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9

2005.04.05

납치 사건 뛰어든 공주병 FBI 요원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5-03-31 1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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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치 사건 뛰어든 공주병 FBI 요원
    이제 샌드라 불럭은 ‘평범한’ 할리우드 영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녀는 ‘스피드’로 스타가 된 뒤 할리우드에서 가장 평범한 영화에 집중했다. ‘프랙티컬 매직’ ‘투 윅스 노티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네트’ 등. 이런 성향을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불럭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매력을 살리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배우다. 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필모그래피에도 그녀는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배우 가운데 한 사람으로 당당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건 불럭이 평범한 영화를 통해 자신의 매력과 능력을 최대한 활용, 지금까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2000년에 나온 ‘미스 에이전트’ 역시 불럭의 친근한 매력을 최대한 활용한 영화다. 불럭은 그 영화에서 테러를 막기 위해 미스 USA에 참가하는 터프한 FBI(미 연방수사국) 요원을 연기했다. 평범한 내용이지만 영화는 꽤 인기를 얻었는데, 그건 엉겁결에 미인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까지 얻는 평범한 외모의 주인공 역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불럭이 여성 관객들의 감정이입에 적합한 배우였고 그 중간 중간을 잇는 코미디 역시 그녀에게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전형적인 샌드라 불럭 영화였던 셈이다.

    ‘미스 에이전트 2’는 전편인 ‘미스 에이전트’가 끝난 뒤 3주 뒤에 시작된다. 전편의 활약으로 얼굴이 너무 알려져 현장 업무가 어려워진 주인공 그레이시 하트는 대신 FBI의 홍보용 얼굴마담이 된다. 그리고 슬슬 이 일에 지겨워질 무렵 1편에서 그레이시의 친구가 되었던 미스 USA인 셰릴과 MC인 스탠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유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레이시는 파트너인 샘 풀러와 함께 사건에 뛰어들지만, 라스베이거스 지국에서는 이들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미스 에이전트 2’는 전편의 거울상이라고 할 만하다. 전편에서 평범한 외모의 FBI 요원이 미인 대회 입상자가 되었다면, 다음 편에선 ‘재수없는’ 공주병 환자가 된 그 FBI 요원이 유괴사건을 해결하는 동안 원래의 감각을 찾고 파트너와 우정도 쌓는다.

    모두 나쁘지 않은 시도다. 전편의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는 설정도 있고, 정치적으로 다소 어정쩡하게 끝났던 전편의 주제에 대한 변명도 해주니까. 하지만 시도는 거기에서 끝나고 만다. 간결하지만 효과적인 아이디어로 신나게 놀았던 전편과는 달리, 속편은 영화 중반에 도달할 때까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한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은 그레이시 하트라는 캐릭터를 과대평가했다. 과연 이 캐릭터가 미스 USA로 변장한 FBI 역의 샌드라 불럭 이상의 개성과 매력을 갖고 있었나? 전편의 설정을 거의 완벽하게 날려버린 이 캐릭터가 정말로 영화의 구심점 구실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감독과 프로듀서(샌드라 불럭)는 확신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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