라 열린우리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최 의원도 과거 창당 실무자들에게서 노하우를 익히면서 통합신당 창당 과정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하고자 했던 만큼, 특정 정당의 간판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한다. 결국 세 의원의 탈당이 모두 18대 총선을 염두에 둔 탈당이었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염치도, 책임의식도 없다”

물론 이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탈당이 현실적 이해관계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만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중진의원은 “나도 상황에 따라 몇 번 당적을 바꾼 적이 있지만 지금처럼 참담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푸념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 통합신당을 만들자고 말들은 하지만, 정말 그렇게들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대선이 목표라면 이렇게 무질서하고 무책임하게 탈당을 얘기해선 안 된다. 기획 탈당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는데, 도대체 최소한의 금도도, 염치도, 책임의식도 없어 보인다. 금배지 한 번 더 다는 데 모두 혈안이 돼 있다. 100년 가는 정당 만들자고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100년에 한 번 나오기 어려운 우스운 당이 돼버렸다.”



주간동아 2007.02.06 572호 (p20~21)

양정대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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