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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 파동’ 황우석 原罪냐 시기냐

‘과거 결함 고백 or 문제가 없다’ 진퇴양난 … 생명윤리 그 혼자 책임져야 하는가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난자 파동’ 황우석 原罪냐 시기냐

‘난자 파동’ 황우석 原罪냐 시기냐

한때‘형제적 우애’를 다졌던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의 최고 석학인 황우석 교수(오른쪽)와 새튼 교수의 불화 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설왕설래(說往說來).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시련이 ‘길고’ ‘깊게’ 지속되고 있다.

그에게 닥친 표면적인 위기는 11월12일 황 교수의 학문적 동맹을 자처했던 미국 피츠버그 의과대학의 새튼 교수가 공식적으로 결별을 통보한 데서 비롯됐다. 잠시 한국을 방문했던 새튼 교수는 황 교수가 추진 중인 ‘세계줄기세포허브’ 설립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긴 채 미국으로 돌아갔다. 두 석학의 결별은 즉각 2004년 2월 발표된 황 교수의 연구 성과 가운데 비윤리적인 행위가 있었다는 증거로 읽히고 말았다.

황 교수와 새튼 교수 간의 불화는 충격적이다. 세계적인 생명공학자인 새튼 교수는 20개월간 황 교수 연구팀과 함께 연구를 진행해왔고, 5월19일 ‘네이처’에 실린 공동논문을 발표할 때는 “한국인들은 조국과 황 교수 연구팀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고 발언할 정도로 강한 연대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황 교수가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 생명공학계를 이끌었던 새튼 교수는 자신의 자리를 황 교수에게 양보하면서 그를 세계적인 스타 과학자로 키우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인물이기도 했다.

초기 난자 제공이 ‘아킬레스건’

그랬던 그가 황 교수에게 갑작스러운 이별을 통보한 원인은 다름 아닌 윤리적 실험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2004년 2월 ‘사이언스’에 발표했던 황우석·문신용 박사의 연구에 ‘불법 매매된 난자의 일부가 사용’됐거나 ‘강압에 의해 연구원의 난자’가 사용됐다는 의혹에 대한 모종의 정보가 새튼 교수의 귀에 들어가면서 양측은 회복할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 일부에서 이 두 석학의 갈등을 놓고 ‘기술 유출’ 또는 ‘주도권 다툼’으로 해석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실험 과정에서의 윤리적 논란이 있다’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 형국이다.



현재 새튼 교수는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지만, 11월12일 ‘워싱턴 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황 교수가 나를 속였다는 것을 확신할 만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서 그의 결별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황 교수에 대한) 나의 신뢰는 흔들렸고, 마음이 아프며, 이제 황 교수와 함께 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논란의 초점은 황 교수가 2004년 2월 세계 최초로 수정란이 아닌 난자에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생명공학의 혁명’으로 불렸던 초기 연구에 모아진다. 당시 연구진은 병원 임상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16명의 여성에게서 동의를 얻어 건강한 난자 242개를 추출해 핵을 제거한 뒤 자원자의 체세포 핵을 이식했다고 밝혀 윤리 문제를 피해가는 듯 보였다.

현재 황 교수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는 연구용 난자 출처에 대한 의혹은 논문이 발표된 3개월 후인 2004년 5월 ‘네이처’에 의해 시작됐다. ‘네이처’는 황 교수 연구팀의 K 연구원과의 인터뷰를 근거로 실험용 난자의 일부가 두 명의 여성 연구원한테서 기증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K 연구원은 ‘네이처’의 보도가 있은 후 영어 미숙으로 뜻이 잘못됐다며 인터뷰 내용을 번복하였다.

‘난자 파동’ 황우석 原罪냐 시기냐

10월19일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 내에 설치된 세계줄기세포허브 개소식 장면.

이 사건은 국내에서는 작은 해프닝으로 간주됐지만, 이는 오히려 의혹을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황 교수는 의혹을 해소할 만한 난자 기증서약서나 동의서 등의 관련 서류를 공개하지 않고 단지 “규정을 준수했다”는 답변으로 위기를 모면했으니 의혹의 불길은 사그라지지 않은 것이다.

그리하여 국내에서도 난자의 출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박스 기사 참조). 당시 연구에 사용됐다는 242개의 난자는 이제껏 전 세계 어떤 연구실도 한 번의 실험 양으로는 구해본 적이 없는 과도한 난자 수였기 때문이다. 16명의 기증자가 무려 242개의 난자를 제공했다는 것도 의혹을 부채질했다.

