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1

2007.01.30

요약하는 습관, 참 좋은 습관

  • 최진규 충남 서령고등학교 국어교사·‘교과서로 배우는 통합논술’ 저자

    입력2007-01-29 1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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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하는 습관, 참 좋은 습관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답답하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말로 독서와 사고의 관계를 규정지었습니다. 이 말은 어떤 글을 읽었다면 읽은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다시 한 번 생각해봄으로써 그 의미를 정확히 꿰뚫어보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같은 생각이라도 글쓰기와 함께 하면 사고력이 더욱 향상된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것과 글로 써가면서 생각하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얘기입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망각의 속성을 지닌 동물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잊히게 마련입니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글이 필요한 것이지요. 한 편의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것은 논리적인 사고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글쓰기 자체의 어려움을 들어 글을 읽는 것으로 만족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적절히 소화시킬 수 있어야 사람의 몸에 유익하듯, 글 읽기도 쓰기라는 활동이 더해져야 효율성이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최근 대입 논술고사에서 제시문을 읽고 그 내용을 요약하는 문제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시 전형의 경우 요약형 문제의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물론 중심 내용만 선별해 그대로 이어붙이는 식의 답안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합니다. 요약형 문제를 출제한 대학의 의도는 수험생이 글을 얼마나 정밀하게 읽었는지, 그리고 그 글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입니다.

    논술시험에 나오는 요약 문제는 평소 글을 읽으면서 요약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면 큰 어려움 없이 출제자가 요구하는 답안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좋은 요약문은 제시문에 드러난 정보의 단순 나열이 아니라 글쓴이의 핵심 주장과 논거를 빠뜨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재구조화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임의로 해석하여 글쓴이의 의도를 변형시키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그러면 아래 도표를 통해 요약 과정을 살펴보기 바랍니다.



    4단계 요약 과정

    1단계 : 제시문을 침착하게 [그물 읽기]2단계 : 단락별 중심 내용 [밑줄 긋기]3단계 : 중심 내용을 구조화하여 [연결하기]4단계 : 글쓴이의 의도 확인과 적합성 [점검하기]

    통합논술 시행 대학의 예시문항에 나타난 요약하기 문제를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면 관계상 제시문은 싣지 못하고 서울대와 고려대의 발문만 살펴보겠습니다. 고려대는 예시문항에 나왔던 요약하기 발문과 동일하게 2007학년도 수시 1학기와 2학기 논술시험을 출제했습니다.

    서울대 출처 인문계 5번 문항 (A4 용지 4장 분량)
    발문 위 제시문을 300자 이내로 요약하시오.
     
    고려대 출처 인문, 자연 공통 1번 문항 (A4 용지 1장 분량)
    발문 (다)의 요지를 밝히시오.(200자 이내)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글을 읽은 뒤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번거롭고 수고로운 일이지만 필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법입니다. 요약하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자신의 독해력과 문장력이 부쩍 성장한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요약하기 연습을 해볼 재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교과서에 나온 지문이나 신문 사설, 칼럼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요약하는 습관은 내용의 효율적인 이해는 물론, 논리력 향상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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