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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나는야 ‘밥상 혁명’의 전도사”

식생활 혁명 주도하는 4인 “건강 지키는 데 음식 관리가 최고”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나는야 ‘밥상 혁명’의 전도사”

현대인은 아프다. 배곯지 않는데도 아프다. 많이 먹는데도 아프다. 20대 젊은이가 당뇨병에 걸리고, 많은 아이들이 소아비만으로 고생한다. 심각한 아토피성 피부염을 가진 채 태어나는 아기들도 많다.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나 고혈압, 당뇨병, 암 등 병마가 닥쳐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이런 현대인의 질병은 과거 노인병이라 불리다 얼마 전까지는 성인병이라 불렸다. 그러나 이제는 생활습관병(Lifestyle Disease)이라 불린다. 발병 연령이 전 연령층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또한 잘못된 생활습관이 발병 원인으로 지적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많이 먹고, 술·담배를 즐기고, 운동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생활습관병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밥상’을 고치는 것이다.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육류 위주 식단 등이 ‘편리한 식생활’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밥상을 점령한 지 오래다. 이런 밥상으로는 몸이 원하는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없다.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나을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나을 수 없다’고 했다.

요즘 음식으로 건강을 지켜나가는 ‘밥상 혁명가’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들은 자신의 밥상을 혁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아픈 현대인들에게 ‘이건 먹고 저건 먹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다. 점차 이들의 혁명가적 식생활에 관심 갖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책과 강연, 교육, 방송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밥상 혁명을 전파하는 대표적인 밥상 혁명가 네 명을 만났다.

“나는야 ‘밥상 혁명’의 전도사”
“설탕에 찌든 몸, 소금으로 회복하라” ㅣ 자연식 연구가 강순남



“생활습관병은 음식이 잘못되어 몸이 변질했기 때문에 나타난 신호입니다. 변질된 체질을 다시 바꿔주면 병은 자연 낫습니다. 바로 이것이 자연건강법입니다.”

아무도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 갖지 않았던 30년 전부터 자연식을 연구해온 강순남(52) 씨의 자연건강법은 간단하다. 잘못된 음식으로 망가진 몸을 올바른 음식으로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강 씨는 특히 동물성지방의 지나친 섭취와 흰쌀, 흰밀가루, 흰설탕, 흰조미료, 흰소금의 과다한 섭취를 가장 큰 ‘밥상의 문제’로 지적한다.

강 씨는 “통증은 병이 아니라 몸을 바르게 하라는 신호”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강 씨가 권하는 방법은 단식과 관장을 통해 몸속에 쌓인 음식찌꺼기를 빼내고, 소금을 먹으라는 것이다. 강 씨가 권하는 소금은 정제염이 아닌 천일염. 정제염은 단백질을 굳게 하는 성질인 간수가 들어 있어 몸에 좋지 않다. 그러나 천일염은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공급해 생활습관병을 예방한다. 서해안 갯벌에서 나는 천일염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소금이라는 게 그의 생각. 강 씨는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빵 등 과다한 설탕을 섭취하는 식생활이 당뇨,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을 불러온다”며 “설탕으로 찌든 몸을 회복시켜주는 게 바로 천일염”이라고 설명한다.

“나는야 ‘밥상 혁명’의 전도사”

강순남 씨가 운영하는 식당 ‘장독대’(왼쪽)와 산채비빔밥.

강 씨는 15년 전부터 생활습관병 환자들을 교육하고 있다. 9박10일 일정으로 합숙하며 몸의 체질을 바꿔주는 것이 교육 내용이다. 암, 당뇨, 고혈압 등을 앓는 환자들이 가장 많다.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냉·온욕과 된장찜질, 관장, 풍욕 등과 함께 단식시킨다. 단식을 통해 몸속 배설물을 빼내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다. 강 씨는 “대부분이 단식을 겁내는데, 단식 시작한 지 5일만 지나면 배고프다고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교육받으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병원에서 치료 포기를 선언받은 말기 환자들입니다. 자연건강법이 좋다는 걸 인정하지만 가족들의 반대 등 의심쩍어하는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죠. 더 늦기 전에 자연건강식을 시작하는 게 최선의 길입니다.”

강 씨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장독대’라는 산채음식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주간동아 478호 참조). 이 식당은 강 씨의 신념에 따라 ‘전체식’을 철저하게 실천하고 있다. 전체식이란 식품의 일부만 먹는 게 아니라, 전부를 다 먹으라는 것. 쉽게 버리는 채소 껍질이나 뿌리 등은 우리 몸에 좋은 효능들을 갖고 있는 ‘보약’이기 때문이다.

