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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딛고 6박7일 250km 도전장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시각장애 딛고 6박7일 250km 도전장

시각장애 딛고 6박7일 250km 도전장
이용술(42) 씨는 시각장애인이다. 길을 걸을 때면 지팡이에 의지해 한 걸음씩 몸을 옮겨야 한다. 하지만 그는 마라토너다. 하프마라톤(20km) 300여 차례, 풀코스 마라톤(42.195km) 66차례를 완주했고, 지난해에는 사하라 사막 250km를 달리기도 했다. 앞을 보지 못하는 그의 마라톤 도전기는 최근 영화 ‘말아톤’을 통해 소개된 자폐 청년 배형진 씨의 이야기 못지않게 감동적이다.

“1981년 우연히 싸움에 휩쓸려 시신경을 다쳤어요. 학창 시절 격투기를 즐겼을 만큼 활동적이던 제가 갑자기 눈이 멀어버렸으니 충격이 오죽했겠습니까. 몇 달을 술만 마시며 보냈죠.”

보다못한 동생이 그를 헬스클럽으로 데리고 갔다. 미칠 듯이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동안 몸 안 가득 쌓였던 분노와 상처가 조금씩 사라져가는 걸 느끼며 그는 달리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단다.

“그때부터 마라톤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탁 트인 길을 마음껏 달려보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주최 측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그의 신청을 거절했다. 결국 이 씨는 동생 이름으로 대회에 참가, 타인의 발소리를 듣고 뛰는 ‘도둑달리기’를 감행했다. 결과는 완주 성공이었다.



“속도가 비슷한 사람 뒤에 바짝 붙어 뛰는 겁니다. 발 소리를 따라 뛰어야 코스를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앞서 가는 선수가 ‘힘이 남았으면 앞질러 가지, 왜 뒤에 따라붙어 신경 쓰이게 하느냐’고 짜증을 내 ‘눈이 안 보여서 그러니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답하니 깜짝 놀라더군요.”

요즘 이 씨는 4월24일 중국 고비사막에서 열리는 ‘죽음의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고비사막 마라톤은 6박7일 동안 식량과 텐트 등 15kg의 장비를 짊어지고 250km의 모래밭과 자갈밭, 고산지대 등 험난한 지형을 가로질러야 하는 대회. 신체가 건강한 사람도 완주를 장담할 수 없는 난코스지만, 이 씨는 자신 있다. 이 씨는 4월10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2005 환경마라톤대회’에 출전해 ‘죽음의 마라톤’을 앞둔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는다.



주간동아 2005.03.22 477호 (p89~89)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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