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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역시 ‘범털’이야!

“범털 특혜 더 이상 안 돼”

검찰, 뒤늦게 형집행정지 요건 대폭 강화 … 그동안 ‘특권층에 악용’ 방증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범털 특혜 더 이상 안 돼”

“범털 특혜 더 이상 안 돼”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국회 법사위 대검찰청 국정감사 자리에서 답변하는 모습.

2004년 10월19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리.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에게 “특경가법상 사기나 횡령, 또는 재산범죄 등 경제사범들에 대한 형집행정지와 구속집행정지 연장 비율이 높다”며 이에 대한 대응책과 개선책을 요구했다. 이에 송 총장은 “이들은 사회에서 주로 정신노동에 종사하기 때문에, 구금생활 동안 육체 노동자보다 병이 더 많이 난다고 하소연이 많다”고 답하며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국정감사가 끝난 뒤 송 총장은 ‘형집행정지’를 지휘하는 대검 주무부서 관계자를 불러 고강도의 보완책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대검 관계자는 “당시 담당자가 서둘러 규정을 보완해 결재를 올렸는데, 송 총장이 ‘처음부터 이렇게 느슨하게 해놓으면 되겠느냐, 원칙대로 철저하게 형을 집행할 수 있도록 강화하라’고 질책하는 바람에 더욱 세게 만들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 강력 지시 … 범털들에겐 ‘재앙’

그렇게 해서 올해 2월28일 일선 지청에 크게 세 가지 원칙을 강조한 새 지침이 하달되었다.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지 않은 재소자의 경우 형집행정지 불허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인근 병원으로 통원 치료 △집행정지 기간도 1개월 연장, 최장 3개월까지만 허용. 또한 재연장 여부는 의사의 소견이나 진단서를 다시 제출받아 결정했기 때문에 ‘대한민국 범털’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검찰은 이 원칙을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인사들을 전원 재조사했다. 건강상태 등을 점검해 입원치료 등이 필요치 않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은 모두 재수감한 것은 물론이다. 3월에는 검찰이 의정부교도소에 수감 중인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원주교도소에 수감된 김용채 전 건설교통부 장관의 형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해 그 의지를 재천명하기도 했다.

검찰의 이런 태도 변화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보면 교도소 수형자를 일시적으로 석방하는 형집행정지 제도가 악용돼온 방증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검찰 스스로 정치권 실세 등에게 특혜를 줘왔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 됐다. 검찰 내부적으로도 형집행정지 제도가 특권층의 전유물로 악용됐다는 비난이 제기돼왔기 때문에 강화된 지침을 반기는 분위기. 검찰의 한 부장급 검사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표현의 출처가 원래 법조계 아니냐”면서 “과거 검찰의 형집행정지나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제도가 돈 있고 힘있는 사람들의 잔여 형기 집행을 피하는 데 악용됐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실제로 범죄 혐의를 받고 구속된 사람이 무죄 판결 전에도 풀려날 수 있는 방법이 적지 않다는 것은 법조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법원의 최종판결이 있기 전에는 체포·구속 적부심사 청구, 기소 전 보석, 구속의 취소, 보석, 구속집행정지 등이 있고, 법원에 의해 실형이 확정된 뒤에는 형집행정지나 가석방 등이 있다. 이중 가장 논란이 되는 제도는 역시 판사나 검사가 의료소견서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구속집행정지’나 ‘형집행정지’다.

이 제도는 구금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일정한 사유 때문에 ‘일시적’으로 구금의 집행을 정지시키는 것이다(상자 참조). 대부분의 정치·경제 사범들은 사회적 지위상 고령자들이기 때문에 주로 구속이나 형집행정지를 신청하는 사유로 지병 악화를 들게 마련이고, 어느 정도 용인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물론 현실적인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교정시설 내 의료 수준이 낮아 병을 악화시켜 위중한 상황으로 몰아간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치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들이 수감생활 중에 병이 악화되어 변고라도 나면 검찰이 곤란해질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이는 국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책이니만큼 원칙을 갖고 잘 지켜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아직은 교정시설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이 같은 제도적 허점은 과도기적인 진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주간동아 2005.05.10 484호 (p22~22)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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