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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역시 ‘범털’이야!

교도소야, 대학 기숙사야

2001년 문 연 여주교도소 첨단 시설 자랑 … 정·재계 등 특별한 분(?) 20여명 수감 중

  • 여주〓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교도소야, 대학 기숙사야

교도소야, 대학 기숙사야

여주교도소 청사 전경. 주벽 대신 청사를 전면배치했다.

요즘 ‘범털’들은 경기 여주군에 모여 산다.

2월 법무부가 낸 자료에 따르면 16명의 범털들 중 8명이 여주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법무부가 밝힌 범털의 ‘범주’는 전·현직 국회의원, 전직 1급 이상 공직자, 100대 그룹 이상의 기업 대표이사. 나머지 8명은 서울구치소와 의정부교도소에 각각 4명씩 수감되어 있다.

현재 서정우 변호사, 이상락 전 열린우리당 의원, 박주천 전 한나라당 의원, 심완구 전 울산시장, 이원형 전 국방품질관리소장(예비역 소장), 김진 전 대한주택공사 사장 등이 선거법을 위반했거나 뇌물을 받은 등의 죄목으로 ‘여주군민’이 되어 있다.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도 1월 가석방되기 전까지 여주교도소 식솔이었다. 여주교도소 관계자는 “현재 20명 정도의 특별한 분들이 수감 중”이라면서 “대선자금 비리수사에 연루돼 형이 확정된 분들이 많이 내려와 계신다”고 귀띔했다.

범털들이 여주교도소를 선호(?)하는 까닭은 여주교도소가 전국 30개 교도소와 10개 구치소 중 최고 시설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법무부 또한 여주교도소를 ‘선진 교도행정의 얼굴’로 내세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법무부의 교정행정 홍보 비디오에 나오는 교도소 시설 대부분이 여주교도소이며, 국내 교도행정을 견학 온 외국인들도 대개 법무부 안내로 여주교도소를 방문한다. 3월에도 한 일본 검사가 교도소 관련 법 개정을 앞두고 여주교도소를 다녀갔다.

‘특별한 분’들이 선호하는 여주교도소는 과연 어떤 곳일까. 4월22일 경기 여주군 가남면에 위치한 여주교도소를 찾았다.



영화 ‘광복절 특사’에는 두 남자주인공이 높다란 교도소 담벼락을 넘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장면이 나온다. 어둑한 밤,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빚어진 담벼락은 주인공들의 애절한 심정은 안중에도 없는 듯 안과 밖의 교류를 완전히 차단한 채 냉랭하게 서 있다. 교도소에 대해 이처럼 ‘육중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주교도소의 첫인상이 충격으로 다가올 만하다. 교도소 외관부터 범상치 않기 때문이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이천IC로 빠져나와 장호원 방향으로 10분 정도 달리다 보면 여러 그루의 소나무로 조경을 한 깔끔한 건물이 나온다. 새로 지은 군청이나 연구소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 건물이 바로 여주교도소 청사다.

외부 세계와 만나는 교도소의 첫 ‘부위’가 담벼락이 아닌 청사인 것은 일종의 파격이다. 기존 교도소들은 높다란 담벼락을 세우고 담 밖에 청사를, 담 안에 재소자들이 기거하는 사동을 두고 있다. 그러나 여주교도소는 청사를 교도소의 주벽으로 삼으면서 그 뒤로 사동들을 숨겨놓았다. 그러니까 청사를 통과해 사동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외부인들은 교도소다운(?) 분위기를 느낄 기회가 없는 셈이다.

교도소야, 대학 기숙사야

여주교도소는 천창을 설치해 햇볕이 사동 내부로 들어올 수 있게 했다, 중국어 강의를 듣고 있는 수용자들(왼쪽부터)

교도관들 열쇠 없이 신분증 하나로 자유자재 출입

여주교도소는 2001년 9월 문을 열었다. 1962년 이후 모범수형자 전담 교도소로, 1998년부터는 과실범 전담 교도소로 사용되던 수원교도소가 경기도 여주로 이전하여 명칭을 바꾼 것이 바로 현재의 여주교도소다. 천안개방교도소가 과실범 전담 교도소로 설치되면서, 여주교도소는 초범 수형자 전담 교도소가 됐다. 현재 1500여명의 수형자가 수감되어 있는데, 이들은 조직폭력 사범이나 마약류 사범을 제외한 형기 10년 이하의 초범들이다.

청사를 통해 교도소 내부로 들어갔다. 거무튀튀한 시멘트 건물이 을씨년스럽게 서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마치 대학 기숙사처럼 보이는 따뜻한 느낌의 붉은 벽돌 건물이 나열되어 있다. 안내를 맡은 박승규 교도관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교도소라고 느끼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라면서 “외부에 사동이 노출되지 않도록 청사를 전면 배치했고, 사동은 유럽풍 건물 느낌이 나게끔 지었다”고 설명했다.

