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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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붉은 혈관 굿바이 ‘말끔한 종아리’

울퉁불퉁 다리 붓고 통증 ‘하지정맥류’ 증상 … 마이돈 레이저 치료 시술 후 일상생활 가능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11-26 15: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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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붉은 혈관 굿바이 ‘말끔한 종아리’

    마이돈 레이저로 초기 하지정맥류를 치료하고 있는 포이즌 흉부외과 반동규 원장.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는 프로그래머 박희정씨(29·여). 그는 퇴근 후 집에 와서 다리를 주무르는 게 습관이 되었다. 오랫동안 앉아서 일하는 탓에 다리가 심하게 붓고 무겁게 느껴진다고 생각해 자기 전 다리 부기 빼는 데 열심이었던 것. 그런데 얼마 전부터 종아리 뒤쪽에 실핏줄이 선명하게 보이더니 급기야 몇 가닥 튀어나온 것을 보고 놀라 급히 병원을 찾았다.

    주위의 소개로 찾아간 병원은 서울 강남구 선릉역 부근의 포이즌 흉부외과. 진단 결과 박씨는 ‘하지정맥류’라는 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는 그동안 밤에 자주 쥐가 나고 다리가 쉽게 부었던 이유가 모두 ‘하지정맥류’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전적 요인 생활습관에서 발병

    포이즌 흉부외과는 하지정맥류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으로 수술 경험이 많고 성공률 또한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클리닉의 반동규 원장은 하지정맥류 수술 사례가 1000건이나 될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베테랑이다. 첨단 레이저를 이용해 망가진 혈관을 치료받은 박씨는 말끔해진 종아리를 보며 진작 병원을 찾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예전처럼 다리가 붓거나 밤에 자다 쥐가 나는 증상도 사라지고 숙면을 취할 수 있어 피부도 좋아졌다.

    하지정맥류란 다리 정맥의 판막이 망가져 생기는 질환이다. 판막은 혈액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혈류 ‘문’. 판막에 이상이 생겨 거꾸로 흐르는 정맥혈과 정상적으로 흐르는 정맥혈이 한곳에서 충돌해 발생하는 압력으로 혈관이 커지고 구불구불해지는 질환이다. 그로 인해 흔히 ‘힘줄’이라고 부르는, 푸르거나 검붉은 색 혈관이 다리 피부를 통해 보이게 된다.



    하지정맥류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큰 원인은 유전적인 요인이다. 부모 세대에서 하지정맥류가 발생했다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다른 원인은 평소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는 출산한 여성이나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서도 많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랫동안 앉아서 일하는 사람에게서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그밖에 비만이나 변비, 노화 등으로 인해서 하지정맥류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정맥류가 발생했을 때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증상은 푸르거나 검붉은 혈관이 피부를 통해 비치거나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는 현상이다. 다리에 극심한 통증이 있거나 다리가 쉽게 붓는 것도 하지정맥류 증상 가운데 하나다. 다리가 무겁거나 가려운 증상, 보행 장애 등을 일으키는 것도 하지정맥류가 나타났다는 신호라 할 수 있다.

    검붉은 혈관 굿바이 ‘말끔한 종아리’

    레이저 요법을 이용해 하지정맥류를 치료하고 있는 반원장.

    성인 4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하지정맥류는 복잡한 혈관만큼 치료 방법도 다양하다. 작은 실핏줄이나 가벼운 하지정맥류는 피부 레이저, 혈관경화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혈관경화요법은 혈관 내벽을 손상시키는 약물을 혈관 내에 주입해 혈관을 없애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최근 혈관 경화제의 국내 수입이 끊기면서 혈관경화요법은 가까운 시기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신 피부에 비쳐 미관상 문제가 되는 혈관 치료는 마이돈 레이저로 하고 있다. 긴 파장의 레이저 에너지를 피부 가까운 곳이 아닌 피부 밑 진피 조직에 쏨으로써 실핏줄이나 망가진 혈관을 없애는 원리. 때문에 손이나 발뿐 아니라 얼굴에 난 실핏줄도 가볍게 제거할 수 있어 미용적인 효과가 크다. 현재 혈관경화제 대신 마이돈 레이저를 이용해 하지정맥류를 치료하는 병원은 포이즌 흉부외과가 유일하다.

