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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주의 茶人기행|구암 허준

물은 생로병사의 열쇠를 쥐고 있다

물은 생로병사의 열쇠를 쥐고 있다

물은 생로병사의 열쇠를 쥐고 있다

구암공원 전경(좌). 허준 동상.

허준의 호를 빌려 지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 구암공원을 거닐며 예전에 보았던 허준의 일생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떠올려본다. 허준은 스승의 시신을 해부하면서 자신의 의술을 완성한다. 유교 국가에서 사람의 몸에, 그것도 스승의 몸에 칼을 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물론 구전되는 설화를 소재로 엮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실재한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인체를 해부했던 사람은 참판 전윤형이다. 그는 허준과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다. 이익의 ‘성호사설’을 보면 전윤형이 ‘시신을 세 번 해부한 뒤에 의술이 정통해졌다’는 기록이 있다. 전윤형은 ‘이괄의 난’ 때 사형을 당하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가 시신을 해부해 천벌을 받았다고 손가락질했다. 유교 윤리와 의술의 갈등을 말해주는 일화로서 선구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 일인지 짐작케 한다.

동의보감에 ‘차는 만병지약’ 기록 … 한국 첫 茶醫

옛사람들은 차를 약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당나라 진장기는 저서 ‘본초습유(本草拾遺)’에서 “온갖 약은 각병지약(各病之藥)이지만, 차는 만병지약(萬病之藥)이다”라고 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 다음과 같이 기록해놓고 있다.

“차나무의 성질은 약간 차고, 맛은 달고 쓰면서 독이 없는 식물이다. 그 성질이 쓰고 차면서 기운을 내리게 하고, 체한 음식을 소화시켜주며,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을 잘 보게 한다. 또한 소갈증을 멈추게 하고 잠을 적게 해주며, 화상 입은 곳에서 독을 없애준다.”



또한 차나무의 여러 가지 이름도 소개하고 있다.

“차나무는 치자와 같고 겨울에 잎이 나는데, 일찍 딴 것을 차라 하고 늦게 딴 것을 명(茗)이라 하며, 그 이름은 다섯 가지가 있다. 차(茶), 가( ), 설( ), 명(茗), 천( )이다. (중략) 어린 싹을 작설(雀舌)·맥과(麥顆)라고 하는데, 이는 싹이 아주 어린 것으로 납차(臘茶)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어린 싹을 따서 찧어 떡을 만든 뒤 불로 구운 것이 좋다. 입수곡궐음경(入手足厥陰經)에 반드시 뜨겁게 마시라 했다. 차게 마시면 담(痰)이 모이고, 오래 마시면 사람에게서 지방을 빼 여위게 한다.”

아마도 우리나라 의서에 ‘작설차’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동의보감이 최초가 아닌가 싶다. 그뿐만 아니라 동의보감 고다(苦茶)편은 차의 종류와 성질, 효능을 집대성하여 정리해놓고 있다. 그러므로 허준을 우리나라 다맥에서 다의(茶醫)라 부르면 어떨까.

허준의 본관은 양천(지금의 서울 강서구 가양동 일대)이고, 자는 청원이다. 그는 양천에서 명종 1년(1546)에 출생하여 광해군 7년(1615)에 죽는다. 그의 조부와 부친은 모두 무과 출신이다. 허준은 29세 때 의과에 급제해 의관직에 나아간다. 어의가 되어 왕의 신임과 명성을 얻은 뒤 당상(堂上)의 품계를 받고 사헌부, 사간원의 상소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선조를 따라 의주까지 호종(扈從)하여 호성공신(扈聖功臣)이 되며, 1596년 선조의 명을 받아 의인(醫人)들과 함께 동의보감 편찬에 들어간다. 그러나 정유재란을 만나 의인들이 흩어져 중단되고 허준 혼자서 광해군 2년(1610)에야 25권 25책으로 완성을 본다. 실로 10여년 만에 이룩한 당시의 의학지식을 집대성한 한방의학서로서 내편·외형·잡병·탕액·침구 등 다섯 편으로 편집되었고, 보감은 곧 중국과 일본으로 전해졌다.

다인들에게 물은 차의 몸(體)이라 하여 아주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허준 역시 ‘물은 생로병사의 열쇠를 쥐고 있다’라고 근원적인 결론을 내리면서 찻물의 으뜸으로는 천기(天氣)가 충만한 새벽에 처음 긷는 정화수, 그 다음으로 한천수(寒泉水)를 들고 있다.

☞ 가는 길

서울 가양대교를 지나 첫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이정표가 보이는데, 거기서 800m쯤 가다 보면 허준 동상이 있는 구암공원이 나온다. 주변에 한의사협회건물 및 허준 박물관 등이 있다.



주간동아 2005.12.06 513호 (p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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