여주교도소 교도관들은 열쇠 꾸러미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신분증 하나만 가지고 자유자재로 출입한다. 국내 교도소들 중 최초로 사동 안 모든 출입구에 전동제어식 자동개폐 시설이 설치된 까닭이다. 교도관이 지나가면 문은 자동으로 닫히기 때문에 자물쇠를 열고 따는 수고를 덜어준다. 김재준 서무과장은 “자동개폐 시설에 대한 수용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교도관들이 사방을 드나들 때 ‘철커덕’ 소리를 내며 문을 여닫지 않기 때문에 죄수 취급을 받는다는 느낌이 좀 덜하다는 것.

여주교도소는 또한 중앙통제 및 자동감시 시스템을 도입했다. 폐쇄회로카메라(CCTV)를 설치해 사동 구석구석을 관리 감시한다. 임의로 문이 열린 곳이 있으면 자동으로 카메라가 그곳을 비춰 중앙통제실 화면에 뜨게 된다.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교도소들처럼 복도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교도관들이 배치되어 있을 필요가 없다. 교도관들은 중앙통제실에서 사방을 감시한다. 때문에 여주교도소는 다른 교도소들보다 교도관 인력도 적은 편이다.

사동에 햇볕이 들고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점은 여주교도소의 최고 장점이다. 사동 천장에 천창(天窓)을 설치하고, 총 3층인 사동의 층간 천장을 없앴기 때문이다. 사방마다 달린 창문 또한 다른 교도소에 비해 30% 정도 크다는 게 여주교도소 측의 설명. 모두 사동 안에 햇볕이 골고루 잘 들도록 배려한 조치다. 박 교도관은 “다른 교도소들에선 수용자들이 옷을 말리기 위해 좁은 창 밖으로 빨래를 널어놓는데, 여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창문과 천창을 통해 햇볕이 충분히 들어오는 사방 안에 빨래를 널어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햇볕 다니는 길이 곧 공기가 다니는 길인 법. 환기가 잘 이뤄지는 덕분에 교도소 특유의 오물 냄새도 나지 않아 쾌적하다.

교도소야, 대학 기숙사야

대학 기숙사 같은 외관을 자랑하는 여주교도소 사동 건물, 수세식 화장실을 분리해 설치한 사방 내부 (왼쪽부터).

여주교도소는 생활시설 또한 국내 최고 수준이다. 1인실을 포함해 모든 사방에 텔레비전을 비치해두었으며, 수세식 화장실과 온돌식 방바닥, 세면대 등이 갖춰져 있다. 특히 3인실 이상의 사방은 10cm가량의 턱이 있는 문을 따로 달아둠으로써 화장실과 방을 분리해놓아 수용자들이 화장실 냄새 때문에 고생하지 않도록 했다. 식사 또한 사방 안이 아닌, 여러 사방 수용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다용도실 탁자에서 한다. 식기용구는 이른바 ‘개밥그릇’이 아닌 플라스틱 배식판. 박 교도관은 “사방은 잠자고 쉬는 공간일 뿐이며 식사, 세탁, 목욕 등은 다른 전용공간에서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법대생·법무연수원생 등 견학 발길 쇄도

이처럼 최첨단 시설을 갖춘 교도소이다 보니 찾는 손님들도 많다. 지난해 국내외 법과 대학생과 법무연수원생 등 2000여명이 여주교도소를 참관했다. 올해만 해도 중국과 일본 등의 외국 손님을 비롯해 250여명이 다녀갔다. 이국주 교도소장은 “자유를 구속했다는 점 빼놓고는 생활에 불편한 게 거의 없을 정도”라며 “수용자들 모두 시설에 대한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시설이 워낙 좋다 보니 수용자들의 교도소 생활에 대한 ‘눈높이’도 따라서 올라갔다는 게 일선 교도관들의 토로이기도 하다. 한 교도관은 “사소한 부당 처우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면서 “여주교도소의 인권위원회 진정 건수가 전국 교도소 중 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로 독방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범털들에 대한 처우와 이들의 ‘생활 만족도’는 어떨까. 여주교도소 관계자는 “사회에서 유명인사였다고 해서 특별하게 대우해주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아무래도 다른 교도소들에 비해 교도관 태도가 경직되어 있지 않고 시설도 좋고 하니 그분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용자 교도소 배치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 보안1과 관계자는 “수용자가 원하는 대로 교도소를 골라 보내주는 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무튼 여주교도소에는 20명 남짓의 범털들이 모여 살고 있다. 봄 햇살이 따뜻하게 스며드는 사방에서.



주간동아 2005.05.10 484호 (p26~28)

여주〓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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