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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노레일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모노레일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200년 전 실학자 박제가는 정조에게 이런 내용의 글을 올린다. “전 국토 면적의 8분의 1에 그치는 작은 나라 신라가 어떻게 삼국을 통일하였는가. 그 까닭을 살펴보니 배와 수레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배로는 외국과 통할 수 있고, 수레는 말과 나귀를 편하게 하여 창고에 식량이 넉넉히 쌓였다. 그리하여 군사를 먹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박제가가 한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혼잡한 교통 때문에 우리가 한 해 허비하는 비용은 무려 22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 엄청난 교통체증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물론 도로를 건설하면 되겠지만 땅값이 너무 비싸 현실적으로 어렵다. 서울에서는 외곽도로 100km를 건설하는 데 적어도 10조원이 든다. 지하철을 늘리는 것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하철 100km를 연장하는 데 7조원이 든다. 더욱이 7~10년에 이르는 건설 기간에 발생할 교통체증은 참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낼 것이다.

친환경적이고 저비용 … 생태도시로 가는 첫걸음

그렇다면 교통체증 문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걸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모노레일을 돌리는 것이다. 모노레일은 지상에 기둥을 세우고, 기둥에 의해 공중으로 이어지는 한 가닥(Mono)의 궤도(Rail)를 달리는 신교통시스템이다. 이 기둥은 폭이 0.8m밖에 안 돼 한 개 차로 평균 폭(2.5~3m)의 3분의 1 수준이며, 강남구가 모노레일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영동대로나 도산대로처럼 도로 중앙에 녹지대(평균 폭 4m)가 있는 곳에 설치된다면 기둥 때문에 기존 도로가 잠식되는 일은 전혀 없게 된다.



여기에 더하여 키 작은 경관수만 드문드문 심어진 중앙 녹지대에 사철 푸른 나무를 연이어 심어 기둥을 감싸면, 구조물의 외부 노출을 방지함은 물론이고 도로 가운데에 새로운 수림 녹지대가 생겨 가로공원의 구실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더욱이 모노레일은 km당 건설비가 250억~350억원으로 지하철의 km당 건설비 1000억~1400억원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시간당 수송능력은 지하철의 2분의 1에서 3분의 1에 이른다. 공사기간도 지하철의 5분의 1 정도로, 공사기간 단축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기회비용 절감효과까지 더한다면 모노레일의 탁월한 효율성과 경제성은 입증되고도 남는다.

전문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강남 모노레일은 연간 운행비용, 통행시간 절감과 교통사고 절감에 따른 편익이 1조49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모노레일은 전기를 동력으로 하여 고무 타이어를 움직이기 때문에 소음, 진동, 매연이 없는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리우 기후협약의 발효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탄산가스 배출 저감에 비상이 걸려 있는 이때, 앞으로의 도시 경쟁력은 얼마나 친환경적인 도시 구조를 갖추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통시스템뿐만 아니라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 도 친환경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즉 성냥갑처럼 빽빽하게 들어선 판상형 아파트를 건폐율 10% 이하의 탑상형 주상복합 고층아파트로 건설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남는 땅의 90% 이상을 냇물이 흐르는 녹지로 조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건물 배치와 탁 트인 구조로 홍콩, 뉴욕의 아름다운 도시 경관을 우리 한강변에서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동(棟)간 거리 또한 300m 이상 확보할 수 있어 충분한 통풍 구간이 생김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인 서울의 미세먼지를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건물 사이를 소음, 매연, 진동이 없는 모노레일로 연결하면 자가용이 필요 없는 쾌적한 생태도시가 될 것이다.

23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알렉산더 왕자에게 국가의 중요한 임무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그리고 아름다운 도시 건설이라고 가르쳤다. 고대 아테네 시민의 맹세는 “우리는 아테네 시의 이상과 숭고함을 위해 싸울 것이며 선조에게서 물려받은 것보다 더 나은 도시를 후손에게 물려줄 것”을 강조했다.

강남 모노레일은 우리 후손에게 더 나은 도시를 물려주는 출발이 될 것이다.

권 문 용ㅣ서울 강남구청장
모노레일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주간동아 2005.04.05 479호 (p9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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