결국 한국생명윤리학회(회장 황상익)가 중심이 되어 황 교수 연구에 대한 윤리 논쟁을 구체화해나갔다. 이로 인해 황 교수팀은 난자를 이용한 연구를 중단할 정도로 난처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이는 난자 기증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04년 2월 이후의 연구에서 난자의 출처에 대한 윤리적 논란이 사라진 것은 이 같은 국내외의 견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황 교수의 역공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소아병적인 생명윤리 논쟁에서 벗어나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윤리적 잣대가 너무 엄격하다”며 윤리 논쟁을 극복하고자 했다. 때마침 황 교수의 성과가 널리 알려져 황 교수를 영웅시 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황 교수를 향한 국내외 난치병 환자들의 지지도가 높아지면서 윤리 논쟁은 점차 잦아들었다.

난자 불법매매 사건 터져 다시 논란

수면 아래로 들어간 윤리 논쟁은 11월 초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다시 터져 나왔다. 난자 불법매매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경찰청은 불임전문 병원들을 주 수사 대상으로 삼았는데, 그중에 ‘미즈메디 병원’이 포함돼 있었던 것. 미즈메디 병원이 운영하는 미즈메디의학연구소(MMRC)는 세계적인 배아줄기세포 연구기관. 90년대 후반부터 황 교수팀의 핵 이식 난자를 배양하고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하기까지의 핵심 연구과정을 도맡아왔다.

그런데 이 병원의 노성일 이사장은 11월5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난자가 음성적으로 거래됐다는 점은 알았지만 불임 부부들의 애끓는 사연을 의사로서 외면할 수 없어 인공수정을 해줬다”고 토로했다. 그는 호객 행위나 알선료를 지급하는 등의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강조했음에도 그간에 난자 거래 사실이 있었음을 확인해주는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그 시기 철통같은 팀워크를 자랑하던 ‘황우석 사단’에도 내부 균열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구원 출신의 한 내부 제보자가 모 언론사에 연구원의 난자 제공 사실을 흘리고그 내용이 새튼 박사의 귀에까지 흘러들었다는 것이지금까지 알려진 파문의 속내다.

애당초 황우석 박사의 인체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심각한 윤리적 논란을 안고 있었다. 인간복제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종교적·철학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고, 인간의 생명을 어느 단계에서부터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부추길 수밖에 없었다. 기증 난자의 출처에 대한 논란은 미시적인 분야였지만, 황 교수 연구팀엔 가장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는 사안이 되었다. 이 파문은 황 박사가 거짓말을 했는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대 피해자는 황우석 교수

그간 황 교수는 지속적으로 “연구원의 난자가 사용된 적이 없다. 윤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지켜왔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초기 연구용 난자 242개에 대한 출처를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근거를 갖기 어려운 상태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윤리적 논란이 해소되지 않으면 그는 ‘노벨상 후보’군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로는 가장 윤리적이어야 할 인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윤리적 약점을 안게 됨으로써 황 교수를 대표로 한 한국의 생명공학 연구는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세계줄기세포허브’를 만들며 세계 생명공학 시장을 선점하려 했던 대한민국은 주도권을 상실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한 셈. 이미 새튼 박사의 결별에 동조한 미국의 생명공학 연구기관 두 곳은 줄기세포허브 참여를 철회했다.

황 교수가 위기에 처했다고는 하지만 우군의 힘도 만만치 않다. 이 혼란 속에서도 그는 11월16일 세계기술네트워크(WTN·회장 제임스 클라크)가 수여하는 생명공학상을 받았다. 미국의 주요 생명공학 관련 로펌들은 설사 황 교수가 연구원의 난자를 제공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비윤리적인 의사결정은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이 논란의 최대 피해자는 황우석 교수가 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 벌어졌던 행위의 윤리적 결함을 고백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공허하게 들린다.

의과대학의 한 산부인과 교수는 “제기되는 온갖 의혹을 속 시원히 털어버리지 못하는 황 교수의 처지가 과연 그 혼자 책임져야 하는 것인가. 우리 사회도 그 책임의 일단을 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진퇴양난에 빠진 황 교수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주간동아 2005.11.29 512호 (p32~34)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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