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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중동이 부른다

넘치는 오일머니… 중동 르네상스 잡아라

향후 5년간 약 700조원 규모 프로젝트 발주 … 한국 발전 모델 후한 평가 국내기업 진출 절호의 기회

  • 서정민/ 중앙일보 카이로 특파원·중동 전문기자 amirseo@joongang.co.kr

넘치는 오일머니… 중동 르네상스 잡아라

넘치는 오일머니…   중동 르네상스 잡아라

두바이를 중심으로 한 중동 르네상스의 상징이 된 ‘세븐 스타’ 호텔 버즈 알 아랍 호텔.

11월24일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중동·아프리카권 12개국의 대형 프로젝트 발주처 관계자와 바이어 수백명이 시내에 있는 파크 하야트 호텔에 모였다. 수년간의 고유가로 ‘오일달러’가 넘쳐나는 중동 지역으로 플랜트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코트라(KOTRA)가 개최한 사상 최대 규모의 로드쇼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사막 위에 펼쳐진 푸른 골프장 옆 회의장에서는 이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한국 정부 및 기업 대표들과 아랍권 정부 관계자, 바이어들이 모여 한-중동 플랜트 협력에 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

한국과 중동 기업인들은 테이블에 앉아 향후 사업 구상은 물론 당장 필요한 건축자재 및 기계류 교역을 놓고 상담을 벌였다. 피부색과 얼굴 모양은 다르지만 이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목표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제2의 특수’로 불리는 중동 르네상스에서 제외되지 않겠다는 의지다.

700조원의 향방은 1배럴당 60달러에 달하는 고유가로 인해 중동에는 전례 없는 건설붐과 더불어 플랜트 발주가 붐을 이루고 있다. 20년 만에 최대 호황을 맞은 중동 국가들은 쌓인 달러를 대규모 프로젝트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앞으로 5년간 약 7000억 달러(약 70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중동 내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두바이 상공회의소 소장 우다이브 알타이르 씨의 말이다. ‘중동 르네상스’ 선점을 위해 아랍에미리트는 아부다비 국제공항 확장공사와 두바이 ‘축제도시’ 건설 등 2214억 달러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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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을 이루는 두바이 공항면세점.

카타르는 라스 가스 3단계 개발에 130억 달러 등 모두 1026억 달러를, 사우디아라비아는 주바일과 얀부의 석유화학 시설 확장사업 등에 1461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란, 이라크 등의 향후 5년간 프로젝트들도 1000억 달러 이상의 엄청난 규모다.

계획적인 사업 그러나 20여년 전의 중동 건설붐과는 사뭇 다른 점들이 있다. 가장 달라진 부분은 산유국들 자신이 철저하게 계획적인 건설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넘치는 오일머니…   중동 르네상스 잡아라

두바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공사 현장은 ‘두바이는 공사 중’이란 말을 낳았다.

‘석유 위에 앉아 돈을 펑펑 쓰면서 아무렇게나 대규모 사업을 발주한다’ 식의 사업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산유국들은 이미 석유 산업을 대체하고, 산업 다변화를 위한 장기적인 프로젝트들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화학 산업을 위해 2004∼2009년까지의 5개년 경제계획을 세워 약 944억 달러를 투자할 전망이다. 2009년까지 전 세계 석유화학제품 공급 시장의 13% 장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외국 기업들이 예전처럼 왕족과의 연줄로만 사업을 따내는 시대도 지났다. 외국 평가 및 감사기관까지 동원돼 입찰업체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두바이에서 만난 영국 컨설팅업체의 한 간부는 “쉽게 벌어들인 것 같은 오일머니를 쉽게 가져 가겠다고 생각하는 외국 회사들은 더 이상 중동에서 발붙일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중동 국가들은 근면과 성실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을 좋은 모델겸 파트너로 평가한다. 우다이브 알타이르 소장은 “중동은 한국 모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두바이는 1967년 독립했고 한국도 비슷한 시기에 경제개발 계획을 세웠다는 점에서 한국의 발전 모델을 주의 깊게 연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중동 국가들의 ‘한국 배우기’는 90년대에 처음 시작돼 한동안 붐을 이루다시피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IMF를 맞으면서 한국붐이 시들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빠르게 IMF에서 벗어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역시 한국’이라는 평가가 되살아나고 있다.

사막의 진주 두바이 엄격한 이슬람 전통, 부패한 왕정, 오일머니 등의 중동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데 가장 앞장선 나라는 단연 아랍에미리트 7개 토후국 중 하나인 두바이다. 80년대부터 중동 내 무역·금융·교통의 중심지로 부상하려던 바레인의 계획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더 늦게 시작했지만 더욱 유연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두바이에 의해 이제 홍콩·싱가포르를 모델로 삼았던 바레인의 계획은 더 이상의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두바이의 변신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교통 신호등보다 타워크레인이 더 많고, 전 세계 타워크레인의 10%가 두바이에 모여 있다”는 말이 과장처럼 들리지 않는다.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건설 사업은 아직도 ‘두바이는 공사 중’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달에서도 보이는 인공물’, ‘세계 8대 불가사의’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인공섬 ‘팜(대추야자)’과 ‘더 월드(세계지도 모양)’, 세계 최고급 7성(星)호텔 ‘부르즈 알 아랍’,` 삼성건설이 짓고 있는 세계 최고층 ‘부르즈 두바이’, 인공스키장 등 두바이의 거리 곳곳에는 이들 건축물들을 홍보하는 현란한 조감도와 대형 건설 현장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넘치는 오일머니…   중동 르네상스 잡아라

중동 국가들은 주식 거래 시장과 완벽한 은행망을 빠르게 갖춰나가고 있다.