“쓰다 남은 멸치는 갈아서 쌈장 만들 때 넣으세요. 달걀껍데기에는 칼슘이 많습니다. 갈아서 국 끓일 때 넣어보세요. 양파껍질, 대파뿌리, 마늘껍질 등을 모아 끓인 물을 김치 담글 때 쓰세요. 또 채소 끓인 물로 그릇을 씻으면 세제가 필요 없지요.”

강 씨는 또한 “일주일에 하루를 단식하라”고 권한다. 많은 음식을 소화시키느라 피곤한 장(腸)을 일주일에 하루씩 쉬게 해주라는 것. 단식 방법은 이렇다. 모든 음식을 끊은 채 천일염과 물만 먹는다. 단, 소금과 물은 따로 먹어야 한다. 소금은 하루에 2g씩 열 번 먹되, 소금을 먹는 30분 전후로는 물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물은 하루에 2000cc 정도 마신다.

“거친 음식이 몸을 살린다” ㅣ ‘농사짓는 교수’ 이원종

“나는야 ‘밥상 혁명’의 전도사”

이원종 교수는 매일 새벽 멜빵 청바지에 밀짚모자 차림으로 밭을 일군다.

강릉시 회산동 심씨마을에 있는 이원종(53) 교수의 집은 2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이 시골마을에서 가장 낡은 듯했다. 벽돌 양옥집으로 새로 지은 집들이 많이 눈에 띄지만, 이 교수 부부는 6·25전쟁 이전에 지어져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빨강 함석지붕의 흙집에서 15년째 살고 있다. 이 교수는 “몇 년 살고 새로 지을까 했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 그냥 산다”고 했다. 그러나 살구나무, 자두나무, 매실나무가 아름드리 서 있는 이 집에 부부는 무척 정든 듯했다.

강릉대 식품과학과 교수인 이 교수는 스스로 농사지어 먹고산다. 집 앞의 300평 밭에서 해마다 고추, 상추, 오이, 토마토,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 50여 종을 심는다. 이 정도면 부부가 1년 내내 먹고 또 이웃 주민과 대학 동료들에게 조금씩 나눠주기 충분한 양이다. 농법은 철저하게 유기농이다. 화학비료나 농약 등을 전혀 쓰지 않는다. 이 교수는 “농약을 치지 않고 내버려두면 몇 년 시름시름 앓다가 혼자 알아서 되살아난다”면서 “곱게 키운 아이가 밖에 나가면 금세 감기 걸리는 것과 반대되는 이치”라고 말했다.

“나는야 ‘밥상 혁명’의 전도사”

토종닭에게 먹이를 주는 이 교수.

육류도 자급자족한다. 토종닭을 키워 유정란을 먹고 ‘특별한 날’엔 닭을 잡아먹는다. ‘다른 육류는 회식 때만 먹는다’가 이 부부의 생활규칙(?)이다. 그래서 밖에서 사오는 식재료는 곡류와 생선, 그리고 과일밖에 없다. 이 교수는 매일 새벽 4∼5시에 일어나 닭 모이를 주고 밭일을 한 다음 출근하는 생활을 한다.

이 교수는 ‘거친 음식’을 먹으라고 권한다. 부드럽게 정제된 음식보다 먹기 힘든 거친 음식을 먹어야 환경오염과 나쁜 음식의 위협에서 벗어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충고한다. 현미, 보리, 수수, 조, 콩 등은 섬유소가 많아 천천히 씹어 먹을 수 있는 최고의 거친 음식이다. 이 교수 또한 10년 넘게 잡곡밥 먹기를 실천하고 있다.

이 교수는 특히 발아현미를 추천한다. 현미는 발아되는 동안 감마오리자놀 같은 생리활성물질이 증가해 건강에 좋다. 감마오리자놀은 중풍과 불면에 좋고 기억력을 증진해 치매를 예방한다. 또 혈관을 강화해 혈압을 낮춰주고, 호르몬 분비를 조절해 두통·권태·피로·식욕부진 등을 해소한다. 또 현미는 발아되는 동안 아라비노자일란 물질이 늘어난다. 이 물질은 물을 흡착하는 성질이 있고 점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위에 포만감을 줌으로써 식사량을 줄여 체중을 감소시킨다.