    마이돈 레이저는 피부과에서 많이 쓰는 레이저. 하지만 포이즌 흉부외과는 포이즌 피부과와 협진해 이 기계가 가벼운 하지정맥류 치료에 높은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원장은 “꼭 하지정맥류가 아니더라도 미용 등의 이유로 팔다리에 나타나는 푸른 혈관을 없애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이 경우 마이돈 레이저로 손쉽게 제거할 수 있으며, 심한 정도에 따라 2~3회 병원을 방문해 시술하면 일상생활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마이돈 레이저의 장점은 혈관경화제보다 시술이 간단하며 효과가 빠르다는 것. 혈관경화제의 경우 효과를 보는 데 3개월에서 6개월까지 걸렸지만, 마이돈 레이저는 시술 후 바로 효과가 나타나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심지어 혈관이 없어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심한 하지정맥류는 혈관 내 레이저 요법을 이용한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의 유명 정맥센터에서 시행되는 첨단 치료법이다. 이는 정맥 내에 머리카락 굵기의 광섬유를 넣어 레이저를 쏘는 방법. 이렇게 하면 혈관 내벽이 손상돼 정맥 굵기가 줄어들고 혈액의 역류도 막을 수 있다. 주로 사타구니 부근에서 무릎까지에서만 시행된다. 회복기간이 빠르며, 흉터 걱정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검붉은 혈관 굿바이 ‘말끔한 종아리’

    시술받기 전과 후의 환자 다리.

    다리 꼬고 앉는 자세 혈류 순환 방해

    반원장은 “하지정맥류는 원인과 증상, 또는 병의 심한 정도가 매우 다양해 한두 가지 치료법만으로는 치료하기 힘들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치료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포이즌 흉부외과에서는 하지정맥류를 진단하는 최신 장비를 도입했다. 혈관 초음파 장비와 혈관 속 적혈구의 적외선 흡수량을 통해 정맥 기능을 진단하는 광혈류 측정기다. 이는 하지정맥류가 시작되는 부위와 혈액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막아주는 판막의 이상 유무를 정확하게 진단해 수술에 도움을 준다.

    하지정맥류를 초기에 발견하고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다. 하지정맥류를 방치할 경우 만성으로 다리가 부을 뿐만 아니라 다리가 무겁고 출혈까지 동반할 수 있다. 더욱 심해지면 피부 궤양이나 피부가 검게 변하는 피부 색소 침착이 일어날 수 있다. 때문에 일찍 치료할수록 유리하다.

    수술 후에는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신는 것이 좋다. 의료용 압박 스타킹은 발목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압력이 약해져 상대적으로 발밑으로 쏠리는 혈액을 위로 올려주는 구실을 한다.

    처음에는 불편할 수 있지만 신다보면 다리가 붓지 않고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보온 효과까지 있다. 평소 다리가 많이 붓는다면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신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되고 하지정맥류를 예방할 수 있다.

    평소에 하지정맥류를 예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능한 한 똑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있지 않는 것. 오래 서거나 앉아 있는 경우 시간을 두고 발목을 움직이거나 발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운동으로 하지정맥류를 예방해야 한다. 특히 종아리 근육을 강화해주는 운동이 좋다. 적어도 하루 30분씩 일주일에 3회 정도의 운동이 좋다. 종아리 근육을 강화해주는 운동에는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요가, 수영 등이 있다.

    검붉은 혈관 굿바이 ‘말끔한 종아리’
    한편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는 허벅지의 혈류순환을 방해한다. 따라서 하지정맥류 예방을 위해 꼬고 앉는 습관은 버리는 것이 좋다. 여성의 경우 너무 꽉 조이는 옷이나 겨울철 즐겨 신는 부츠는 복부의 압력을 높여 정맥류를 악화시킬 수 있다. 짧은 시간이라도 부츠를 벗고 종아리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으로 혈액순환을 돕는 것이 좋다.

    반원장은 “정맥류는 아프지 않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점점 악화되는 병으로, 저절로 낫는 경우는 없다”며 “너무 오랜 시간 진행된 정맥류는 수술도 까다롭고 회복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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