주식회사 두바이 두바이는 20세기 초만 해도 3000명 남짓한 인구가 물고기잡이로 연명하던 불모지대였다. 역사적으로도 두바이는 진주 조개잡이로만 유명할 뿐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의 두바이의 변신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연 700만명 세계인이 찾는 국제도시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두바이 인구는 매년 10만명씩 증가한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팽창 속도다. 석유자원 고갈이라는 예고된 재앙에 대비해 국가 생존을 위한 리더십과 개방정책이 이를 가능케 했다. 두바이의 실권자 셰이크 무하마드 왕세자는 군화를 신고 다닌다. 군화를 신은 채 거리는 물론 공사현장을 돌아다니고, 정부기관에도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나 일의 상황을 점검하고 아이디어를 주고받는다.

그는 ‘주식회사 두바이(Dubai Inc.)’의 CEO임을 자처한다. ㈜두바이는 두바이가 왕정에서 자본주의국가로 진화하는 중동 국가들의 표본이자 두바이 왕실 리더십의 상징이다. 자본과 아이디어의 결합은 풀 한 포기 없던 불모의 사막을 ‘쇼핑천국’, ‘실리콘밸리’, ‘드림 관광의 중심’ 등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사상누각’ 아니다 두바이를 찾는 많은 한국인들은 “사상누각이 무엇인지를 눈으로 확인했다”고 말한다. 사막 위에 세워진 신기루 같은 두바이의 모습에 대한 감탄이다. 이 말속에는 ‘인구 120만의 도시에 이렇게 많이 짓고 투자해서 과연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담겨 있다.

그러나 두바이 정부 당국은 다른 입장이다. 두바이 상공회의소 우다이브 알타이르 소장도 “아직도 할 일이 많다”라는 시각을 내보인다. 국가를 완전히 리모델링하는 대역사(大役事)는 유럽·아프리카·중동·아시아를 연결하는 금융과 물류의 허브로 성장하려는 야심을 담고 있다. 이보다 한걸음 나아가 관광과 의료, 지식기반 산업의 메카로 두바이를 완성하는 데 아직도 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두바이의 현재와 미래가 말 그대로 ‘사상누각’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점은 이들의 사고가 바뀌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면 이슬람의 전통과 근본까지 바꾼다.

두바이의 밤은 뜨겁다. ‘매춘’에 종사하는 외국 여성들이 수만명에 달한다. 주말만 되면 인근의 엄격한 이슬람 국가들에서 술과 여자를 사기 위해 몰려온 차량들로 두바이의 밤거리가 밀린다. 이슬람에서 ‘돌로 쳐 죽여야 하는’ 매춘도 산업의 일종이라며 사실상 허용한 상황이다. 이슬람 사회에서 금기하는 술과 돼지고기는 오래전에 허용됐다.

사고와 발상을 바꿔야 변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두바이 지도부는 쉼없이 비전을 제시하며 인프라에 투자하고,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무상으로 유학비를 지원하며 일자리를 만들어준다. 인적자원 개발에도 여념이 없다. 이미 여성 CEO와 사업가들이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성의 운전을 금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두바이 모델링 두바이는 다른 중동 국가들의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에 단 2시간 만에 등록증을 내주는 효율적인 행정 시스템, 신속한 의사결정, 법은 물론 이슬람 근본까지 유연하게 바꿔가며 해외자본과 기업을 유치하는 사고 전환 등은 이미 다른 국가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주변국인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등에서는 이미 두바이를 따라잡기 위한 본격적인 대형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다.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라크도 수백억 달러의 재건사업 투자에서 두바이를 벤치마킹하려는 모습이다.

24일 두바이 KOTRA 행사에는 이라크 재건사업을 주도하는 미 재건청의 브자르니 이버슨 국장(미 공병대 대령)과 이라크 기업인들도 참석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리비아의 변신이다. 20여년 이상 미국 주도 서방의 경제봉쇄 아래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던 리비아가 변화하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2003년 12월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개발 포기를 선언하고 대대적인 대(對)서방 정책 변화를 시도해왔다. 2005년부터는 40년 만에 처음으로 유전탐사 및 채굴권에 관한 국제입찰을 시작했다. 리비아는 향후 10년간 모두 300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현재 하루 150만 배럴인 산유량을 300만 배럴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석유 산업 이외에도 외국의 투자유치 등 경제 개방을 실시할 계획도 발표했다.

중동이 변하고 있다. 터번을 쓰고 사막 위에서 기도하는 종교적 상징, 폭탄을 두르고 자폭하는 정치적인 이미지는 이제 뒤로 밀리고 있다. 여성의 사회참여와 서구와의 교류가 대세다. 따라서 이해찬 총리가 아랍에미리트를 시작으로 걸프 5개국 순방으로 세일즈 외교에 나선 것과 중동지역의 거점인 두바이에서 수출상담회를 겸한 ‘한·중동 플랜트·비즈니스 협력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외교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한국이 중동에서 강점을 보이는 대형 플랜트 사업뿐 아니라 한국의 강점인 IT(정보기술) 산업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자 중동 국가들은 매년 산업연수생들을 우리나라에 보내고 있다.

이제 한국이 서두를 때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현지에 나와 장기적인 진출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주간동아 2005.12.06 513호 (p20~23)

서정민/ 중앙일보 카이로 특파원·중동 전문기자 amir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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