지난해 여름 ‘위기의 식탁을 구하는 거친 음식’(랜덤하우스중앙)을 펴낸 이후 이 교수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각종 지역사회나 모임에서 이 교수를 초대해 건강한 밥상에 대한 강연을 요청하는 것. 그때마다 이 교수는 “천천히 오랫동안 씹어 먹고,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식품을 먹고, 도정하지 않은 곡식을 먹고, 먹는 식품의 40∼50%는 생식을 하는 것이 거친 음식 건강법”이라고 설명한다.

“싫증 내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지요. 일단 쌀밥을 버리고 잡곡밥을 먹기 시작해보세요. 잡곡밥 먹기가 거북하면 다시 쌀밥을 먹는 식으로 너무 부담 갖지 않으면서 실천해보세요. 그러면 나중에는 쌀밥이 심심해서 맛없다고 느끼게 될 겁니다.”

마침 점심때가 되어서 ‘거친 밥상’을 대접받았다. 콩과 팥 등 잡곡을 섞은 현미밥에 콩을 갈아 만든 비지찌개, 돌나물무침, 김치, 깍두기, 부추, 멸치 등이 상에 올랐다. 밥상에 오른 먹거리 대부분이 이 교수가 직접 농사지은 것들이다. 기름으로 볶은 것이나 가공식품, 육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잡곡밥은 꼭꼭 씹어야 했기 때문에 확실히 쌀밥보다 먹는 속도가 더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한 끼 식사로 저녁식사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을 때까지 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고기를 양껏 먹은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잡곡밥에 채소를 좀 먹은 것뿐인데. 이게 바로 거친 음식의 힘인가 보다 싶었다.

“화학조미료야, 식탁을 떠나라” ㅣ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우석훈

“나는야 ‘밥상 혁명’의 전도사”

생협에서 구입한 유기농 먹거리를 들어 보이는 우석훈 씨(왼쪽)와 생협에서 판매하는 식품들.

요즘 건강에 웬만큼 관심을 가진 주부라면 화학조미료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주부가 밥상에서 화학조미료를 추방하고 싶어도 남편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럴 수 없다. 초록정치연대에서 정책실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음식 국부론’이라는 책을 펴낸 우석훈(37) 씨는 남자들이 바뀌어야 ‘도마에 오른 밥상’ 또한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바깥의 화학조미료 음식에 길들여진 남편들이 집에 돌아와 ‘음식이 맛없다’고 타박하면 주부들은 조미료를 안 쓸 수가 없습니다. 아빠가 조미료 든 음식을 찾으면 아이들도 그런 음식을 먹고 자라게 되고요.”

우 실장은 연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파리 제10대학으로 유학(90∼96년) 가서 직접 요리를 해먹으면서 음식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하게 됐다.

“프랑스에서는 없는 재료가 많아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맛을 내기가 어려웠어요. 아무 생각 없이 차이나타운에서 화학조미료를 사다가 음식을 만들 때 집어넣었습니다. 그런데 외국 친구들이 제 음식을 먹어보고는 ‘왜 네가 하는 음식은 맛이 거의 비슷하냐. 무슨 비결이 있느냐’며 물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모두 화학조미료를 넣은 것이었어요.”(웃음)

갈등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발효 방식으로 만든 글루탐산나트륨이 들어간 이른바 천연 다시다를 써봤다. 하지만 이것도 기본 맛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92년부터는 음식을 만들 때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음식의 재료가 신선하고 맛이 있으면, 음식이 맛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음식에는 천연 재료 자체의 깊은 맛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우 실장은 “프랑스 음식이 다른 어느 나라 음식보다 고급스럽다고 인정받는 이유가 음식 원재료의 맛을 자연스럽게 살려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우 실장은 귀국 후 생태환경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음식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 개탄스러워 직접 음식에 관한 책까지 쓰게 됐다. 못생기거나 맛없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해로운 것은 참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사람이 먹어서 안전해야 하는 것이 음식인데, 이런 기준이 지켜지지 않아 화가 난다. 특히 국가에 화가 난다”고 했다.

“3∼4년부터 우리 사회에 아토피가 일반적인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70년대생들이 결혼해 아이를 낳으며 이런 문제가 부각되었는데, 이 세대는 라면과 합성 조미료가 보급되어 그것을 어렸을 때부터 먹고 자란 세대들이에요. 그렇다면 패스트푸드를 일상적으로 먹고 자란 80년대생들이 아이를 낳을 때는 어떤 질병이 문제가 될지, 또 지금 아토피로 고생하는 2000년대생들이 아이를 낳을 때 가서는 어떨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 실장은 경제학에서 가격운동 법칙을 따르지 않는 제품 중에는 ‘하이테크(high tech)’와 ‘하이엔드(high end)’가 있다고 한다. 하이테크는 생산하는 장비에 기술이 많이 들어가 값이 비싸지고, 하이엔드는 만드는 기술은 대단히 높지 않더라도 제품 자체에 기술이 많이 들어가 값이 비싸진다. 그는 유기농 시장이 하이엔드로 가게 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먹다가 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만큼은 싼값으로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국가에서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나는야 ‘밥상 혁명’의 전도사”

