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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성 누드는 여성이 더 좋아해?

김혜수 노출 화제 영화 ‘얼굴없는 미녀’ 관객 중 90%가 여성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여성 누드는 여성이 더 좋아해?

여성 누드는 여성이 더 좋아해?

한 여성 관객이 헬무트 뉴튼의 빅 누드를 바라보고 있다

여성 누드의 소비자가 남성이라는 사실은 상식이다. 즉 여성의 벗을 몸을 즐기는 사람이 남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 상식을 넘는 일이 벌어진다. 아주 은밀하게.

8월6일 개봉한 영화 ‘얼굴없는 미녀’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한결같이 김혜수가 얼마나 벗었느냐, 이제 와서 왜 벗었느냐에 맞춰졌다. 제작사를 포함한 영화 관계자들은 이 같은 막판 홍보 때문에 ‘얼굴없는 미녀’에 남성 관객들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극장에 입장한 관객의 90%는 여성이었다.

“스포츠신문에서 집중적으로 노출을 화제로 다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남자 관객이 더 들지 않을까 했는데,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아 좀 놀랐어요. 김혜수씨 몸에 더 깊은 관심을 보인 쪽도 여성들이더군요.”

패션누드 사진전에도 여성이 70%

영화제작사 아이필름 임승희씨의 말이다. ‘얼굴없는 미녀’의 홈페이지 커뮤니티에 ‘같은 여자로서’ 주인공의 몸이 아름다웠다고 언급하는 쪽도 여성들이다. 스스로 ‘아줌마’라고 말한 아이디 ‘오랜만에 본 관객’은 “김혜수씨가 몸 관리를 정말 잘한 듯하다”라고 썼고, “같은 여자로서 완벽 그 자체인 몸매에 충격을 받았다”(아이디 얼굴없는 미녀), “같은 여자로서 매우 부럽다”(아이디 민아)거나 김혜수 몸이 여배우 중 가장 훌륭하다는 비교평을 달아놓은 감상평도 흔히 볼 수 있다.



여성 누드는 여성이 더 좋아해?

여성 관객이 몰린 영화 ‘얼굴없는 미녀’의 한 장면

또 1만명이 훨씬 넘는 관객을 동원해 화제가 되고 있는 ‘헬무트 뉴튼의 패션 누드 사진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8월22일까지 열린 이 전시에서는 20세기 패션사진의 대가 헬무트 뉴튼의 패션 사진과 톱 모델들의 누드 사진이 공개됐다. 그의 대표작 ‘빅 누드’ 시리즈는 하이힐만 신은 모델의 헤어누드로 작품의 크기나 포즈에서 ‘옷을 입은’ 관객을 민망하게 하는 압도적 힘이 있는 작품들이다.

이 전시를 소개하면서 언론에 공개한 사진들의 수위가 상당히 높았고, 모델의 ‘예술적’ 몸이나 포즈도 남성적 팬터지를 만족시킬 만한 작품들이어서 전시를 기획한 쪽에서는 남성 관객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상식을 뒤집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시 공동주최자인 조선일보사 문화사업본부 박도철 과장은 “비록 패션이라는 여성적 주제이긴 하지만 언론 보도나 사진 성향으로 봐서 남성이 많지 않을까 했는데 여성이 60~70%를 차지했다. 다소 뜻밖의 결과”라고 말했다.

여성 누드는 여성이 더 좋아해?

