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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래 교수의 ‘과학 속 세상史’

지진은 신하의 잘못 때문? 세월 흘러도 여전히 불안

  •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교수/ parkstar@unitel.co.kr

지진은 신하의 잘못 때문? 세월 흘러도 여전히 불안

지진은 신하의 잘못 때문? 세월 흘러도 여전히 불안
3월20일 일본 후쿠오카(福岡) 해상에서 발생한 지진은 리히터 규모 7.0이나 되는 강한 것으로 우리나라에까지 큰 진동이 전해왔다. 아파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고 있지만, 내진(耐震) 설계도 하지 않고 집을 짓던 습관이 거주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 역사에도 지진에 대한 기록은 적지 않다. ‘삼국사기’에 97회, ‘고려사’에 84회가 기록되어 전해진다. 삼국시대는 약 1000년 동안 세 나라 기록을 합쳐 100회에 미치지 못하고, 고려시대 역시 500년의 역사이니 그다지 많은 기록은 아니다. 그런데 조선시대 ‘실록’의 기록에서부터 지진 기록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다. 태조에서 중종까지 약 130년 동안 500여회의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30여년 전 필자가 ‘실록’에서 찾아내 기록한 통계일 뿐이지만, 최근에는 ‘실록’이 전산화돼 누구라도‘지진’이라고만 입력해 검색하면 수많은 기록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조선시대 전체 지진 기록은 줄잡아 수천 회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과학문명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지진을 여러 불길한 조짐으로 여겼다. 삼국시대에는 지진을 임금의 죽음을 예고하는 조짐으로 여기기도 했는데, 대부분은 주로 신하들의 잘못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으로 여겼다. 1493년(성종 23) 서울의 땅이 흔들리자 영의정 윤필상 등은 “무능하고 부덕한 사람이 너무 오래 재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변고가 생겼다”면서 스스로 사직서를 내기도 했다. 하늘은 임금, 땅은 신하인데 땅이 진동하는 것은 신하들이 잘못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고위 관리의 사직은 여러 차례 눈에 띈다. 1498년(연산 4) 7월 지진 발생 때는 도승지 신수근이 사직했고, 1513년(중종 8) 5월 지진에는 좌의정 송일이, 1515년(중종 10) 3월과 1542년(중종 37) 1월 지진에는 세 정승 모두 스스로 물러날 것을 임금께 청했다. 그러나 지진 때문에 고위직 사표를 바로 수리한 일은 없었다. 임금은 지진 발생 원인이 신하들의 잘못 때문이 아닌 바로 자신 때문이라고 반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산군은 지진의 원인을 주로 신하들에게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진이란 음(陰)이 성하고 양(陽)이 위축돼 일어난다면서, 신하들이 임금을 제대로 섬기지 못해 지진이 일어난 것이라며 꾸짖었다. 또한 당시의 대표적 학문기관인 홍문관은 “임금이 약하고 신하가 강하거나, 임금이 너무 포악하거나, 여자나 외척, 환관이 정치를 쥐거나, 형벌이 잘못되어 억울한 옥살이가 많을 때, 그리고 임금이 주색에 빠졌을 때 지진이 일어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제 이 같은 고루한 해석은 사라졌다. 지구는 판(板) 구조로 되어 있는데, 그 판들이 서로 부딪쳐 진동하는 것이 지진인 것이다. 이 같은 ‘판 구조론’을 처음 주장한 과학자는 독일의 알프레드 베게너(1880~1930)인데, 1912년 대륙이동설을 주장했고, 60년대에 지구과학 발달로 판 구조론은 각광을 받기에 이른다.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태평양판 등이 걸쳐 있는 일본은 그 때문에 지진이 심하다. 한반도 주변에 판 구조가 겹쳐 위험할 수 있는 지각구조를 갖고 있다는 걱정도 흘러나오고, 또한 100년을 주기로 지진 위험이 높아진다는 지진 주기설도 있다. 이래저래 일본의 지진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주간동아 2005.04.05 479호 (p73~73)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교수/ parkstar@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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