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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중국서 납치 직전 탈출 … 혼자 삭혀야 하나

  • 정호재 기자

유학생 중국서 납치 직전 탈출 … 혼자 삭혀야 하나

10월8일 밤 11시, 베이징 최대의 한인 밀집 지역인 왕징(望京)의 한 아파트 단지 앞길에서 유학생 이모(28·여) 씨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을 경험했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두 명의 복면 괴한의 습격을 받은 것.

갑자기 뒤쪽에서 이 씨를 안은 괴한은 길가에 세워둔 검은색 차 안으로 이 씨를 밀어넣으려고 했다. 순식간이었지만 이 씨는 ‘저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치며 저항했다. “도와달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주변의 중국인들은 그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차 안의 또 다른 사내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땅과 차 문에 머리를 찍었지만 목숨을 구하고자 중앙선 쪽으로 몸을 던지는 이 씨를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극렬한 저항에 질렸는지 두 명의 복면 괴한은 이 씨의 가방만을 빼앗은 채 도주하고 말았다.

너무 끔찍한 사건에 충격을 받은 이 씨는 이튿날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곧장 베이징 한국영사관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나 영사관 측은 “중국 공안(公安)에 먼저 신고를 하면 영사관에서 잘 처리해달라고 부탁하겠다”고 싸늘하게 대답했다. 이 씨는 “중국어로 상황을 설명할 자신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영사관 측은 “친구나 통역을 구해서 신고해라”고 응대할 뿐이었다.

이 씨는 분통이 터졌지만 이쯤에서 사건을 잊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주위에 알아본 결과 톈진(天津)에 살다가 베이징에 온 지 2개월 된 이 씨가 중국 공안에 사건을 신고할 수 없는 처지였다는 것. 중국에서는 장기체류 외국인이 이주를 할 경우 24시간 이내 관계 당국에 이주신고를 해야 한다. 만일 이주신고를 안 했을 경우, 하루 최대 500위안(약 6만원)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때문에 이주신고를 하지 않았던 이 씨가 사건 신고를 위해서는 상당한 액수의 벌금부터 물어야 했던 것.

베이징의 한인신문인 ‘온 베이징’의 김동석 편집장은 “이주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집주인과 함께 관청에 가야 하는데, 대부분의 중국인 집주인들과 한국인들은 이런 불편함으로 인해 신고를 미루거나 생략한다. 결국 이것이 재중 한국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재중 한국인들은 중국에서 급증하는 외국인 상대 범죄에 대해 “영사관과 한인회가 합심해 대응해야 하지만, 아직은 턱없이 미흡한 형편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주간동아 2005.10.25 507호 (p14~14)

정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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