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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든 얼굴’ 마음의 깊은 상처

찬바람 불면서 안면홍조 환자 급증 … 복합 레이저 새 치료법 큰 효과 학계 주목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단풍 든 얼굴’ 마음의 깊은 상처

‘단풍 든 얼굴’ 마음의 깊은 상처

젊은 여성의 지속적인 홍조증은 주로 모세혈관 확장증` 때문에 생긴다. 레이저로 치료받으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올해 초 대학원을 마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김모(28) 씨의 별명은 우체통. 조금만 긴장되거나 날씨가 추워지면 얼굴이 빨개져 생긴 별명이다. 학생 땐 귀엽게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김 씨는 이제 거울을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 면접관들 앞에만 서면 심한 긴장감에 얼굴은 금세 붉어지고,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받으면 귀까지 달아오르기 일쑤. 빨개지는 얼굴 때문에 신경이 쓰여 면접관의 질문에 집중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모 대기업 인사 담당자가 21세기 발전 기업형 인재 모델을 수렵형, 전사형(능동·적극적이고 당당한 자세를 가진 상)으로 말한 것처럼 ‘당당함’과 ‘자신감’이 무기인 이 시대에 수줍음의 대명사인 안면홍조(붉은 얼굴)는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취업에까지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되고 있는 피부 질환이다.

한 유명 포털 사이트에는 안면홍조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 이 모임의 회원 수는 자그마치 1만5000여명. 회원 수가 증명하듯 최근 몇 년간 안면홍조로 피부과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전문의들은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 시작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2배가량 증가했다고 말한다.

금세 얼굴 붉어져 ‘우체통’ 별명

환경과 정서적·체질적 요인 때문에 일시적으로 얼굴이 붉어진 경우 대부분 한두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 하지만 볼 색이 턱 주위의 피부색과 뚜렷이 차이가 날 정도로 붉어지거나, 실핏줄이 훤히 드러나 보이고, 붉은 볼이 수시간이 지나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안면홍조를 의심해봐야 한다.



홍조는 혈관 수축 기능의 저하로 늘어난 혈관이 줄어들지 않아 생기게 된다. 최근 안면홍조 환자들이 부쩍 늘어난 것에 대해 연세스타피부과 김영구 원장은 “극심한 붉은 기로 고생하는 환자 대부분이 과도한 각질 제거, 잘못된 화장품의 선택, 여드름과 아토피 처치를 위한 스테로이드제 남용 등으로 병을 만들었다”며 “섣부른 자가처치 때문에 최근 안면홍조 환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 홍조를 부추기는 요인에는 △추운 날씨 △스트레스 △수면 부족 △자극적인 음식, 특히 알코올 △폐경 등이 있다.

과도한 각질 제거·스테로이드제 남용

사춘기 때 여드름으로 고생했던 예비신부 이모(30) 씨는 스테로이드제 남용으로 얼굴이 붉어진 대표적인 경우. 이 씨는 결혼을 앞두고 붉은 기를 없애기 위해 레이저 치료를 받았다. 백옥같이 하얀 신부가 될 수 있다는 부푼 기대를 가졌지만 치료 후 커다란 멍울이 빠지지 않아 결혼 날짜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씨의 마음에도 큰 멍울이 자리 잡았다.

이 씨의 멍든 얼굴은 기존 레이저 치료가 풀지 못하는 대표적인 후유증이다. 레이저로 안면홍조를 치료하는 원리는 확장된 혈관의 파괴. 특정한 빛으로 혈관을 파괴하면 확장된 혈관이 제거되면서 붉은 기가 사라진다. 기존의 혈관 파괴 레이저에는 혈관의 짧고 긴 정도에 따라 달리 쓰이는 짧은 파장 레이저(브이빔 레이저, KTP 레이저)와 긴 파장 레이저(Scleropuls HP, 엔디야그 레이저)가 있었다. 그런데 두 종류 모두 치료 원리가 혈관을 제거시키는 것이므로 시술 후엔 피부에 멍이 남고 멍이 아물면 색소침착이 생기는 후유증이 발생했다. 멍은 한 달 정도 지나면 없어지지만 시술을 여러 번 받아야 하는 탓에 환자가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단풍 든 얼굴’ 마음의 깊은 상처

안면홍조 치료 전과 후.

이런 가운데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는 높이는 새 치료법이 학회에 보고돼 주목받고 있다. 연세스타피부과와 연세대 의과대학 피부과학 교실(강진문, 김영구, 이상주, 이희정,이주희)에서는 안면홍조 치료에 있어 IPL(복합파장 레이저)과 엔디야그 레이저를 병합한 복합 레이저 치료 효과를 10월19~20일 열리는 대한피부과 학회 추계학술대회(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발표한다. 연구진이 사용한 IPL 레이저는 단일 파장이 아닌 복합 파장으로 짧은 파장부터 긴 파장까지 다양한 빛을 한 번에 내뿜기 때문에 짧거나 긴 혈관을 한꺼번에 파괴할 수 있다. 또 시술 강도를 세게 할 필요가 없어 멍과 부기 같은 후유증을 최대한 완화할 수 있다.

연구진이 IPL과 엔디야그를 병합한 이유는 엔디야그가 IPL이 닿지 못하는 피부 속 깊은 진피까지 조사돼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연구진은 이를 17명의 안면홍조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82%인 14명의 환자에서 눈에 띄는 개선 효과를 보았고, 나머지 3명에게서도 이전보다 좋아진 결과를 얻었다. 연세스타피부과 강진문 원장은 “복합 레이저 치료 후 얼마간 지속되는 불편함은 치유가 되는 한 과정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 없고, 며칠간의 회복기를 예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홍조 방지를 위해서는 평소 피부를 자극하지 않는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주간동아 2005.10.25 507호 (p92~94)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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