1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헬무트 뉴튼 패션사진전’

전시장에서 남성 관객들은 젊은층에서 장년층까지 골고루 찾아볼 수 있었던 반면, 여성 관객들은 절대 다수가 20대로 보이는 젊은층인 점도 흥미롭다. 여성의 몸이 어떤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여대생 이모씨(20)는 “남자친구랑 함께 왔다. 같이 여성 누드를 봐도 별로 쑥스럽지 않았다.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진 보면서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예술관련 학과에 다녀 가끔여성 누드를 보는데, 옷을 입었을 때보다 몸의 근육과 골격이 드러나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관람객 직장인 최모씨(29)는 “아무리 예술작품이라 해도 내 몸과 비교를 하게 된다. 거의 비현실적인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여성 누드에 대한 상식을 깨는 가장 뚜렷한 증거는 아마도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서비스되는 여성 연예인 누드의 소비자 중 적잖은 비율이 여성이라는 점이 될 것이다. 이뿐 아니라 잠재적 여성 소비자층은 이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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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연예인 누드

한 이동통신사의 성인물 콘텐츠 담당자 김모 과장은 “성인물 소비자의 20%가 여성이며, 특히 여성들은 연예인 누드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성인물 제작자들은 여성 유저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제작하는데, 상당히 높은 편이다. 로그인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여성들이 결제 순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아주 많아 가을엔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여성 전용 메뉴를 만들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실제로 연예인 누드 콘텐츠를 제작한 업체 측의 말은 이동통신사의 결과를 훨씬 뛰어넘는다. 권민중과 이혜영 등 톱스타 누드 콘텐츠를 제작한 STC의 정승문 이사는 “모바일 통신 결제대행업체의 결과가 희한했다. 여성 고객이 60% 정도를 차지한 것이다. 엄마 휴대전화를 쓴 아이들이 일부 있다 해도 놀라운 결과”라고 말했다.

여성 누드는 여성이 더 좋아해?
“우리 성인물 홈페이지도 여성회원 비율이 훨씬 많고, 자신의 누드를 올리는 사람도 대개 여성들입니다. 리플을 보면 남성들은 단순하게 성적으로 보지만, 여성들은 아주 다양하지요. 질투도 있고, 반발도 있고, 이중·삼중의 잣대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함소원, 비키 등의 누드 영상을 제작한 ㈜애니엠의 이세호 대표도 “서비스 사용자 절반 정도가 여성”이라고 밝혔다. 정숭문 이사는 최근 기획사들이 남자 연예인 누드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도 이런 분석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몸과 비교하려는 의도?

그러나 남성들을 위한 여성 누드 서비스를 여성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해서 이것이 반드시 남성 누드에 대한 더 큰 선호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쪽도 많이 있다. SK텔레콤의 성인물 관계자는 “남자 연예인들의 세미 누드의 소비자는 골수팬에 한정되더라”는 비관적 입장이다. 여성 연예인들이 다소 지명도가 떨어지고, 심지어 ‘한물갔다’는 말을 들어도 ‘작품이 좋다’는 입소문만 퍼지면 광범위한 ‘누드 팬’을 확보할 수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여성 누드는 여성이 더 좋아해?

인터넷은 여성이 성인물을 더욱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최근 화제가 된 한 유명 인사의 누드를 제작한 S엔터테인먼트의 대표는 “남자 누드는 좀 이르다. 오히려 여성들은 인터넷에 유포되는 ‘센’ 누드보다 레이싱걸이나 스포츠, 패션 등 테마가 있는 누드를 좋아한다. ‘누드를 본다’는 거부감도 덜고 휴대전화로 접근하기도 훨씬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동통신사 성인물 콘텐츠는 ‘현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 SK텔레콤의 경우 전체 콘텐츠 중 8위, KTF는 2위에 랭크됐다. 콘텐츠 제작사들은 고객의 상당수가 여성이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여성들이 어떤 성인물을 원하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 누드를 소비하는 여성들의 욕망에 대해 대부분의 문화학자나 분석자들이 내놓는 의견은 비슷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누드화인 김관호의 ‘해질녘’ 이후 부르주아적 누드화에 대한 비판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해질녘’의 뒤돌아선 두 나부의 모습은 ‘남근으로 공격하고 삽입하기 위해 대상화된 몸’(미술평론가 이섭)이지만, 남자든 여자든 사람들은 이를 미의 표상으로 교육받아왔다는 것이다.

