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5

2005.05.17

‘민족 고대’넘어‘글로벌 KU’로

100주년 기념식 성대히 열려 … 노 대통령 영상 메시지 통해 “고대인, 역사의 고비마다 큰 힘”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5-05-12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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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 고대’넘어‘글로벌 KU’로
    1905-“눌린 자를 쳐들기에, 굽은 것을 펴기에 쓰리로다

    부리로다, 이 힘과 이 생명….”(보성전문학교 교가)



    2005-“겨레의 보람이요 정성이 뭉쳐 드높이 쌓아 올린,

    공든 탑….”(고려대학교 교가)



    교육으로 나라를 구한다’며 1905년 세워진 고려대가 2005년 5월5일 개교 100주년을 맞았다. 고려대의 아우라(Aura)는 한 세기를 이어온 ‘용광로 같은 문화’에 있다.

    고려대(서울 성북구 안암동) 중앙광장에서 열린 개교 100주년 기념식의 백미는 교가를 함께 부르는 식의 끝 부분이었다. 출신 대학의 교가를 끝까지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고려대 출신들은 달랐다. 연단의 고려대 출신 귀빈들은 물론이고, 아이의 손을 잡고 모교를 찾은 젊은 졸업생, 초로의 신사가 교가를 목놓아 부르며 손을 맞잡았다. 교가를 소리 높여 부르며 눈물을 글썽이는 이도 있었다.

    이계진 의원(한나라당)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념식은 김원기 국회의장, 김병관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박종구 고려대 교우회장, 유지담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김덕규 국회부의장, 이명박 서울시장, 김종빈 검찰총장을 비롯해 국내외 대학총장 및 외교 사절, 고대 출신 국회의원 등 내·외빈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법인·학교·교우회 삼위일체되어 글로벌 리더 양성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에서 “고려대는 지난 한 세기 동안 ‘행동하는 지성’으로서 우리 민족과 함께해 왔다”며 “자유와 정의를 향한 고대인들의 꺾이지 않는 의지는 역사의 고비마다 큰 힘이 되어주었다”고 치켜세웠다.

    김병관 이사장은 “고려대 출신 인재들은 어제의 한국을 만들었고, 오늘의 한국을 이끌고 있으며, 내일의 한국을 선도할 것”이라면서 “법인과 학교, 교우회가 삼위일체가 되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세계 고대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민족 고대’넘어‘글로벌 KU’로

    5월5일 열린 100주년 기념식에 김덕규 국회부의장, 김병관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김원기 국회의장,어윤대 고려대 총장(오른쪽부터)이 들어가고 있다.

    어윤대 총장은 “한국의 지성이 세계의 지성이 되고, 고려대가 민족의 대학에서 세계의 대학으로 거듭나는 시스템(글로벌 고대 프로젝트)이 가동되고 있다”면서 “자유, 정의, 진리의 고대 정신은 민족의 울타리를 넘어 세계의 정신이 될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종구 교우회장은 “지난 한 세기는 고대인들이 시대정신을 선도하는 주역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고대 정신을 실현하는 지난한 역정이었다”면서 “강인한 고대 정신이 있었기에 오늘 자랑스러운 전통을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개교 100주년을 맞아 ‘민족 고대’를 넘어 ‘글로벌 KU’를 지향한다는 기치를 내건 고려대는 이날 기념식에서부터 색다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기념식 행사의 첫 순서로 세계 각국에서 온 수십명의 외국 대학 총장들이 해당 대학의 교기를 앞세운 기수단에 이어 입장하는 장관을 연출한 것. 22개국 95개 대학의 총장, 부총장들이 박사모를 쓰고 나란히 걸어 들어오는 광경은 고려대의 글로벌화가 말잔치가 아님을 웅변하는 듯했다. 이들 각국의 대학총장들은 하루 전인 4일에는 호텔신라에서 세계대학총장포럼을 열고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하기도 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개교 100주년 기념식을 준비하면서 단순히 성대한 생일잔치를 벌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이 행사 자체가 고려대가 앞으로 나갈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고려대의 100주년 행사는 면모를 일신한 캠퍼스를 국내외에 과시함으로써 커다란 주목을 받는 데 성공한 느낌이다. 또 금년 하반기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어서 당분간 화제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고려대가 진정으로 개교 100주년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화려한 하드웨어에 어떤 내용을 채워나가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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