김수현 씨는 “현대 영양학은 잘못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약으로 치료되는 병은 극히 드물다” ㅣ 생명치유문화연구소 소장 김수현

“이제는 ‘갓 구워낸 신선’도 경쟁인 세상입니다. 갓 구워낸 빵은 입에서 살살 녹아요. 부드러운 밀가루에 버터와 설탕, 그 사이에 생크림이라도 바르면 더할 나위 없는 유혹이 되지요. 요즘은 빵 나오는 시간을 알려주는 타임 서비스도 합니다. ‘갓 구워냄’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신선해서 맛있으며, 영양도 살아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하지만 신선하게 구워낸 빵에 사용된 밀가루가 태평양을 건너오느라고 몇 년이 걸렸어도, 1년 전 만들어낸 버터와 소금과 설탕으로 뒤범벅이 되어도 빵으로 바로 구워내기만 하면 ‘신선하다’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건지는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생명치유문화연구소 김수현(39) 소장은 ‘갓 구워낸 것’의 정체는 ‘갓 딴’의 비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땅속에서 뽑아 올린 지 얼마나 되었는지, 나무나 줄기에서 꺾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 또 그 열매를 딴 지 얼마나 되었는지, 바다에서 언제 잡은 생선인지, 낳은 지 얼마나 된 달걀인지, 소와 돼지라면 목이 떨어져나간 지 얼마나 되었는지 등을 따져야만 ‘신선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김 소장은 성균관대 약대 출신이다. 그가 안정된 전문직을 버리고 밥상 혁명 전도사로 나서게 된 데는 졸업 후 3년간의 약국 운영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약국을 찾는 수많은 환자들을 대하며 “약으로 치료될 수 있는 질병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약물의 한계를 느끼고 인간의 자연치유력에 주목하게 되면서 그는 ‘현대의 질병은 대개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오는 만큼, 질병을 만드는 생활습관에서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생활습관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먹는 습관인데, 연구를 해보니 기존의 현대 영양학이 다 잘못되어 있었어요. 우리가 신봉하는 서구 영양학의 역사는 겨우 30여년에 불과합니다. 그 발전도 미국 낙농재벌과 축산재벌의 성장과정과 함께하고 있지요.”

식품 피라미드 구성에서 우유·치즈·달걀·버터·육류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낙농재벌과 축산재벌의 자본과 입김이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는 것. 상대적으로 그런 음식을 먹어오지 않았던 동양인들은 자신들의 식습관을 폄하하게 되고 서구적 식습관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갖게 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에게 맞는 새로운 영양학에 대한 정리가 시급하다.

“육류·달걀·우유 같은 음식은 못 먹고 없었던 시절엔 부와 여유의 상징이었지만, 이제 이런 음식은 지천입니다. 현대는 단백질 과잉의 시대예요. 이런 음식들은 우리 몸에 맞지 않고 무엇보다 오염되어 있습니다. 대량 사육되는 가축들은 알 낳는 기계, 젖 짜는 기계, 고기 만들어내는 기계로 전락해버렸습니다.”

김 소장은 동물의 집단 사육 시스템은 생태계를 교란해 결국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단백질 과잉섭취는 위산의 수요를 증가시키고 덜 분해된 단백질이 장으로 내려가 췌장의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면 췌장의 부담이 증가해 췌장염이나 췌장암의 급속한 증가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 특히 인체 장기가 미성숙한 아이들의 경우 과도하게 단백질을 섭취하게 되면 위장관의 부담과 함께 알레르기 질환을 앓게 된다고 한다. 또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노폐물의 배설을 위해 신장이 많은 일을 처리하게 되어 아이들의 신장염 발생을 높인다고 한다. 최근 급속하게 증가되고 있는 아토피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비염, 알레르기성 천식, 비만, 암, 당뇨 등이 이런 식생활과 무관하지 않다고 일침을 놓는다.

“육류의 섭취를 줄이고 통곡식과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은 단순한 건강법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육류, 달걀, 우유는 될수록 귀하게 먹는 것이 생명을 존중하고 환경을 살리며 인류가 더불어 공존하게 합니다.”



주간동아 2005.05.10 484호 (p58~61)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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