문화웹진 ‘컬티즌’의 이영재 편집장은 “가장 고전적인 분석은 여자들이 남자의 눈으로, 남자들이 좋아하는 몸을 본다는 것이다. 남성의 시선으로 ‘식민화돼 있다’는 말이다. 남자들은 자기 욕망에 이끌려 여성의 누드를 보지만, 여자들은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몸의 형태나 포즈를 본다. 연예인 누드를 본다는 것은 경쟁자 중 ‘톱클래스’를 본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대개 남자들은 질투심은 좀 느껴도, 수고를 하거나 돈을 내가면서 남자 누드를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소설가이자 문화평론가인 하재봉씨는 “첫째는 관음증적 쾌락이고, 둘째는 마음에 드는 남성을 얻기 위한 표준 답안이랄까, 자신의 몸이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췄는지 알아보기 위한 심리라고 할 수 있다. 일부는 순수하게 누드를 즐길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여성 누드는 여성이 더 좋아해?

여성작가 애희의 ‘핀업걸 프로젝트’

동영상·광고 속 몸은 컴퓨터 연출

한 문화평론가의 의견 역시 “여성들은 라식에서 다이어트, 성형수술에 이르기까지 남자의 환상을 위해 자신의 몸을 도구적으로 다룬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누드를 인성의 자연스런 발현으로서의 몸이 아니라 남성적 시각의 팬터지나 드라마에 빠져들기 위한 ‘비밀의 열쇠’로 바라본다는 점은, 여성들이 가장 즐기는 성인물이 ‘야설’이라거나 여성 누드도 뭔가 ‘이야기가 짜여 있는 것을 선호한다’는 업체 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여성의 여성 누드에 대한 욕망은 동성애적인 욕망이기는커녕 몸에 대한 자신의 강박관념을 소비하는 방식이다. 남성은 자신의 나르시시즘적 환상을 위해 여성의 몸을 추상적으로 소비하지만, 여성이 여성 누드를 소비하는 것은 마치 상품을 소비하는 것과 비슷하다. 여성들이 가방이 아니라 구찌, 루이뷔통, 프라다를 사는 것과 같다. 그것은 자신의 욕망이 아니라 세계가 자신에게 건네는 시선을 열심히 추적하는 자의 욕망이다. 그래서 그것은 더욱 강력하고 위험하다.”(문화평론가 S씨)

이 같은 경고에도 보란 듯이 스스로의 몸을 즐겁게 소비하는 여성도 있다. 8월 초 아트선재센터에서 ‘핀업걸 프로젝트’전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은 여성 작가 애희(26)는 자신을 핀업걸로 연출한 사진을 전시했다. 핀업걸이 되기 위해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몸만들기’를 하고, 섹시한 옷을 직접 만들며, 섹시한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여성 누드는 여성이 더 좋아해?
“핀업걸은 거리 어디에나 있어요. 여성이 섹시한 모습으로 거리를 걷는다면, 그것은 남성들만을 위한 것일까요? 오히려 저는 그 여성이 다른 여성들에게 자신의 안목, 섹시함을 소화할 수 있는 몸을 과시하고 있다고 봐요. 또한 의상의 역사에서 섹슈얼리티라는 코드는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어요. 저는 그 잘 팔리는 섹슈얼함에 거부감이 없어요. 오히려 자랑스러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죠.”

이미 대부분의 여성들은 피나는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을 하지 않아도 될 고통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애희 같은 여성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작가에겐 예술적 프로젝트가 되기도 한다.

여성 누드의 소비자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동영상, 혹은 광고에 등장하는 환상적인 모델의 몸은 대부분 컴퓨터 그래픽으로 깎고 다듬은 뼈와 살이라는 점이다. 메이크업과 강렬한 조명의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하기야 그렇지 않다면 그처럼 많은 여성들이 대중목욕탕에서 날마다 만나는 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엄청난 돈과 시간을 지불할 리도 없다.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비밀’이다.



주간동아 450호 (p58~60)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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