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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제압하는 말(馬) 기운

  •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호랑이를 제압하는 말(馬) 기운

호랑이를 제압하는 말(馬) 기운

경남 의령군 가례면 대천리의 말 석상

전 세계적으로 자신들이 기마민족의 후예라고 주장하는 민족이 많다. 대표적인 민족으로 몽골족을 꼽지만, 우리나라도 고대 부여와 고구려가 기마민족이었으며 신라도 4∼6세기 6대에 걸친 ‘마립간’ 시대가 기마민족의 후예였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도 기마민족이 한반도를 거쳐왔다는 설이 있다. 이렇게 기마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까닭은 말이 교통수단으로서 최고였을 뿐 아니라, 전쟁에서는 지금의 전투기를 뛰어넘는 전투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칭기즈칸의 원나라가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말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말이 교통수단이나 전투수단으로만 중요했던 것은 아니다. 농경사회에서 말은 소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았다. 과거 유럽의 부유한 농가에는 소와 말을 담당하는 머슴이 따로 있었는데, 말 담당 머슴의 서열이 더 높았다고 한다.

인간의 운명을 풀이하는 ‘사주팔자설’에는 ‘원진살’이란 것이 있다. 원진살은 서로를 까닭 없이 미워한다는 살이다. 태어난 띠를 동물에 배속시켜 그 가운데 소띠와 말띠가 원진살이 들어 서로 이유 없이 미워한다고 한다(태어난 해뿐만 아니라 생월·생일·생시에도 적용된다).

십이지(十二支)는 각각 특정 동물을 상징한다. 십이지에 상응하는 동물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子(쥐) 丑(소) 寅(호랑이) 卯(토끼) 辰(용) 巳(뱀) 午(말) 未(양) 申(원숭이) 酉(닭) 戌(개) 亥 (돼지).



열두 동물 가운데 힘과 고집이 가장 센 동물은 무엇일까. 답은 백수의 제왕 호랑이가 아니라 말이라고 한다. ‘말띠(午年生) 혹은 백말띠(庚午年生)생이 팔자가 세다’는 말은 이 속설에서 유래했다.

기마민족의 후예들과 농경사회에서 말이 대접받았던 것에 비하면 사주팔자설에서는 말띠가 ‘팔자 센’ 띠로 알려졌다. 말띠(특히 백말띠)인 사람에게는 억울한 일이다.

민간 풍수에서도 말은 기운이 세 호랑이까지 제압하는 동물로 여겨진다. 대표적인 예가 경남 고성군 마암면 석마리와 경남 의령군 가례면 대천리에 있는 말 석상이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말 모양의 석상으로, 일종의 말 숭배 신앙을 반영하는 것이다.

호랑이를 제압하는 말(馬) 기운

경남 고성군 마암면 석마리에 있는 세 마리의 말 석상(가운데 망아지를 도둑맞은 흔적이 남아 있다. 철창은 망아지를 도둑맞고 나서 친 것이다).

말 석상이 언제 세워졌는지는 마을 사람들조차 모르고 있었다. 마암면 석마리의 경우 “마을에 호랑이가 자주 나타나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말 석상을 세웠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마을 사람들은 석상을 ‘마장군(馬將軍)’으로 부르며 마을 수호신으로 섬기고 있다. 석마의 영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명에까지 영향을 주어 부근에 ‘말바위’란 뜻의 ‘마암(馬岩)’면과 ‘석마(石馬)’라는 마을 이름을 만들어놓았다.

의령군 가례면에 있는 말 역시 “마을에 우환이 있어 말 석상을 세우고 정월에 제사를 지냈는데, 한때 이를 없애자 안 좋은 일이 연달아 발생해 그 후 다시 세웠다”고 한다.

두 마을의 공통점은 터에 문제가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특정 지점에 말 석상을 세운 일종의 ‘비보진압 풍수’다. ‘비보진압 풍수’는 터에 문제가 있을 때 그곳에 석탑·연못·제방을 만들거나 나무를 심어 땅의 기운을 조화롭게 하기 위한 것으로, 고려 왕조에는 ‘산천비보도감’이란 관청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이를 실시하기도 했다.

원래 마암면 석마 마을에는 말 석상이 3개 있었다(가례면 대천리에는 1개가 있다). “3개 가운데 2개는 각각 암·수 말을 상징하고, 다른 하나는 좀더 작아 망아지를 상징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도둑이 망아지를 훔쳐가 현재는 두 마리 말이 망아지를 애타게 찾고 있다”(마을 사람들의 표현)고 한다.

오래된 나무, 석상 등에는 신기(神氣)가 서려 있다. 이를 사유화하는 사람이나 그 후손에게는 반드시 불운한 일이 생긴다. 지금이라도 석마 마을의 망아지가 돌아오기를 바란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잃어버린 말을 되찾는 기쁨을 주는 것이며, 훔쳐간 사람에게는 불운을 예방한다는 상생(相生)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5.03.01 474호 (p90~90)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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